학교 교직원 '조총련 희사금' 간첩조작, 52년만에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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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직원 '조총련 희사금' 간첩조작, 52년만에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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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제주 모 중학교 간첩사건 '조작' 확인
"가혹행위로 허위자백 강요...국가, 유족에 사과하고 재심 조치 취해야"

1970년 제주에서 있었던 한 중학교 교직원에 대한 '조총련 희사금' 관련 간첩사건은 공안기관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사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건 연루자는 52년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제52차 위원회에서 고(故) 한 모씨가 관련된 소위 조총련 관련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불법감금.가혹행위 등의 중대한 인권침해와 사건이 왜곡되었다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건은 고 한모 씨가 1967년 5월 제주 북제주군 구좌지역의 한 중학교에 서무 주임으로 근무하며 교장 관사 신축 관련 업무를 보조하던 중, 제주 출신 일본 거주인 3명이 조총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신을 왕래하고 교장 관사 신축에 따른 희사금 63만원을 수령했다는 누명을 씌워 투옥시킨 사건이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씨는 1971년 2월 25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항소와 상고를 했으나 기각됐다. 공동 피고인으로 같은 중학교 교장이던 이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당시 공안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모 씨는 교장 이모씨와 함께 제주도에서 임의동행 형태로 연행된 후, 서울로 이동했는데, 호텔, 모텔, 경찰서 보호실, 취조실, 여관 등의 장소로 수시로 이동하는 등 수사관들의 불법감금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행 이후부터 피의자 신문조서 2회가 작성된 1970년 10월 16일까지 당시 수사관들의 전기기구를 이용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파악됐다.

교장 이모씨의 경우 항소이유서에서 ‘1970년 9월 28일부터 전기기구를 이용한 가혹행위가 시작돼 10월 6일경 새벽에는 정신이 마비되는 등의 피해를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한모씨와 같이 근무한 한 참고인은 "당시 한○○ 선배님으로부터 ‘워낙 고문이 심해서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하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아서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오지 않으면 나 죽었을 것이다’라며 견디기 힘든 정도의 고문이었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모씨가 희사금을 수령할 당시 돈을 낸 일본 거주인이 조총련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음에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금품을 수령했다는 취지로 허위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받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도 희사금을 낸 일본 거주자 3명이 조총련과의 관련성이 약하다는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서울○○경찰서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교장관사 신축비용을 희사한 김△△과 한□□이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가입된 사실과 한□□은 조총련과 관계를 끊고 있다는 사실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 과정에서의 불법감금.가혹행위 및 강요는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국가에 대해 고 한 모 씨와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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