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 차이(差異)와 차별(差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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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 차이(差異)와 차별(差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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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김호상/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김호상/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헤드라인제주
김호상/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헤드라인제주

장애와 인권의 정의나 개념은 새삼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학교에서도 배우고, 책이나 광고로도 들어봤을 것이며 혹은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보아도 엄청난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이런 개념들이 얼마나 잘 반영되고 있는가이다.

사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만큼만 실천해도 사회는 더 조화롭고 평등해졌을 것이며, 법이나 제도에서 정해져 있는 것만 지켜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충분하기는커녕 버겁기만 하고, 인권을 말하기에는 아직도 비인권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장애와 인권에 대한 지식’은 강물처럼 넘쳐흐르고 있는데, 이 강물이 결국 ‘지식과 반대되는 현실’이라는 바다로 이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잘못 사용하고 있거나 혹은 혼동하는 말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 ‘다르다(different)’는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리다(wrong)’는 ‘맞지 않다 혹은 옳지 않다’라는 뜻이다. 뜻을 분명히 아는데도 이렇게 잘못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통계를 정확히 낸 자료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두 단어를 혼동해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 대개 ’틀리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다르다’라고 말하는 경우보다는, ‘다르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틀리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너는 나와 생각이 달라”라고 말해야 하는데 “너는 나와 생각이 틀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르다’라는 개념보다는 ‘틀리다’라는 개념이 더 강하고 선명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과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틀림’만을 지적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 점은 현실에서 장애와 인권문제에도 나타난다. 사람마다 외양, 성격, 취미가 다르듯이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대부분 머릿속으로는 잘 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념적 지식은 이미 차고 넘치니까. 그런데 그렇게 대부분 잘 알면서도 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제도를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나의 인권은 소중하고 보장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권은 침해받아도 나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관없는 일이 된다. 특히 장애인의 인권문제에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이(差異)와 차별(差別)도 그렇다. 사람이 모두 각각 다르다는 것은 내가 굳이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객관적 사실, 즉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이유로 내가 혹은 우리가 굳이 주관적 판단을 해서 구분 짓는다면 차별이 된다. 생각해보라!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는다면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차이’의 반의어는 ‘동일’이다. ‘차이’와 ‘동일’이라는 단어 사이에는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나쁘다는 구분이 없다. 그러면 ‘차별’의 반의어는 무엇일까? 바로 ‘평등’이다. ‘차별’과 ‘평등’에는 누구나 알듯이 좋고 나쁨의 의미 구분이 있다. 그래서 차이는 인정해야 하는 것이지만 차별은 해서도 안 되고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장애가 없다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다른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는 사람일지언정 차별받거나 차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를 근절하고, 모두의 인권을 동등하게 바로 세우는 일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한다. 말 한마디부터 사회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까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방기하고 외면하면 그것이 차별이고 그것이 틀린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당연한 사실을 이제는 눈앞에서 현실로 보고 싶다.  <김호상/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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