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차량 억제' 차고증명제 취지 무색...주차난 여전
시민들 불만도 폭주..."서민만 쥐어짜기", "누구를 위한 정책?"
제주특별자치도가 교통난과 주차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나, 자동차 등록대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시한 제주지역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등록된 자동차는 총 69만1638대에 이른다. 승용차가 58만3870대, 승합차 17738대, 화물차 8만8031대, 특수차 1999대이다.
기업 민원차량(28만1582대)을 제외하면 실제 도내 운행 차량은 41만56대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총 66만1977대)과 비교해 약 3만대 가량 늘어난 수치다. 승용차에서 무려 2만5000여대가 증가했다. 기업민원 차량을 제외한 실제 운행 차량(2021년 1월 40만3423대)에서도 6600여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1월 차고지 증명제 대상에 중형차(승용 1600cc 이상, 승합 16인승 이상, 적재량 1톤 초과·총중량 3.5톤 이상)까지 확대한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 증가세를 보여왔다.
실제 중형차가 포함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총 46만7243대)과 현 시점을 비교할 때 무려 23만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민원용 차량(2016년 12월 11만 5737)을 제외한 순수 운행차량(2016년 12월 35만 1506대)을 기준으로 해서도 5만8000여대 늘었다.
6년 전과 비교해 자가용은 35만 4642대에서 41만 3879대로 약 6만대가, 영업용 차량은 11만 628대에서 27만 5360대로 16만4000여대 증가했다.
이러한 추이를 놓고 볼 때, 그동안 행정당국이 강조해온 차고지 증명제의 시행 취지인 '신규 차량 억제' 효과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당국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차고지증명제 시행 후 신규 등록 차량 감소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차고지 증명제 등록 차량은 크게 늘었으나, 도심지 주차난 해소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차고지증명제 등록 대수는 제주시 3만 2012대(자가 2만8878대, 임대 3134대), 서귀포시 1만 597대(자가 1만351대, 임대 246대) 등 총 4만 2609대로 집계됐다.
◇ 차고지 증명제, 주차난 해소 도움됐나?
자기 차고지를 갖고 있는 차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공영주차장 복층화 등으로 공공 주차면수도 최근 몇년 사이 크게 늘었지만,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차난 해소 정도는 크지 않다.
실제 시민 오모씨는 최근 제주도청 인터넷 게시판 '제주도에 바란다'에 올린 글을 통해 "퇴근하다 보면 주택가 골목골목 주차하려는 차량으로 돌아다니는 차량들도 많이 보인다"면서 "자기 차고지를 갖고 있으면 골목에 주차 차량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고지증명제 제도는 정말 좋은 제도이지만 제주도 전역 확대 시행 이후에 주차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유를 묻고 싶다. 왜 그럴까"라며 주탁가 골목길 주차난이 심화된 데 따른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시민도 인터넷신문고를 통해 "이 정책이 실행된 후 주택가 주차문제가 해결됐나"라며 "등록 차량 증가폭이 현저히 줄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너무 불합리하고 필요치 않은 차고지 증명제는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차고지 증명제 정책과 관련한 시민들의 원성과 불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고지 증명제가 전면 시행되고 있으나, 무주택 서민과 청년 등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금액도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 지역은 무려 90만원이다. 읍.면지역도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의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의 갑절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의 '세금 폭탄'이다.
이러한 임대요금 부과는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서민들만 쥐어짜는 반 서민적 차별정책이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청 인터넷 게시판에는 최근에도 차고지 증명제의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 허모씨는 "이사를 가게 되면 또 차고지 증명을 해야 하는데 주변 차고지 없으면 또 90만원 내서 공영주차장 빌려야 하고 그나마 없으면 주변 사무실 근처 주차장을 빌려야 한다"면서 "굳이 자기가 살고 있지도 못하는 곳에 세우지도 못하는 차고지 증명 모순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주차장 임대료 아끼려고 제때 이사 신고 못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왜 생각 안하는가"라며 "정말 도민을 위한 정책인지 다시한번 생각 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차고지 증명지로 등록한 곳에 차를 세우는 분이 몇%나 되는지 확인 해보셨나"며 "정말 도민들이 이해 할수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송모씨는 "20년 가까이 타던 자동차를 바꾸려는데, 차고지증명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서 "주거 조건상 차고지를 만들 수 없고, 인근 1km에 공영주차장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90만원낸 공영주차장 차고지, '지정석' 왜 배정 안해?
자기 차고지가 없는 시민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막대한 돈을 내고 임대하는 공영주차장의 경우 임대자에게 지정된 주차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90만원을 내고 공영주차장 차고지 증명 임대를 하더라도 지정된 주차공간을 배정받지 못해 차를 못 세우는 일이 허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권 공영주차장의 경우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는 무료로 운영되면서 '만차'가 되는 날이 많아 지정 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인근 주택가 골목에 불법 주차를 해야 상황이다.
이는 주차난 완화'라는 제도 시행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행태로, 행정당국이 서민을 대상으로 한 행하는 '돈 벌이'에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은 이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물음에 진솔한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민 이 모씨가 도청 게시판에 "제가 만약 1년에 90만원 내고 공영주차장 임대를 했으나, 다른 차량들로 인해 주차장이 만차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제 지정석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주도 관계자는 답변 글을 통해 "지정석은 없다. 공영주차장 임대비용 결제 시 영수증에 (지정석이 없다는 부분의) 유의사항이 게재돼 있다"고 말했다.
또 "공영 유료주차장은 주차가능면수 중 40% 이내로 차고지 증명이 가능하며, 공영 유료 주차장을 차고지증명으로 허용하는 것은 당장 차고지 확보가 어려울 경우 확보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제공하는 차원으로 차고지증명을 위해 일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제주특별자치도 도정 업무에 관심을 가져주신데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의견 많이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시민은 '지정 공간'이 부여되지 않는데 따른 정책시행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도당국은 본질을 회피하듯 기계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차고지 증명제의 정책적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의 답변글도 업무개요를 복사해서 반복적으로 올리는 듯한 상투적 답변이 대부분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지적한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최소한의 답변은 찾아볼 수 없다.
차고지 증명제 관련 제도적 한계 및 모순점에 대해 지적하는 시민들만 답답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