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폭격기 이착륙 가능한 활주로도 필요, 신공항 건설시 검토"
제주도 '핵기지' 대상화 충격...오영훈 지사, "즉각 폐기해야" 규탄
국민의힘이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면 제주도를 거점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전진 배치하고, 제주 제2공항을 군사공항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의 섬 제주도를 핵 전략기지로 삼는다는 것이어서, 제주사회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북핵 위기가 임박했을 경우 제주도를 전략도서화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최종 보고서를 채택해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보고서 내용을 보면, 미국의 핵전력을 한국에 배치한다면 제주도가 최적이라고 적시했다. 제주도 외의 나머지 지역은 거리가 짧아 북한의 선제공약에 취약하고, 미사일 방어도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를 전략도서화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주도에 미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도 적시했다.
제주 신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는 제주 제2공항을 순수 민간공항이 아닌 공군기지 등 군사공항으로도 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위 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은 "제주도같은 경우 공항을 새로 만든다고 하면 그 공항이 우리가 전시에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 가능한정도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희망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최종 보고서에 담겨질 내용과 관련해서도, "어차피 공항 새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들때 공항이 충분한 활주로를 확보하면 좋겠다 그 정도...(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가뜩이나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핵 전략기지 논란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비록 북핵 위기가 임박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장소가 언급되고, 제주도를 한낱 군사적 전략기지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사회 충격파는 크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북핵특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제주도를 전략기지화 하는 내용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북핵특위 관계자는 "제주도같은 경우 공항을 새로 만든다고 하면 그 공항이 우리가 전시에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 가능한정도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희망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특위는 이 최종 보고서를 정부와 유관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 오영훈 지사 "있어서는 안될 충격적 내용...즉각 폐기해야"
이 내용이 알려지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7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해당 논의 결과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오 지사는 "어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분명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돼 왔다는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 채택에 앞서 국힘 북핵특위 위원장은 지난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를 주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발표된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 제언을 보면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을 창설하고,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동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하자는 공식적인 제언이 포함돼 있다"며 "사실상 제주를 군사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도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가 거론되면서 상황에 따라 추진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부 지역과 도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내용이 과연 도민과 국민을 위한 일인가"라며 "도지사로서 제 입장은 단호하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을 대신해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 촉구한다"며 "특히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당정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등도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의 구상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 국힘 특위는 '침묵'...제주도당은 "100% 오보" 주장
반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북핵특위에서 제주도에 북 핵위기가 임박하면 제주도를 거점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전진배치 할 수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100%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힘 특위에서는 제주도 핵배치 관련 논의 사실에 대해 침묵하면서 제주도당의 주장은 오히려 진위 확인에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 핵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함)이 제주도에 입항한 사례는 지난 2018년 강정 해군기지에서 개최된 국제관함식 때 있었다. 당시 강정마을에서는 마을 총회를 통해 국제관함식 반대를 결의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들까지 나서 주민들로 하여금 반대 입장을 번복하도록 종용해 결국 행사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은 또 다시 분열과 갈등에 휩싸였다.
당시 제주도의회도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을 상임위원회까지 채택했다가 청와대 관계자가 도의회를 방문한 후 돌연 철회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