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개된 도의회 '밀실 증액' 예산목록..."기가 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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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공개된 도의회 '밀실 증액' 예산목록..."기가 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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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예산안 계수조정, '구태' 논란 부른 이유는?
역대 최대 538억 감액...지역구 사업.행사 등에 획일적 배분
동네 체육대회까지 '펑펑'...민생경제 활력화 기조 무색
지난 15일 열린 제411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8차 본회의.ⓒ헤드라인제주
지난 15일 열린 제411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8차 본회의. ⓒ헤드라인제주

지난 15일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제주도의회의 계수조정 행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과도한 지역구 배분이라는 구태 재연이라는 비판 외에도 '밀실 증액' 논란까지 더했다.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시점에서도 증액 편성 내역이 비공개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제411회 제2차 정례회 제8차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을 거쳐 올라온 2023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상정해 가결 처리했다.

예결위의 계수조정 결과,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6조3922억원)보다 6717억원(10.5%) 증가한 7조639억원 규모로 확정 편성됐다.

세입 분야에서는 변동이 없었으나, 세출 분야에서는 총 538억원 규모의 손질이 이뤄졌다. 상임위원회 계수조정 단계에서 505억원이 1차적으로 감액됐고, 예결위에서 추가적 감액이 이뤄진 결과다. 

이는 역대 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최대 규모로 꼽힌다. 

역대 삭감액을 보면, 제10대 의회에서는 △2015년 예산안 1차 408억(부동의), 2차 1682억원(전액 내부유보금) △2016년 예산안 264억원 △2017년 예산안 274억원 △2018년 예산안 312억원이었다. 

2015년 예산안 본회의 처리에서는 당시 원희룡 지사가 도의회의 증액편성에 항의하며 부동의를 하자, 도의회가 보복성 삭감으로 대응하며 '예산 파행'이 빚어진 바 있다. 
 
11대 의회에서는 10대 의회와 비교해 감액 및 증액 규모가 훨씬 커졌다. 최종 삭감 규모는 △2019년 예산안 488억8453만원 △2020년 예산안 393억3000만원 △2021년 예산안 411억2300만원 △2022년 예산안 499억5000만원이다. 

그래픽=원성심 기자
그래픽=원성심 기자

이번 12대 의회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영훈 지사가 증액 예산항목에 대해 일부 부동의 하거나 별도 입장을 언급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오 지사가 증액 부분에 대해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예산안은 그대로 가결 처리됐다.

그럼에도 이번 도의회의 예산안 계수조정은 많은 논란을 남겼다. 무엇보다 제12대 제주도의회 출범 후 처음 이뤄진 본 예산안 심사임에도, 도의회가 혁신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제위기 속에서 제주도와 도의회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새해 예산안은 민생 안정과 지역경제 활력화에 중점을 둔다는 거시적 방향 및 기조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뒤늦게 공개된 계수조정 결과를 보면 이러한 예산 기조와는 거리가 멀어 구태 논란으로 이어졌다.

◇ 240개 항목 감액하고, 1100개로 쪼개어 증액...감액한 진짜 이유는?

우선 감액 명분과 증액 명분이 매우 불분명하고, '증액을 위한 감액'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필요성 내지 타당성, 시급성이 약한 사업들, 즉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추려내어 감액한 것이 아니라, 증액사업 편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목적의 감액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도의회는 △과다 계상 및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근거 및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도로안전시설물 △중복.유사 사업 및 사전절차 이행 여부 △선심성 또는 일회성 사업 등에 중점을 두고 감액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수조정의 감액 및 증액 내역을 보면, 도의회의 이러한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삭감된 사업 항목은 240여개인데 반해, 증액사업 목록은 무려 1100여개에 달하는 점이 그렇다. 큰 덩어리의 예산항목들을 감액한 후,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증액 편성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도의회에서 제시한 기준처럼 삭감된 사례도 있지만, 금액이 큰 사업들에서 관행적으로 조금씩 떼어내는 방식의 감액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액된 내역에서 성과상여금, 청원경찰 봉급이나 공무직 보수 등과 같은 보수, 사무관리비, 연가보상비, 초과근무수당 등에서도 일률적으로 부분적 감액 조정이 이뤄졌다.

관련 규정에 따라 필수적으로 계상돼야 하는 운수업계 보조금에서도 △버스업체 유류세 연동보조금 88억원 중 15억원 △택시 유류세 연동보조금 59억원 중 10억원 △화물운수업계 유류세 연동보조금 116억원 중 15억원이  삭감됐다. 이는 과대 계상의 의미보다는, 일단 감액하고 모자란 부분은 내년 추경예산에 다시 편성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선심성 사업 및 일회성 사업도 감액했다고 밝혔으나, 각종 단체 및 지역의 민간경상보조금 사업이나 행사 예산 등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도의회가 증액한 항목에서 선심성 소지가 있는 민간단체 지원사업 증액이 대거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 읍.면.동 지역별 획일적 배분...민간단체 행사 지원 '펑펑'

이번 도의회의 증액 편성은 의원들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획일적 배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우선 각 읍.면.동별로 '주민불편 해소사업'이란 명목의 사업비가 대거 증액 편성됐다. 행정자치위원회와 환경도시위원회 등 2개 상임위가 모두 이 항목으로 해 의원들 지역구별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원읍 '주민불편해소' 사업비의 경우 환도위 소관예산으로 이미 6억5000만원이 편성돼 있음에도 7억원을 증액해 13억6100만원으로 하고, 이와 별도로 행자위 소관으로도 소액 증액해 6억9175만원을 별도 편성하고 있다.

성산읍도 주민숙원사업비로 각 5억원의 2개의 사업이 있음에도 1억, 3억원을 증액해 6억원과 8억원을 편성하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주민불편 해소 사업비로 1억2000만원을 추가 증액하며 총 5억2000만원을 별도로 확보했다.

대정읍도 주민불편해소 사업비로 4억8000만원이 편성돼 있음에도 1억9500만원을 증액해 6억7500만원으로 늘렸다. 조천읍 주민불편해소 사업비도 7억5000만원에 7340만원을 더해 8억2340만원을 편성했다.

애월읍의 경우 주민불편해소사업비로 4건에 각 5억4000만원씩 총 22억원 편성됐음에도 추가적으로 각 3000만원, 1억7000만원, 1억9000만원, 1억원 등 총 4억9000만원을 추가로 증액했다.  

동(洞) 지역도 마찬가지다. 아라동은 당초 주민불편해소사업비로 각 4억원씩 2건을 편성했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1억3000만원과 4억4050만원을 증액하면서 최종적으로는 5억3000만원과 8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이도2동 주민불편해소사업비도 당초 2억원이었으나 3억원을 추가해 5억원으로, 이도1동도 당초 2억원에서 7000만원을 더해 2억70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읍.면.동의 주민불편사업비는 사용 용도를 농로, 배수로, 인도 등으로만 명시해 놓고 있는데, 배수로 개선사업비나 인도 사업비 등은 이미 본 예산에 편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량사업비' 성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민간단체 사업 및 행사에 지원되는 민간경상보조금도 대거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계수조정에서는 읍.면.동별로 '자생단체 등 주민공동체 활동지원' 예산이 일률적으로 증액됐다.

또 행정시 자치행정국 소관 예산인 '읍면동 자생단체 등 행사지원' 예산도 대부분 증액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항목으로 특정 민간단체 행사나 사업비를 별도로 편성해 중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동네 체육대회 예산까지 지원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 읍 지역의 예산을 보면 화합한마당 잔치 행사 지원으로 2000만원뿐만 아니라 '리민 단합 체육대회'로 1500만원을 신규로 편성하고 있다. 

동 지역에서도 마을체육대회로 700만원, 우리동네 체육대회로 1000만원을 편성했고, 도의회에서 마을 행사까지 보조금을 편성한 것은 과거에도 흔치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동 지역에서는 자생단체 행사지원금을 별도로 편성했으면서도, 청년포럼 3400만원, 지역문화공연 개최 8000만원 등을 신규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미 예산에 편성된 노인회 행사, 부녀회 한마음대회, 지역어울림마당 행사 사업비는 모두 추가적으로 증액했다.

각종 지역 축제 예산도 이번에 모두 증액됐다. 산지천축제는 6000만원을 증액해 1억3000만원으로, 고마로 마문화축제는 이번에 5000만원을 증액해 7000만원으로 편성했다. 
 
우도소라축제도 5000만원을 추가로 증액해 8000만원으로 늘렸다. 성산 내수면 조개바당 축제는 1억500만원에 4500만원을 추가해 1억5000만원으로, 혼인지 축제는 2000만원을 더해 7000만원으로, 추자도 참굴비 축제는 1억여원을 더해 1억5000만원으로 각각 증액했다.

예산 증액과정에서 '오라동 업사이클링 축제'가 신규 사업(4000만원)으로 추가되기도 했다. 

◇ 예산편성 기조 무색...주민참여예산제 무용론 

이러한 읍.면.동 사업비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타당성, 실효성, 시급성, 사업 우선순위 판단 등의 검토도 거치지 않은채 급조되면서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게 한다.

'민생경제 활력화'란 예산편성 기조는 무색해지고 있다.

도의회에서는 이번 증액과 관련해, 예산이 7조원 규모로 늘어난 만큼, 증액 규모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제주도의 한정된 가용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이번 500억원대 증액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읍.면.동 지역 예산의 무차별적인 증액이 관행화 될 경우 '주민참여예산제'의 무용론도 크게 대두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은 읍.면.동별로 필요한 사업을 논의해 1차적으로 결정한 후, 행정시협의회, 제주도 협의 등 3단계 과정을 거쳐 최종 예산에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도의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읍.면.동 지역사업 예산 증액이 이뤄진다면,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도는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도의원 로비'라는 쉬운 방법을 놔두고, '깐깐한' 심사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어려운 방법을 택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편성한 예산은 도민의 소중한 혈세이기 때문에 도의회에서도 철저하게 심사를 해야 하고, 불요불급한 예산들은 과감히 도려내어 긴요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역구 사업에만 연연하며 증액에만 매몰될 경우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편성과 절차는 투명하고 정의롭게 이뤄저야 하는데, '증액 배분'이 과도하게 이뤄지다보면 정상적 절차를 밟는 주민은 바보가 되고, 반칙과 편법, 로비를 통해 예산을 반영하는 사람만 득을 보는 불합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이번 도의회 계수조정 결과는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 상임위원회 '증액리스트' 비공개는 왜?

한편, 도의회는 이번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밀실 증액' 논란까지 초래했다.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안 사전심사를 마치고 계수조정을 거쳐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액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상임위의 증액리스트는 최종 계수조정이 진행될 무렵에서 예결위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도의회에서 전무후무한 일로, 과도한 '증액 잔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도민의 알권리 차단, 그리고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퇴보적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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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2022-12-20 10:39:19 | 61.***.***.154
예산편성권은 도에, 심의,의결권은 의회에 있다보니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 예산 다룰 때 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구인 제주에서 국비지원 요청한 사안이 예산에 빠졌을 때 예산 심의과정에서 필요없거나 급하지 않은 예산 삭감분을 자기 지역구 지원하는 것을 나눠먹기식이라고 하는 국민이나 도민은 없다.
제주시나 서귀포시는 예산이 실링제로 배분되는 관계로 읍면동이나 각 실국에서 필요한 사업을 요청해도 예산편성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일부분 조정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도의원들도 지역주민이나 도민들의 여론에 늘 귀 기울이며 정책에 반영하거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 생각하며 의원 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썩어빠진 민주당 2022-12-19 11:04:44 | 175.***.***.144
초선 의원, 그것도 민주당 의원이 다수인 도의회가 이렇게 썩어빠졌다니...나들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있냐??? 창피스럽다. 그러니 국힘이 못해도 너희들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거다

제 생각 2022-12-19 09:56:39 | 112.***.***.181
리민읍단위 체육대회면 모를까 리민체육대회는 행정시에서도 협찬 해본바 없는데 그걸 도의회가 예산을 증액하면서 지원해준다면....앞으로 동네 경조사까지 도예산안에 편성하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네요. 참씁쓸합니다.

개탄 2022-12-18 21:00:35 | 118.***.***.33
도의원이 언제 대의를 위해 하는거 봤나
오로지 지역에서 표 얻을 생각뿐인대
도민 혈세가 밑빠진 독 모냥 줄줄 새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