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8개월 3개 기업서 일 경험 기회 제공받아 커리어 발판 마련"
"외롭지 않은 제주살이, 지속성장 가능케 한 탄탄한 동료 네트워크"
# 늘어가는 제주? 늙어가는 제주!
2022년 8월 기준으로 제주도의 인구가 70만명을 넘어섰다. 1992년 50만명을 돌파한 이후 2013년 60만명, 그리고 1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다시 10만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는 늙어가고 있다. 청년인구가 순유출로 전환될 기점에 있기 때문이다.
20대의 경우 2016년 이후 순유입 감소세가 뚜렷해지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약 1천명대 순유출이 이뤄지고 있고 그 폭도 커지고 있다. 30대의 경우는 아직까지 순유입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폭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인구는 늘지만 내실 늙어가고 있는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내청년의 유출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외청년의 유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청년 유출과 유입 과정에서 가장 큰 관건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 일자리 문제이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이 적고, 그나마 구직활동 의욕마저 저하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12월 10일 발표된 제주청년정책기본계획에 따르면 청년층 비(미) 취업자의 지난 1년간 구직경험이 21.5%에 불과하며, 첫 취업에 걸리는 소요기간 역시 18.7개월로 전국 평균 대비 약 8개월 이상 길다.


- 일자리의 양과 질 문제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가지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하다. 2022년 제주고용포럼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직업교육훈련 경험도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18-34세 청년 대상 조사 결과, 직업교육훈련을 경험한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일자리문제 이전에 직업교육훈련 때문에라도 제주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도외 청년들은 제주에서의 일자리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도내외 청년들이 제주에서 일자리로 연결되는 지원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헤드라인제주>가 지난 2019년 출범, 3년째 운영되고 있는 제주더큰내일센터를 통해 제주에 정착한 이효인 씨를 만나본 이유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도내외 청년들의 진로 설정, 취창업 역량강화, 일 경험, 취창업 연계까지 통합지원하는 플랫폼이다.
1년에 150명의 참여자를 선발하는데, 이 중 도외 청년들도 30명 가량 선발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더큰내일센터의 문을 두드려볼까 고민할 수 있는 도외청년들에게 전하는 이효인 씨의 후기라고 할 수도 있다.
제주더큰내일센터에 따르면 도외에서 온 제주더큰내일센터 1-7기 참여자들의 도내 정착률은 76.5%에 달한다.
# 대구청년, 부산 찍고 제주에 정착하기까지
대구 출신인데, 제주에 오기 전까지는 부산에 있었다고 들었다.
- 학교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간 곳이 부산이다. 처음에는 MICE산업과 관련한 직무교육을 받기 위해 갔고, 교육 후 취업 연계까지 되면서 부산에서 독립하게 됐다.
베이비페어와 같은 유아용품 박람회를 주로 진행하는 업체였는데, 1년쯤 지나니까 매번 도돌이표를 찍는 업무에 '현타'가 오더라. 그래서 퇴사 후 웹 퍼블리싱 관련 공부를 하고 있던 와중에 SNS에서 제주더큰내일센터 4기 탐나는인재(참여자) 모집홍보 게시물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센터는 입소 후 최대 2년간 지원되는 취창업 통합지원 플랫폼이다. 실제 와보니 어떻던가. 솔직한 이용후기가 궁금하다.
- 센터 입소 후 6개월은 취업, 창업에 상관없이 기본공통교육을 받는다. 가장 유익했던 건 매주 팀 프로젝트를 진행, 발표를 하고 평가를 받으면서 기본적인 문서작성 능력을 키우고, PPT 발표 등을 통해 표현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거다.
또 그냥 '어떤 문제의 답은 뭐다'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지식)이 아닌, 현상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따져볼 수 있는 트리즈 같은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도, 학교수업에선 받지 못했던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동료 네트워크다. 사실 제주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지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는 제주살이였다. 하지만 일흔 명이 넘는 동기들과 함께 6개월간 동고동락하다 보니 엄청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전혀 외롭지 않은 제주살이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동기 참여자들과 다 친하게만 지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팀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갈등도 생기고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제 다 추억인 거 같기도 하다.

더큰내일센터 지원을 고민 중인 도외청년에게 꼭 전해야 할 힘든 점은 없었나.
- 어떻게 없을 수 있겠나. 일단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부산에서는 전세를 살았다. 그런데 센터를 오게 되면서 6개월 만에 방을 빼야 했고, 덕분에 이사비용이 훨씬 늘어났다.
제주에 와서는 센터 인근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제주(시내) 부동산은 결코 싸지 않다. 한 달에 약 150만원 수준 교육훈련 수당이 나오는데,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 중에서월세를 내고 나면 나머지 생활은 조금 빠듯한 감이 없지 않았다. 1단계(기본공통교육 6개월) 때 만이라도 주거지원이 이뤄진다면 나처럼 도외에서 오거나 서귀포 같은 외곽 읍면지역에서 오는 청년들의 생활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현재 근무 중인 '제주미니'까지 3개 기업에서 일 경험을 쌓고 있다고?
- 6개월 기본공통교육 후 취업희망자는 2단계에서 6개월 프로젝트 실습이란걸 진행한다. 1주일에 3~4일 정도 기업에 가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나는 '활자의 명수'라는 기업에서 진행했다. 자체개발 폰트나 디자인을 활용해 티셔츠, 컵 등에 커스터마이징 된 메시지를 담아주는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예전에 배웠던 웹퍼블리싱도 활용할 수 있을거라 기대해 지원하게 됐었다.
-제주더큰내일센터 취업 연계 프로그램은 1년에 2회, 함께 할 기업(탐나는기업)을 모집한다. 참여희망기업들은 프로젝트 실습 계획서(2단계 6개월) 또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구하는지 채용희망공고(3단계 인턴십)를 제출한다.
이후 접수된 자료를 보고 참여자들이 정식 면접 전 기업탐방 및 면담 →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기업-참여자 간 희망 우선순위에 따라 연결되는 구조다.
-취업트랙 2단계 프로젝트 실습은 기업 근로자가 아닌 센터 참여자 신분이다. 이후 3단계 주5일제 인턴십부터 정식으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기업 근로자 신분이 된다.


이후 6개월 3단계 인턴십으로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이색여행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들어갔다. 제주지사에서 근무했는데 '제주플러스'라고 카페, 스노클링 등 기존 여행상품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오설록에서 즐기는 자전거 라이딩 상품을 기획하고, 사계 지역에서의 해녀체험 서비스 운영 등을 담당했다.
- 마이리얼트립(본사)는 직원수 205명 규모, 연매출 40억원 이상, 평균연봉 5천만원 이상의 강소기업이다.
이후 다시 6개월 3단계(3-2단계)로 오게 된 곳이 여기 '제주미니'다. 이곳 역시 여행상품 등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SNS 팔로워 26만명을 보유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제주여행 특화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부 창업지원 프리팁스에도 선정된 유망기업이다. 이곳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새해 일출과 함께 하는 김녕 보트체험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있다.
총 3개의 기업을 경험해보고 있는건데, 만족도는 어떤지? 1개 기업에서 프로젝트 실습부터 인턴십까지 쭉 하고 정규직 전환을 할 수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 첫 번째 '활자의 명수'는 사실 기업 내에 나의 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수, 즉 프로젝트 매니저가 없었다. 한 분 계시긴 했는데 재택근무를 자주 하시고, 나도 1주일에 3일 정도만 회사에 출근하다 보니 얼굴 맞대고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두 번째 '마이리얼트립'은 사실 만족도가 꽤 높았다. 함께 하는 사수(프로젝트 매니저)도 있고…. 하지만 기업에서 인턴십 연장을 하지 않아 이곳 '제주미니'에 오게 됐다. 앞서 회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제주미니' 역시 5인 이하의 작은 회사긴 하다. 하지만 칼퇴근이 가능하고 워라벨을 지킬 수 있어 만족스럽다.
마이리얼트립을 제외한 2개 기업은 규모가 작았네요.
- 그렇다. 그게 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참여자들이 일 경험을 쌓고 취업에 나갈 수 있는 기업을 탐나는기업이라고 하는데, 규모가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체로 작은 곳이 더 많다. 실제 취업 분야로 진출한 동기들끼리도 얘기하다 보면 그런 면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힌다. 앞으로 센터에 들어올 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규모가 있고 좋은 회사들로 pool이 구축되면 좋을 거 같다.
제주의 경우 1차 농어업, 3차 관광업 중심의 열악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전체 기업 중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자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에 제주도정은 신입 평균연봉 4천만원 이상이 되는 양질의 (주식시장) 상장기업 20개 육성 및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약 2년에 가까운 제주에서의 삶, 총평을 하자면?
- 교통 빼고는 모두 만족한다. 제주가 대중교통환경이 열악하다, 지하철도 없고…. 주말에는 주로 서핑을 하거나 올레길을 걷는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바다로 내달릴 수 있는 제주살이, 내일센터에서 만난 친구들도 있어 외롭지 않고 너무 좋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삶을 살고 있다 자신한다.
어찌됐든 제주더큰내일센터와 함께 한 제주살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