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버린 장소에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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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버린 장소에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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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택수/ 서귀포시 중문동장
고택수/ 서귀포시 중문동장 ⓒ헤드라인제주
고택수/ 서귀포시 중문동장 ⓒ헤드라인제주

“현장에 답이 있다.”선배 공무원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엉켜있던 실타레도 현장에 가보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격언. 특히 최일선에서 일하는 동주민센터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매일 중문동 곳곳을 누빈다.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이 내게 말했다.“쓰레기가 많이 있는 곳 좀 치워주면 안 되겠나?”말씀하신 현장에 가보았다. 무단으로 투기한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양이 방대해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일하시는 분, 7~8명을 동원해 함께 하루 종일 치웠다. 말끔해진 공터를 보니 덩달아 내 마음도 쾌적해졌다.

그 후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 지역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까, 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화단을 가꾸어 보기로 했다. 투기 장소에 가자니아 꽃를 심었다. 금지 안내판도 부착했다.

습관적으로 버리던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드문 보이던 쓰레기는 인내심을 갖고 바로바로 치웠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드디어 무단투기되던 쓰레기가 사라졌다. 양심을 버리던 그곳에는 색색의 가자니아 꽃만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온갖 생각에 복잡하다. 어떤 마음으로 버릴까, 이런 비탈진 곳에 쓰레기를 던지는 마음은 어떨까, 줍기 쉬운 곳에라도 버리면 치우기라도 좋을 텐데... 등등

사실 무단투기된 쓰레기를 치우러 현장에 가보면 경사가 아슬아슬한 장소에 버려진 경우가 많다. 치우는 사람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가슴 졸인 적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차라리 길가에 버려 달라’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을까.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를 화단으로 가꾼 지 몇 달이 지났다. 지금 그곳은 쓰레기가 완전히 정리됐다. 악취와 파리가 들끓던 그 자리에 꽃들이 활짝 펴있어서 마음이 환하다. 때문인지 요즘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곳 뿐만 아니라, 잡초가 무성한 곳까지 화단을 가꿔 향기로운 행복정원으로 중문동을 가꾸는 상상을 해본다.

쓰레기 무단투기. 성숙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내 집을 귀하게 여기듯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도 부디 소중히 아꼈으면 좋겠다.  <고택수/ 서귀포시 중문동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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