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였던 '나'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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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였던 '나'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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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김도경/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도경/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헤드라인제주
김도경/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중증장애인 당사자인 필자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이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배우긴 했지만, 장애인복지에 관심도 없었고 아는 것도 매우 부족했다. 그때 당시 나에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IL센터’)는 공공기관에서 일일이 알려주지 못하는 장애인 관련 복지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에 불과했고, 모니터링을 진행할 때도 장애인당사자를 위해서가 아닌 단순 용돈벌이하는 곳으로만 생각했었다.

‘활동가였던 나’는 나 자신 외에 장애인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그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창 학업에만 매진하던 중 개인 사정으로 인해 휴학하게 되었고, 여느 때와 같이 IL센터에서 활동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장애인복지와 IL에 대해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입사 권유받게 되었다.

평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IL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 되게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센터의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아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센터에 이력서를 제출하였고 최종 합격을 하게 되어 2022년 4월 18일부터 ’IL센터의 나‘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내 직장생활 이야기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첫 출근을 하는 날 아침부터 출근 시간을 지키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출근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했지만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어버렸고, 나갈 준비를 다 하고 장애인 콜택시(이하, ’장콜’)를 재빠르게 접수해보았지만, 도저히 배차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나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고, 손에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가던 와중 겨우 배차되었다는 문자를 받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9시까지 출근이었던 나는 센터에 도착하여 시간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8시 58분이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우 출근 시간을 지킨 나는 곧바로 내가 일하게 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고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바탕화면에는 생소한 단어들로 구성된 폴더들로 가득했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짐과 동시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나에게 직장생활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더더욱 긴장을 감추지 못했고, 앞으로의 직장생활은 그저 쉬울 것 같지만은 않았다.

중증장애인에게 직장생활은 쉽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은 비장애인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했고, 집에서 센터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에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이동수단인 장콜을 이용해야 만 출퇴근이 가능했다.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미지수의 이동수단에 내 출퇴근 시간을 맡긴 셈이다. 어떤 날은 출근 시간에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도 장콜이 늦게 도착해버리면 억울하지만 지각하게 되었고, 또 어떤 날은 퇴근 시간에 맞춰 장콜을 부르면 퇴근 시간 1시간 후인 7시에 배차가 되어 그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활동가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제일 난감한 순간은 나에게 “00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실 수 있나요?”, “00에 관한 서비스는 어디서 신청하나요?” 와 같은 질문이 오면 선뜻 답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립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책임감도 함께 따랐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IL센터의 나’는 계속될 것이다. 처음에는 자립생활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IL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던 나였지만 이제는 IL센터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럽다.

어렸을 적에는 “넌 몸 쓰는 일은 할 수 없고, 머리 쓰는 일을 해야 하니까 공무원이나 해!”,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까 가만히 집에 있어!” 이러한 말을 듣고 자랐고 부모님과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살아왔던 나였다. 무언가를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는 가로막기에만 바빴던 현실이 너무 답답했었다.

그러나 IL센터라는 곳은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방향과 맞았고 나의 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사업을 준비할 때 어느 정도는 힘든 부분도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활동가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했을 때 내가 직접 도전해보고 결정하는 것보다도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대리 만족이 아닐까 싶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앞으로 걸어갈 나의 길인데! <김도경/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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