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정색', "제주의 미래를 몰래?...즉식 공개해야"
도의회, "제주도 패싱.도민 무시" "비겁한 짓" "정부의 횡포"
[종합]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에서 반려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하고도, 이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부의 '비공개' 고수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방정가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도의회에서는 국토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국토부에 용역결과의 즉시 공개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제2공항 논란은 국토부가 용역결과를 담은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할 의향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주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국토부의 이번 용역 보고서는 4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도 관계부서에도 이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제주도 관계부서 공무원에 이의 내용을 열람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열람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눈으로만 보도록 하고, 자료 복사 등은 일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공무원이 비록 3시간 가까이 보고서를 살펴봤다고 하지만,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고 반려사유의 쟁점에 대한 기술 부분을 세밀하게 검토하거나 검증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내용만 살짝 보여주고는 열람을 허용한 것처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11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용역결과 보고서 공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의회에서는 시종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양영식 의원은 지난 18일 도정질문에서 "국토부가 제2공항 보완 용역을 깜짝 열람하게 한 것은, 명분쌓기용 요식행위"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제주도와 도민을 철저하게 패싱하는 전략, 국토부의 용의주도한 전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제 국토부가 밀어붙이기식 강행을 이렇게 했을 경우 우리 제주는 또 다른 블랙홀이 될 수가 있다"면서 "앞으로 혼란과 갈등의 섬으로 변질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비공개 열람을 하는 것 자체는 비겁한 짓"ㅇ라며 국토부를 직격했다. 정 의원은 "지방자치를 이야기하고 지방분권을 이야기하고 오는 시대이고,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요한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자료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중앙부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도지사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산 제2공항이 추진될 경우 공군 탐색구조부대가 들어오며 군사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한 후, 군사공항으로 활용될 개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협약서를 체결한다면 '군사기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도록 협의할 의향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전국 모든 공항 중 민과 군이 함께 스는 곳은 활주로가 두 개인데 제2공항 부지에는 활주로 한 개만이 고려되고 있다"며 제주지역에 군 시설을 하게 되는 경우 제주도의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2공항에 공군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7일 진행된 도정질문에서도 비공개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언론을 보면 국토부와 제2공항 관련 협의가 원활치 않은 것 같다"며 "최근 보완 용역에 대해 열람 수준에 그쳤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실행되고 있는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모든 정보가 깨끗하게 공개돼야 갈등 해소된다 생각한다"고 전제, "(용역결과보고서에 대한) 국토부의 정보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영훈 지사도 이번 용역결과 보고서의 제한적 열람에 대해서는 매우 정색하며, 공개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오 지사는 도정질문 답변에서 "제주의 미래를 도민 몰래 결정하면 안된다"라며 결과보고서를 즉시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오 지사는 "지난 8일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장이 국토부를 방문해서 국토부 장관과 도지사 면담 추진을 하기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비공개 전제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용역 가제본을 열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전환평 보완 용역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환경부 반려 사유에 대해 어떻게 보완하는지에 대해 도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지사는 또 "국토부는 용역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의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공개를 정식 요청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항공정책실장에게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앞으로 국토부가 제주도의 의견을 무시한채 밀어붙이기를 하면서 다시 갈등이 확산될 우려를 제기하자, 국토부에서 기본계획 고시를 하기 전에 제주도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오 지사는 "국토부가 고시를 하기 전에 만약에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서 채택이 되고, 그러면 국토부는 (기본계획) 고시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때 항공정책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기 전에 제주도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은 하나의 의견을 마련하기 위한)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토부의 보완 검토 용역은 환경부의 반려 사유인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말 발주됐다.
용역은 지난 10월 말 종료됐고, 현재 국토부 내부에서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토부는 환경부의 반려사유를 보완할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행'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용역결과 보고서의 내용이 비밀에 부쳐지면서, 다시 '밀실 논란'은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