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만장굴서 '대형 빔 스크린쇼'...생태환경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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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만장굴서 '대형 빔 스크린쇼'...생태환경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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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미디어파사드쇼 개최...한 달간 동굴 내부에 조명 비춰
내벽.생물 악영향 우려, 환경단체 "보호기관 맞나" 맹비난
문화재청 "자문 받았다"...전문가 "영향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개최되는 세계자연유산 미디어아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헤드라인제주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천연기념물 만장굴 내부에서 '대형 빔 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아트쇼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생태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행사는 옛 만장굴의 신비한 모습을 '지리학적, 환경적 가치로 계승하고자' 약 한 달간 동굴 내벽에 빛을 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환경적 가치를 계승한다'는 행사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조명들이 동굴 내벽이나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환경단체는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기관들이 보존은커녕 관광객 유치에나 치중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거치고 전문가 자문도 받은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헤드라인제주
오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개최되는 세계자연유산 미디어아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헤드라인제주

문화재청과 제주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세계자연유산 미디어아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이 개최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다양한 미디어, 디지털 기술을 세계유산에 적용해 그 가치를 알리고자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매해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를 개최하고 있다.

제주는 올해 처음 선정됐으며, 만장굴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진행된다. 

행사는 미디어맵핑 기술을 융합한 미디어쇼 연출과 관람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은 만장굴 공개구간 중 4개 구간에서 운영된다. 

세계자연유산이 갖고 있는 자연·생태적요소와 친환경적 미디어맵핑기술을 융합해, '대자연의 신비'와 '자연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형 빔 스크린'을 동굴 내부 벽면에 비춰 용암동굴의 탄생 과정, 대자연이 지닌 가치를 생생하게 연출한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점은 빛을 쏘는 방식이 '대자연이 지닌 가치'를 연출한다는 의도와 모순되게 '대자연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부분이다.

만장굴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굴 중 하나로 1962년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됐다. 석주, 종유석 등이 장관을 이루고 박쥐, 가재벌레 등 다양한 동굴 생물이 서식해 지질학적, 생물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동굴의 생태환경은 인위적인 접촉이 최소화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 특히 '동굴은 어두워야 한다는 것'은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이자 당연한 상식이다.

또 동굴 구조는 열과 소음, 진동 등 작은 충격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천연동굴 보존.관리 지침에도 조명의 조도, 색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달 가까이 대형 조명을 벽면에 비추는 것이 생태환경에 치명적이다라는 주장과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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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개최되는 세계자연유산 미디어아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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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개최되는 세계자연유산 미디어아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헤드라인제주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가장 어두워야 하는 공간이 동굴이다. 어두운 생태계를 가진 공간에서 강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동굴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 지질자원으로서의 용암동굴이 아닌, 용암동굴이 가진 특유의 생태환경이 존재하는데 문화재청과 제주 세계유산본부가 이 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과 세계유산본부의 역할은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 또한 "동굴 내부에 조명을 이용하는 행위는 동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만장굴은 그 명성에 비해 동굴 생물에 대한 보존대책이 거의 없다"며 "동물 내벽과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행사는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유산보호가 목적인데 유명 관광지로 활용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며 "세계적인 보호가치가 있는 만장굴에 대한 보존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거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점이 어떤 것인지 이해한다. 그래서 조명을 설치할 때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서 했다"며 "시설로 인해 영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면 당연히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진행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며 "우려하는 점을 잘 반영해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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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2-11-17 01:04:28 | 211.***.***.58
만장굴은 이미 관광지화 되어있는데 저게 시비거리가 되나요? 밤바다 갈치배도 거리의 가로등도 환경공해 아닌가요?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은 공해 내뿜는 차 안타고 다닙니까? 환경단체가 공해라고 생각되네요.


아무개 2022-11-11 19:06:56 | 223.***.***.116
전에 일출봉에서 미다어파사트 행사 하려다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던걸로 알고 있는데...

동굴 2022-11-11 14:46:05 | 223.***.***.137
이미 가로등도 다 설치 되어 있는곳 아닌가

도민 2022-11-11 14:09:00 | 211.***.***.11
많은 사람들이 탐방하는 개방된 구간에 교육적 목적의 활용도 의미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