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트센터에서 해녀의 노래 :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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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트센터에서 해녀의 노래 :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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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의 영혼과 정신을 해녀를 빌어 표현한 음악회였다. 2022년 11월 4일 제주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제주해녀 평화음악회”가 열렸다(기획 고혜영).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등재 6주년 기념을 겸해서 열렸다. 
  
시종일관 평화를 비는 마음으로 흐느끼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해녀였고, 이모가 해녀였으며, 외숙모가 해녀인 집에서 자라면서 보았던 마음속의 아픔과 안타까움, 속상함과 억눌린 분노의 마음을 다시 꺼내어 읽으면서 보았다. “저승에 가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표현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찾아야 하고, 가족 내의 갈등에서도 평화를 만들어 내야하고, 이 사회의 폭거에도 저항해서 평화를 구해내야 하는 해녀들의 삶과 고귀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들 간의 블랜딩, 역사적 줄거리와 현장의 삶의 연결, 바다 속과 밖의 모습을 무대에서 연출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보면서 기획의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제주해녀 평화음악회.
제주해녀 평화음악회.

첫째, 귀의 행복함을 지향하는 음악회에 덧붙여 눈도 즐겁게 해주는 음악회를 지향했던 것 같다. 마담패밀리의 해녀들을 표현하는 안무와 퍼포먼스는 ‘일단 눈으로 봄 → 이해할 수 없음과 의심 → 짐작함과 확인 → 느낌과 나의 마음과 일치 → 감동 → 다시 느낌의 되먹임’ 프로세스를 창출해내면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 퍼포먼스인 ‘무사귀환을 위한 염원과 환영’에서 귀환하지 못하는 한 해녀의 표현은 비탄미, 비극미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둘째, 해녀들의 의지 만큼 기획의 의지를 대등하게 연결시키는 지향이 있었다. 음악회 전 로비의 움직임과 관중석에서의 자리배정과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해녀의 삶을 영웅시 하거나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았듯 기획에서도 대외적, 형식적, 과시적 홍보나 초대보다는 내용 충일에 더 집중한 모습이었다. 
  
셋째, 해녀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예술계의 관심을 일으키는 의미가 있었고, 오늘 음악회에서는 관람장에 자주 오지 못하실 해녀 친구분들과 어르신들을 공연장으로 이끌게 하는 지향이 있는 듯 했다. 숨비소리에 대한 마담패밀리 팀이 퍼포먼스를 할 때는 어르신들이 직접 관중석에서 표현한다. “아고, 숨비소리를 저추룩 만들어신게!”라고. 크게 공감하신다. 그 한 어귀는 이번 기획의 성공의 반을 알리는 표현이었다고 본다.  
  
넷째, 해녀들이 바다에서 전통을 지켜내려고 했다면 기획은 기획 현장에서 제주의 전통을 지켜내려고 했던 음악회였다. 해녀들의 현장에서 협력하는 모습과 오늘 출연한 다양한 장르의 단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콜라보레이션을 완성시키는 모습이 서로 연결되었다. 
  
다섯째, 모든 것을 품어내려는 기획 의도를 볼 수 있었다. 국악과 서양악, 합창과 기악, 무용과 나레이션 등의 연결은 쉽지 않은 연결이었을 것이다. 음향에 있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향을 하나의 그릇에서 블랜딩하기는 많이 어려웠을 음악회였다. 어느 누군가는 양보했어야 했고, 어느 누군가는 전제적 페르소나를 짊어졌어야 했을 그런 기획이었을 것이다. 글 쓰는 저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땀 흘리고, 고생하고, 참은 만큼, 집체극과 같은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음악회이지만, 예술적 순수미와 숭고미를 느끼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제주해녀 평화음악회.
제주해녀 평화음악회.

인상깊었던 것 하나만 더 표현하고 싶다. 도두 해녀합창단의 쑥쓰러움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렁찬 순수함으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해녀작업하면서 숨비소리를 내시던 호흡으로 하나되는 소리를 할 때는 선율의 흥겨움과 자신감, 어느 것 하나에 신경쓰지 않고, 단지 선율에만 몰입하는 치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작지만 보존해야할 것에 대한 의미부여, 표현하기 어렵지만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각 장르마다의 최고방법을 연결하여 정신을 표현한 기획의도, 어렵고 다양했던 내용을 처리하려 노력하는 연출의 지시에 따라주신 출연진들, 정신없이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음향과 조명팀, 이러한 기획을 지지해준 아트센터에 감사드린다. 
  
밖을 보지 않고, 안을 보려했고, 위를 보지 않고, 저 깊은 내면을 보려했던 오늘 제주해녀 평화음악회는 두고 두고 아트센터로비에 고개를 빼꼼이 내놓고 있을 것이다. 제주의 음악장르 발전을 위해 기억해야 할 역사로서!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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