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지역에서 양돈장을 폐업하면서 철거한 건축폐기물과 가축분뇨 등 수천 톤을 그대로 매립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도내 폐업양돈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8일 입장 자료를 내고 "수천 톤의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소재 폐업양돈장에 대한 공분이 들끓고 있다"면서 "제주도내 전 폐업 양돈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자치경찰은 건축폐기물 불법매립에 대한 고발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해 해당 폐업양돈장 부지에 상당량의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양만 무려 1600톤에 이르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에 더해 남은 분뇨까지 그대로 땅속에 파묻었다는 점이다"며 "굉장히 악의적인 형태의 환경파괴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업주는 총 4000톤의 폐기물을 신고했고 이 중 575톤만을 정상 처리했다"며 "현재 굴착된 1600톤 이외의 나머지 약 1800톤의 행방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 농장부지 깊숙이 더 묻혀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투기했는지 모를 일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더욱이 사업주는 자치경찰의 굴착조사 요구에 불응해 결국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 굴착을 진행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환경을 막대하게 파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한 파렴치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 셈인데, 그렇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불법매립이 더욱 분노를 사고 있는 이유는 양돈장을 폐업한 사업주가 그동안 악취저감 등 각종 보조금을 수령해 왔음에도 악취나 분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끼쳐왔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더해 폐업신고를 하면서 3억원을 보상받았음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매립하고 투기했다는 점도 공분을 사는 이유다"라며 "심지어 토양오염과 지하수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축분뇨까지 땅속에 그대로 파묻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고 깅조했다.
 
행정당국의 안이한 대응 및 부실 관리 문제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사업주가 신고한 폐기물이 4천 톤이고 실제 처리한 폐기물이 575톤이기 때문에 신고량과 처리량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행정에서 조금만 의심해 봤더라도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며 "게다가 3억 원의 보상을 했다면 그에 따라 폐업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하지만 이런 확인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업농장주가 보상은 보상대로 받고 폐기물은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행정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셈이다"고 힐책했다.

이어 "현재까지 폐업한 양돈장은 총 19곳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사업주가 자신의 행위를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폐업한 양돈장에서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제주도는 즉시 폐업양돈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폐기물 처리 신고량과 실제 처리량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현장을 직접 찾아 불법행위의 여부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폐업양돈장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8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제주시 상대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폐업 양돈장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송창권 위원장은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에서 폐업 보상금으로 3억여원을 받았으면서도 폐기물을 파묻는 일이 발생했다"며 "혈세를 받아먹으면서도 나쁜 짓을 했으니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제주시에서도 폐업 양돈장에 대해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강병삼 시장은 "제주시지역의 폐업 양돈장은 전체적으로 15개 있고, 이 중 10곳은 폐업 보상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