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도 1차산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업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모욕전 발언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벌인데 이어, 밤샘 농성까지 이어가며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지난 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후, 천막을 설치하고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오 도지사는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주도 1차산업 비중을 다소 낮추는 것은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3~4%까지 급격히 낮추는 도시 국가형 모델은 반대한다. 경관이 무너지면 제주의 자연환경.관광 메리트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2차 산업 및 제조업이 지금 건설업을 제외한 제조업이 4%인데, 이를 7~8%수준까지 높이는 것이 좋은 일자리 만들고 제주의 경쟁력 키우는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지사의 발언이 현실적인 발언이고 용기 있는 발언이다. 예전부터 1차산업 비중이 10%를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언급했었다"며 "친환경 농업, 청정 제주자연을 활용한 친환경 농산물을 얘기하지만 그건 희망고문"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농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무지의 소치"라며 "제주 농민들이 왜 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반증"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당선된지 100일밖에 안된 도지사가 자신의 농업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그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얘기하는게 말이 되는가"라며 "도민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의 목숨줄을 도지사가 쥐락펴락 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지사 일정을 이유로 거부되자 정무부지사 면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제주도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며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까지 항의가 거세게 이어지다, 농민들은 가까스로 도청 정문 앞에서 오 지사와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오는 17일 오전 9시 40분 도지사실에서 정식 면담을 갖기로 약속했다.

농민들은 우선 천막을 철거했다. 다만,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한다면 다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농민들은 김 의장에게도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도의회로 이동했다. 

때마침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서던 김 의장과 도의회 정문 앞에서 마주친 농민들은 "희망고문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표현이 부족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나중에 천천히 설명하겠다"며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김 의장과 농민들은 오는 18일 오후 면담을 갖기로 약속했다. <헤드라인제주> 

이창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