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의 직장생활 동행 '근로지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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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직장생활 동행 '근로지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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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이금주/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금주/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헤드라인제주
이금주/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2022년 1월,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입사하여 업무를 파악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장애인의 업무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제도였다. 문서를 작업할 때, 외근을 나갈 때, 전화 업무를 할 때 중증장애인이 업무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모습이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근로지원인이 어떠한 제도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체 장애지만 언어장애도 있다. 그래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맞닥뜨린 어려움은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었다. 매번 회의시간에 진행되는 업무 브리핑과 사업을 설명할 때 언어전달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고 두려움이었다. 보통 3번 중에 한 번은 상대방이 알아듣고 2번은 소통이 안 되는 상황들이 많았다.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쁜 동료들에게 매번 부탁하는 것도 미안했고 업무에 대한 심적 고통과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근로지원인 서비스 신청을 결심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근로지원인 제도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서비스를 신청한다고 해서 바로 매칭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필요한 시간에 맞는 근로지원인을 찾기가 어려워서 막막함이 날 억눌려왔다. 몇 개월 후 수행기관으로부터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이 왔고 그렇게 난관에 부딪히며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은 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통하여 업무처리가 편리해졌고 많은 양의 서류를 정리하거나 전화 업무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감도 생겨 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취업유지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다. 첫 번째는 신청 당시 나 역시 경험했던 부족한 예산문제이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장애인 취업유지에 중요한 제도인 만큼 관리도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 떨어졌다고 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고용안정에 위배되는 일이다.

‘근로지원인’이란 중증장애인의 직장생활을 지원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제19조의2 제1항 및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제82조 제2항 제9의2호에 따르면 근로지원인을 파견하고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정책자료 장애인 취업 분야에는 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는 “핵심적인 업무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장애로 인해 부수적인 업무(서류대독, 물품이동, 의사소통 및 고객응대, 심리적응 등) 수행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여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매년 중증장애인의 취업률 향상을 위한 이야기를 하면서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장애인이더라도 시설장이나 단체장이면 근로지원인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가 된다. 그 이유는 시설 또는 단체의 장은 급여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사업주이기에 근로자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단체의 시설장 또는 단체의 장은 사업주라는 개념보다는 근로자로서의 개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이 “중증장애인 사업주와 1인 기업의 사업주” 등에게 안정적인 직업생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의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모든 중증장애인이 원활한 직장생활을 위한 근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근로지원인 양성과 홍보를 확대하여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문제는 예산이겠지만 현장에서는 매칭이 잘 안되고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증장애인이 언제든 필요시에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매년 중증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루 빨리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이금주/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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