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죠" 임피제 신부님 추모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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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죠" 임피제 신부님 추모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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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스테파노)

제주도민을 사랑하신, 제주도 사람보다 더 제주 사람이었던, 아일랜드에서 오신 임피제 신부님(임피제 맥그린치 신부님) 선종 4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2022년 10월 2일 일요일, 이시돌 성당(성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가을바람을 타고 추모의 선율이 목장과 오름, 은총의 동산으로 퍼져나갔다. 
  
음악회는 한라윈드 앙상블의 연주, 펠릭스 합창단과 제주 가톨릭성음악 합창단의 합창, 그리고 성악가 강혜명의 성악으로 구성되었다.  
  
한라윈드 앙상블은 관악단이지만 정교하면서도 절제미를 발휘하여 성악과 합창 반주에 임해주셨다. 합창단원들이 모두 한라윈드에 칭찬하셨다. 한라윈드 앙상블의 음악적 격과 포용력은 높고, 크고, 아주 좋았다. 합창과 성악 소리가 관중석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우를 말끔히 정리해주셨다. 임 신부님께서는 이시돌 성당에서의 관악소리에 깜짝 놀라셨겠지만 “듣기에 참 좋다!”라고 하셨을 듯하다. 김승택 선생님과 김우신 지휘자님, 한라윈드 앙상블 모든 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성악가 강혜명 선생의 카치니 ‘아베마리아’의 독창과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의 곡 중 솔로는 임피제 신부님을 성당 안으로 모셔오기에 충분했다. 성당에서 듣는 강혜명의 독창은 저에게 신심과 예술에 의한 감동, 임 신부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안내해주셨다. 곡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은 제주 출신 고승익 교수님이 작곡하셨다. 부제는 ‘임피제 신부님에게 안식을’이다. 초연이었다.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 그들에게 자비를 안식을 주소서”라는 가사와 선율이 프레이즈별 음을 달리하면서 단계별로 상향하여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과 임피제 신부님에게로 이끌었다. 우리나라 가톨릭계에 고승익 교수님이 계신 것은 제주에게는 큰 위안이자 보람이고 보고(寶庫) 그 자체이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합창은 임피제 신부님이 가을 하늘길로 저희들에게 오셔서 펠릭스합창단과 제주 가톨릭 성음악 합창단이 연합하도록 안내했다는 마음이 든다. 합창하신 단원들은 연합하여 무대에 선 것에 대해 좋아하시고 쁘듯해 하신다. 제대로운 성음악을 즐길 수도 있어서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표현하셨다. 준비로부터 연습, 음악회 순간까지 긴밀한 소통과 움직임에 앞으로 이런 만남을 못할 이유가 없겠다는 동감이 만들어진 듯하다. 이영효 지휘자님과 음향팀에게도 감사드리고 싶다.   

선종 4주기 추모음악회는 크게 두 가지 의미였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음악을 통해서 임피제 신부님을 마음에 모셔오고 감사드리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임피제 신부님께서 저희들에게 주고 가신 숙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었을 듯하다. 임피제 신부님께서 주고 가신 숙제이자 언명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사랑하라”는 절대 언명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친 가족처럼 사랑하라.” “도민들 모두를 사랑하라. 종교를 떠나 도민들이면 누구라도 호스피스 병동을 알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라.” “가난 때문에, 죽음을 존엄하게 맞이하게하고 보내드리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다.” “성체를 모시듯 환자를 모셔라.”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눈으로 환자를 살펴보아라.” 오늘 추모음악회에서 읽고 들은 문구들이다. 모든 문구가 ‘사랑’이다.  
  
둘째, 과거의 부귀영화와 명예의 소중함보다는 현재의 문제에 직시하는 노력과 해결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오시는 분들에게 지난 이야기 하기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풀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반전과 반핵을 강조하셨다”는 표현을 15년을 임피제 신부님을 같은 공간에서 모시고 지냈던 마이클 리어던 조셉 신부님의 전언이다. 고향이신 아일랜드에서 직접 겪으신 영국과의 갈등과 아픔, 한국에서도 우리나라 전쟁의 아픔을 직접 보신 임 신부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고 항시 말씀하셨다 하신다. 또한 “자연과 환경에 대한 보호에 관심을 가지도록” 강조하셨다고 하신다. 숙제를 받고 귀가하는 느낌이었지만 수업 시간에 숙제를 받았을 때 들었던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셋째, 공동체의 부족한 점을 서로 돕고 자립하는 노력을 강조하고 실천하심이다. 실패는 긍정의 프레임으로 전환하여, 그 실패로부터 배움을 터득하는 방법을 안내해주었고, 직접 실천하셨다고 한다. ‘자립활동’의 중요성을 지역주민들에게 항시 안내해주셨다 한다.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교육, 의식까지 관심을 가지고 앞서 준비해주셨다고 한다. 
  
필자도 추모음악회는 처음이었지만 추모의 마음을 예술로 표현하게 되니 추모라는 하나의 ‘영(靈 sprit)’이 추가되면서 음악으로 더 몰입하게 되었다. “추모의 미학, 과거에 머무리지 말고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지역사회의 리더의 역할” 등이 오늘 현장에서 들었던 느낌의 문구들이다. 준비해주신 ‘제주 맥그린치 신부 기념사업회’, ‘(주)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 ‘임피제 신부님을 기억하는 사람들’ 모임에 감사드린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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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2022-10-03 12:07:34 | 223.***.***.14
오랜시간 기억 할겁니다.
그리고 간단한것 부터 실천해야 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르티나 2022-10-03 09:31:48 | 223.***.***.203
현장에서의 음악적 감동과 임신부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까지 전달되네요.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