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비료.농약 유입으로 인한 플랑크톤 이상 증식 추정"
제주시 "석화현상 추측, 자세한 사항 확인해 봐야...점검 나설 것"
제주 대표 하천 중 하나인 병문천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물질로 뒤덮이며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천 내부에 있는 풀들은 고사해 바짝 말라 바위에 눌어붙어 있었고, 주변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기도 했다.
환경단체는 오래전부터 도내 하천들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라며, 비료나 농약 유입에 따른 부영양화로 인한 플랑크톤의 이상 증식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석화현상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직접 현장을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로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27일 오전 방문한 제주시 도남동 소재 병문천 2교~3교 구간은, 멀리서 보면 눈처럼 보이기도 하는 정체 미상의 하얀 물질들로 뒤덮여 있었다.
병문천은 한라산에서 발원해 제주시 바다로 흐르는 제주 대표 하천이다. 장마철이면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하나, 그 외에는 건천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현재 이곳 약 150~200m 구간에는 천 바닥에 물이 고여 있던 곳을 중심으로 하얀색 물질이 잔뜩 껴 있는 상태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이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변의 풀들은 녹아버린 것처럼 힘없이 흐물흐물거리거나 바짝 마른 상태로 바위에 눌어붙어 있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물이 고여 썩을 때 나는 악취도 풍겼다.
천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랬다. 그러면서 농약 등 유해물질이 유입된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 ㄱ씨(30)는 "넓은 구간에 걸쳐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농약이 유입돼 비가 올 때 같이 흐른 흔적이 아닌가 싶다"며 "이것이 그대로 바다로 흐르면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올 텐데 제대로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ㄴ씨(63)는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종종 보이는 장면"이라며 "바다의 갯녹음처럼 하천의 갯녹음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환경단체는 제주 하천 곳곳에서 수시로 보이는 모습이라며 영양물질이 과다하게 유입되면서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해 하얀색을 띠게 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부영양화 현상은 비료의 질소나 농약의 인 성분이 천으로 흘러들면서 영양물질이 과다해지는 현상"이라며 "천 바닥 규조류 계통의 식물성플랑크톤이 이것을 양분 삼아 비정상적으로 번식해 하얀색 물질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관계자도 "풀이 탈색됐다면 농약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돌이 굴러 먼지나 파편이 쌓여 발생한 것일 수도 있고, 석화현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며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현장에 나가봐야 알 것 같다. 빠른 시일 내로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