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체험세대.유가족 연구 시급...'4.3학' 개설 미룰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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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체험세대.유가족 연구 시급...'4.3학' 개설 미룰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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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제주4.3 석.박사과정 개설 추진 토론회
"4.3, 더이상 정쟁.논쟁 안돼...후손에 전해주고 기억해야"
25일 열린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 ⓒ헤드라인제주
25일 열린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제주4.3을 체험한 세대와 유가족들의 기억을 조속히 정리하고 집대성해 후속 세대들에게 전하기 위해 학문으로서 제주4.3을 연구하기 위한 석.박사 과정 개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25일 오후3시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행정자치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는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 등 4·3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 창출을 위한 제도개선 및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재경4·3유족회 허상수 공동대표(前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맡아 ‘제주대학교 4·3학 협동과정 석·박사과정 개설의 세계적·시대적·교육적 의미와 추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제주대학교 김동전 부총장이 좌장을 맡고, 4·3특별위원회 한권 위원장, 제주4·3연구소 허호준 이사(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제주대학교 조성윤 명예교수, 제주4·3평화재단 양정심 조사연구실장, 제주특별자치도 강민철 4·3지원과장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 "4.3체험세대.유가족 이야기 후손에 전달, 제주대학교가 나서야"

주제발표에 나선 허 공동대표는 "4.3을 체험한 세대와 유가족들이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두루 정리하고 집대성해 후속세대들에게 전해주고 기억해야 할 순간들이 바로 지금 여기 어디쯤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4.3학' 협동과정을 개설하는데 조금만 더 신경쓰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내 이를 실현하는데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이유가 바로 지금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대학교 졸업생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학살의 광풍이 지난 뒤 1960년 4월19일 혁명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지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4.3의 진실을 찾아가는 개척자의 길을 닦았다"며 "제주대 학생들은 오랜 침묵과 굴종을 이겨내 1986년 4월3일 제주대학교에서 4.3위령제를 열고자 했고, 다음 해 4.3분향소를 차리고,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4.3대자보'를 내걸어 공론장을 형성하는데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허 공동대표는 "제주대학교는 '지역사회 미래선도 지역거점대학', '지구촌 인재 교류 활성화 글로벌대학', '따뜻한 창의적 인재 양성 전인교육대학', '지식.기술 개발로 국가발전 주도 연구중심대학'이라는 4대 목표를 세운 적 있다"며 "바로 이런 점에서 4.3학 협동과정을 석.박사과정으로 개설.운영할 만한 세계적.시대적.교육적 의미와 가치는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제주대 총장과 부총장, 교수들이 학문적 의지와 정성을 한데 모아나간다면 4.3학 협동과정을 바탕으로 한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인권.평화.생태 연구 교육의 거점대학으로 부상할 수 있는 무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따라 제주대는 2023년 3우러부터 4.3학 협동과정 석박사과정 개설을 당면목표로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4.3에 대한 체계적 조사 부족, 평화재단과 제주대 모두 책임"

토론에 나선 조성윤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는 "제주4.3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아직 크게 부족한 상태이며, 지금이야말로 깊이 있는 연구로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그런데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데에는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대학교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사회에서는 그 중에서도 제주대학교가 4.3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구를 갖추고, 연구자를 길러내는 역할을 등한시해온 책임을 느껴야 하며, 앞으로 연구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제주대학교 내에 4.3을 연구하는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학문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현안 해결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명예교수는 "앞으로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각 학과에 4.3에 대해 연구하려는 의지가 있는 대학원생들이 모여 연구 공동체를 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소가 아니라 '4.3학 협동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3학 협동과정'을 중심으로 제주4.3강좌를 개설해 전임 연구 인력이 이 강좌를 담당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며 "학내 모든 대학원생들이 수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4.3 석.박사 과정'도 중요하나, 대학생들에 알리는 일이 더 중요"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4.3의 확장을 위해서는 교양필수로 4.3을 대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이는 미래세대와의 만남 뿐만 아니라, 학부에서 교양으로 들은 그 학생들이 대학원이 들어가고, 그 학생들이 주목할 수 있는 4.3연구를 할 인재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또 "그동안 4.3과 관련해 학위논문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고, 이제는 추가진상조사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사실자료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래서 4.3과 진상규명의 의미를 거대 담론으로 알릴 수 있는 '거대한' 연구와, 지금까지 조사를 세밀하게 부분적으로 파고드는 '세밀한' 연구로 4.3연구의 지평을 넓혀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4.3 석.박사 협동과정을 제주대학교에 개설한다면 그 조직을 이끌어갈 전임 연구인력의 확보 등이 어떤 내용으로 계획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개설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를 보내지만, 그래도 학문 영역에서 4.3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5일 열린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 ⓒ헤드라인제주
25일 열린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 ⓒ헤드라인제주

◇ "4.3학 석.박사 활용 한정적...연구자 육성.지원이 중요"

허호준 제주4‧3연구소 이사는 "4‧3학이라는 게 말은 좋지만, 배출된 다음에 연구자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장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4‧3학 석‧박사과정 개설보다는 4‧3 연구자 육성을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기 4‧3 연구와 문화운동을 되돌아보면, 대학보다는 제주4‧3연구소 등 재야의 연구단체와 민예총 등이 4‧3 연구와 문화운동을 주도해왔다"며 "문화예술운동이 4‧3 진상규명 운동에 앞서 선도적으로 이뤄졌다. 이 시기 나온 4‧3 관련 논문들도 대부분 외부에서 나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우리가 언급하는 4‧3의 가치와 정신을 계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지평을 넓히고 알리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4‧3을 연구한 전임교원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며 "지난 20여년 동안 제주사회의 ‘4‧3 진영’은 지속적으로 제주대학교에 4‧3을 연구한 전임 연구자를 채용하라고 요구해 왔으나, 대학 쪽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가‧부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 이사는 "4‧3 연구자 육성 지원을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치단체가 연구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짓고, 유적지 정비를 위해 토지를 사들이고 기념관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4‧3 연구자를 키우는 데 인색해서는 4‧3의 이론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따라서 연구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을 공부하려면 꼭 제주대학을 와야 하는 것 아니다. 제주도내 한라대학, 관광대학, 국제대학도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며 "객관적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을 공모해서 선정되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 이사는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연구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야 연구자들이 배출될 수 있다"며 "당연히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에게는 논문 제출의 의무가 주어져야 하며, 세미나, 학술대회, 워크샵 등을 열어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는 대학 안에서 4‧3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강좌를 개설도 한 방법"이라며 "다양한 강좌라는 건 4‧3과 법일 수도, 4‧3과 문학, 4‧3과 예술일 수도 있다. 만일 4‧3과 법이라면 인권법 등을 특화해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지원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허 이사는 "또 연구만으로는 안되고,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며 "4‧3 운동 자체도 따지고 보면 문화예술운동이 선도했다. 이 분야의 청장년들을 육성하고 이런 게 문화예술로 육성돼야 한다. 연구와 문화예술분야에 모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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