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제주 대표 하천 '산지천'...쓰레기 나뒹굴고, 부유물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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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제주 대표 하천 '산지천'...쓰레기 나뒹굴고, 부유물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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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주변 술병.음식물 등 쓰레기 몸살...둑 주변은 오염물질 떠다녀
개발 바람에 비양심적 투기...주민들 "악취 심각, 환장할 노릇"
ⓒ헤드라인제주
지난 20일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 하류 구간에 오염물질이 잔뜩 떠다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 대표 하천인 산지천이 시민들의 비양심과 각종 개발사업의 부작용, 그리고 행정의 관리 미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천 주변은 쓰레기 천지이고, 보 주변에는 온갖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다.

취재진이 20일 오전 다녀간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 하류 구간은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하천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전 구간에 걸쳐 술병, 음식물, 쓰레기봉투 등이 투기돼 있었다. 또 천 내부에 수경분수를 조성하기 위해 설치된 보 주변에는 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오염물질이 잔뜩 떠다녔다.

산지천은 관음사 인근에서 발원해 산지포구까지 약 10km에 이르는 제주의 대표적인 천으로, 상류층은 건천이나 하류는 늘 물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부터 용출수가 풍부해 주민들은 이곳에서 식수를 얻고 빨래터로 활용해 왔는데, 산업화가 한창이던 지난 1966년 복개되면서 그 모습과 기능을 잃었다.

복개된 곳에는 시장들과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섰는데, 생활하수와 쓰레기가 끊이질 않고 유입되자 지난 2002년 또다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됐다.

이후 이 일대는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돼오고 있다. 지난 2015년 탐라문화광장이 조성됐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산지천 내에는 수경분수도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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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지 않는 산지천과 그 일대에 버려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 ⓒ헤드라인제주

하지만 산지천 오염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수경분수 조성을 위해 하천 중간에 설치된 수리구조물인 보(洑)가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녹조가 끼거나 부유물들이 발생하는 일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이 다녀갔을 때도 둑 주변에는 잡다한 오염물질이 떠다녀 오염은 물론 미관도 크게 저해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문화광장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들이 비양심적으로 버리고 간 쓰레기도 문제였다. 산지천은 음주금지 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술병과 먹다 남은 음식물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고 비닐, 플라스틱 등 쓰레기들도 투기돼 있었다.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한편, 바다와 만나는 구간인데 이렇게 오염되다 보니 비단 산지천뿐만 아니라 인근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지역주민 ㄱ씨(58)는 "주말 밤만 되면 술판에 고성에 쓰레기 투기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다"라며 "여기 단속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주민들은 환장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ㄴ씨(68)는 "옛날 산지천 모습은 하나도 없다. 나는 여기 천이라고 생각안한다. 천이 마를 때도 많은데 그러면 악취도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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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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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에 쓰레기가 버러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다이버를 동원하는 등 녹조류와 오염물질, 쓰레기를 제거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3억 원을 투입해 우수관과 오수관을 분리하고 주택에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부유물들이 생기고 있다. 

쓰레기 투기와 무질서한 음주를 막기 위해 곳곳에 현수막도 설치하고 경고문도 부착했지만 소용이 없어 보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산지천이 하천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복개공사부터 자연하천복원사업까지 모두 문제가 많았다. 수없이 우려를 표했었고 실제 그런 일들이 지금까지도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은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물론 이를 해결할 의지도 없다"며 "산지천의 제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 더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길을 막고 인위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부터 자연하천이라고 할 수 없다. 개발과 오염이 손쓸 수 없을 만큼 진행됐기 때문에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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