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기념관 '썰렁', 관광지는 '북적'...씁쓸한 제주 광복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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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기념관 '썰렁', 관광지는 '북적'...씁쓸한 제주 광복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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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제주항일기념관...같은 시간 근처 해수욕장은 인파로 북적
광복절 연휴 17만 명 입도...기념관 찾는 방문객은 하루 70명꼴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주항일기념관 내부 전경. ⓒ헤드라인제주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가운데 제주에서 다소 씁쓸한 광경이 연출됐다. 제주항일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항일기념관을 찾는 발걸음은 좀처럼 찾아 보기 어려웠던 반면, 기념관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은 아침 일찍부터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광복절 당일인 15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소재 제주항일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약 1시간 동안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겨우 10명 내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슷한 시간대에 함덕해수욕장에는 족히 70~80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지난 1997년 8월 15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303일대에 개관했다. 제주기미독립 만세운동의 지원지인 조천 미밋동산(만세동산)을 성역화하고, 제주지역의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전시해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자주독립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내부에는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영상관이 마련돼 있고, 외부에는 3.1운동 기념비와 만세동산이 있다. 

올해 기념관은 광복절을 맞아 '전도 태극기 그리기 대회 우수작 전시회', '어린이 대상 찾아가는 나라사랑 체험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설사도 안내데스크에서 일찍부터 방문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제주항일운동은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특한 점이 있다. 해녀항일운동, 무오법정사항일운동 등 많은 투쟁운동들이 지식인이 아닌 해녀, 농민과 같은 민중들에 의해 주도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이러한 상황들을 모형, 영상 등으로 알기 쉽게 잘 정리했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제주항일운동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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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제주항일기념관을 찾아온 사람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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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제주항일기념관. ⓒ헤드라인제주

하지만 이날 기념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시간 동안 주차장으로 들어선 방문객 차량은 기껏해야 2대뿐이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야외에 있는 3.1운동 기념비와 조천만세동산을 살펴보는 방문객도 전무했다.

기념관 관계자는 "하루에 약 50명 사람들이 기념관을 방문하는데 이번 광복절 연휴에는 20명 정도가 더 방문했던 것 같다"며 "오늘은 사람들이 조금 더 찾아 100명 정도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약 2.5km 떨어진 함덕해수욕장에는 이 모습과 대조적으로 일찍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수십 개의 파라솔 중 절반 이상에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바다도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로 빼곡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왔다는 ㄱ씨(43)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려고 제주에 왔다"며 "이 근처에 제주항일운동기념관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아이들에게도 유익할 것 같으니 시간 내서 한번 방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휴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약 18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이 광복절 덕으로 여름휴가시즌 막바지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제주항일운동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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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함덕해수욕장에 몰린 인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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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함덕해수욕장에 몰린 인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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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함덕해수욕장에 몰린 인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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