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관악, 언제 이런 희망이 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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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관악, 언제 이런 희망이 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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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청소년 관악단의 날, 중학교 부문 공연, 모두가 희망이었다. 2022년 8월 13일 오후 2시, 제주도 문예회관에 우리나라 ‘관악희망’이 모두 모였다. 제주도의 중학교 팀들 정말 대단했다. 눈물겨울 정도라고 해도 모자라다.
  
오늘의 기고는 각 팀의 공연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주관적 감성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싶다. 
  
첫째 팀, 동해 올키즈 윈드 오케스트라 팀이다. 작은 수의 멤버이지만 파트 구성과 충실도에서 훌륭했다. 연세 많은 지휘자님의 지휘와 노력, 연륜까지 브라스로 녹여 관객들에게 보내주는 듯 했다. 부드러운 소리의 지향이었다. 
  
종적인 발전(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그래야 관악단이 유지되는 그런 체계)은 이제는 의미가 많이 작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파트별 선생님들을 모셔서 도움을 받으면 어느 지역도, 출발이 늦었어도 훌륭한 관악단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별 한 두명이 연주해도 잘한다. 이는 독립적 학습체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내용으로든 지원이 있으면 가능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선배님들의 도움이 정신과 의지, 전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팀, 기장 청소년 리코더 합주단 팀이다. 리코더의 다양함과 폭넓음, 클래식함 등을 맘껏 표현한 합주단이었다. 연주하면서도 특수마스크를 만들어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선생님과 리더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크음악의 특성을 잘 모르지만 합주단이 모차르트 곡을 할 때는 바로크음악이 이런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음진행과 움직임이 한 방향, 화음 구성의 안정적임, 기교의 최소화와 흔들림이 없음, 강약과 속도의 변화는 최소화하고, 감정과 감성은 최소화시키면서 결국은 순수함을 느끼게 하는 연주였다. 
  
소프라노 리코더일까 잘 모르지만 안정된 감성적 기교는 가히 세계적이었다. 악보에 의존하지 않아야 제대로 연주해낼 수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았는지, 이끌리지 않고, 먼저 다른 파트들을 앞서 데리고 다니는 기교의 연주였다. 베이스 리코더, 콘트라 베이스 리코더 일 듯한 연주자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저 같은 경우 제주에서는 처음 보았으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셋째 팀, 제주 서중 한밝 윈드 오케스트라 팀이다. 실력이 출중하다. 중학생들도 훌륭한 연주를 하니 좋은 음악으로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중 음악을 들으면서는 추억과 음악이 만나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초중고대학을 거치면서 즐겨 연주했던 곡들은 머리에, 가슴에, 몸에 근육기억의 형태로 남아서 추억과 함께 다시 살아나 과거의 즐거움을 행복이라는 선물로 승화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넷째 팀, 제주 동여자중학교 한솔 윈드 오케스트라 팀이다. 섬세, 안정, 놀람, 풍부, 화음 등이 단어가 생각났다. 지도자의 훌륭함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하는 장면 연출이었다. 
  
어떻게 단원들에게 즐겁게 연주에 임하도록 할 것인가? 누가 연주를 통해서 자기계발에 도움을 보태도록 할 것인가? 누가 음악에 덧붙여서 학업의지를 가지게 해줄 것인가 등을 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퇴장 시에도 먼저 나가지 않고, 지휘대 옆에 서서 학생들과 선한, 착한. 용기를 주는 공감의 스킨쉽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의 결과가 이런 훌륭한 악단을 만들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소리방향에 고개 숙이는, 블랜딩에 포커싱하는 연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키운 제자들과 현 제자들의 만남을 연결시키는 모습, 공식 비공식 코치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관악을 통한 화합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런 무대였다. 
  
다섯째 팀, 밀양 청소년 관악단 ‘바람소리’팀이다. 공공의 지원의 결과는 무한 발전이라는 소중함을 여실히 보여준 악단 연주였다. 구성원들은 물론 관객들에게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발하게 해주었다. 과연 밀양 아리랑의 후예들의 에너지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에너지가 관악의 예술성을 만들어 제주에 바람으로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스 애빙이라는 학자는 정부의 지원이 예술가들을 과하게 양산하고,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지원을 줄여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밀양 ‘바람소리’는 “그게 아닙니다!”라는 확실한 반증의 자료를 제시했다. 정부의 지원이 ‘바람소리’와 같은 단체와 만났을 때는 전공자의 고용창출과 일반 아마추어 단원들에게는 음악소양 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악보에 표시된, 즉 작곡자의 의도를 최대한 표현하려는 풀편성. 풀편성에 맞는 악기의 준비는 감탄에 덧붙여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여섯째 팀, 서귀포 중학교 윈드 하모닉스 팀이다. 전통은 세우려고해서 세워지는 것이기 보다는 세워질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어떤 힘의 축이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관악인들의 열망 중 하나가 서귀 중학교 교악대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서귀 중학교 교악대는 우리 제주의 관악 전통에 하나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다. 전통은 정지된 용어가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 진행형이어야 하는 단어이다. 진행형이라 규정해야 그 전통이라는 단어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서귀 중의 교악대는 영원히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연주를 보면서 서귀 중학교 교악대의 영원지속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했다. 믿음직 스러웠다. 저는 서귀 중학교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서귀 중학교를 졸업하신 선배님들에게 한번 더 고개숙이고 싶어졌다.
  
일곱째 팀, 거창 청소년 관악단이다. 초중고대학교 학생들이 같이 활동하는 팀이다. “그래야 한다. 같이 가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을이 여러 세대가 공유해야 발전할 수 있듯이 한 지역도 그렇고, 한 관악단도 여러 세대들이 모여야 서로 학습하고 배울 것도 많고, 시스템도 안정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원들이 서로 마음이 모이니 소리도 모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블랜딩이다. 
  
곡 해석과 연주도 훌륭했다. 현상학자 메를르 뽕띠가 이야기한 것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비유와 딱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거창 청소년 관악단은 같은 곡을 해석하더라도 작곡자의 의도를 꾸밈음의 진행선율까지 찾아 해석하는 단체였다. 감동이었다. “이 곡 이 부분이 이렇게 연주해야 하는 것이었어!”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마지막으로 여덟째 제주제일 중학교 한얼 윈드 오케스트라 팀이다. 제일중학교는 두 번이나 육지부의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한 팀이다. 부럽고 훌륭한 역사이다. 그 학교를 거쳐간 선생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공립학교의 제약을 극복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시내 중학교의 선발주자는 아닐지라도 훌륭하고, 이제는 중심적 위치에 있는 듯 하다. 참여 학생 수도 가히 최고인 듯 하다. 선곡한 곡의 수준도 엄청났다. “제주는 관악의 메카가 맞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글의 결론제목은 “선배, 어른 관악인들의 과제”라는 표현이 될 듯 하다. 발전한 제주관악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 그 결과물을 도민과 관광객의 예술향유욕구와 어떻게 만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 그 중심축에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가 있을 것이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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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성맘 2022-08-14 18:21:52 | 223.***.***.228
이렇게 멋진 공연을 했다니..주말에 아이와 가볼걸 그랬어요..다음번에 할때 가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