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인가? 무장애 환경(BF)인가?
상태바
유니버설 디자인인가? 무장애 환경(BF)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인권이야기] 백재승 / 제주특별자치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백재승 / 제주특별자치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백재승 / 제주특별자치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우리나라의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는 2008년 화성시에서 최초로 지정되었고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2014년 12월 31일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하여 2018년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보면 ‘제주특별자치도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대한 기본적인 이념과 필요한 사항 및 도민, 사업자,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역할을 규정하여, 도민을 비롯한 제주에 머무는 모든 사람이 보편적인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신체능력,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개정 2016.9.28., 2018.11.21.)’라고 목적과 정의를 명시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유니버설 디자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탑동 제2공원 화장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여 리모델링을 진행하였고 화장실로는 도내 최초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보도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첫 번째 유니버설 디자인 화장실은 어떠한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화장실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화장실 내부는 정말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말 잘 만들어져있었지만, 화장실 건물 주 출입구가 문제였다.

현재 화장실 주 출입구를 보면 계단이라는 장애물로 인하여 이용이 어렵지 않도록 경사로를 설치한 형태로 유니버설 디자인보다는 무장애 환경(Barrier-Free)에 가깝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한계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거 리모델링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탑동 제 2공원 화장실 주 출입구는 무장애 환경이라고도 할 수 없다.

탑동 제2공원 화장실 주 출입구는 원래 리모델링 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이었다. 장애물 없는 완만한 경사의 주 출입구 접근로, 폭이 넓고 단차 없는 오픈형 문 형태의 주 출입구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법으로 이용하며, 차별받거나 낙인화되지 않으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 시범사업을 통해서 탑동 제2공원 화장실은 기존에 없던 계단이라는 장애물을 만들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여 휠체어, 유아차 등 이용자를 분리되도록 하였다.

리모델링 전 탑동 제2공원 화장실.ⓒ헤드라인제주
리모델링 전 탑동 제2공원 화장실. <사진=제주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헤드라인제주
리모델링 후 탑동 제2공원 화장실. ⓒ헤드라인제주
리모델링 후 탑동 제2공원 화장실. <사진=제주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헤드라인제주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천하기 전 7가지 원칙 중 첫 번째인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이 지켜지지 않았다. 장애 유무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은 눈에 띄거나 주목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특별한 배려가 오히려 종종 다른 이들과 선을 긋고 또 다른 다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원칙을 지키고 공평하게 같은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기 전에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과 목적은 같으나 방법, 전략이 다른 방식이 존재하여 혼동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보다 먼저 만들어져서 사용되고 있는 무장애 환경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과 무장애 환경은 확연하게 다르다. 무장애 환경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활동을 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장애물을 제거하여 사회활동이 쉬운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개념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를 포괄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하자라는 개념을 가지고 법적 기준을 넘어서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안으로 사용자의 만족도 향상까지 포함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노약자 혹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시범사업이 모두가 만족하고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에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개념과 필요성, 무장애 환경(BF) 등 다른 방식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도입 과정에서 다각적인 연구와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의 의견 수립을 통해서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을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었지만, 무장애 환경이 되어버린 탑동 제 2공원 화장실 같은 사례는 다시 없어야 하며, 끊임없이 발전시켜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표준이 되어 누구도 차별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의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제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재승 / 제주특별자치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