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파손되고 작은 안내판조차 없어...시민들 "처량해 보여"
베트남전에 파병돼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전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약 16년 전 제주시충혼묘지 입구에 설립된 '베트남첨전위령탑'.
위령탑은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에 앞서 지난해 6월 제주시 연동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으로 옮겨졌는데, 이설공사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처량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살펴본 제주시 연동 산 132-2번지 소재 베트남참전위령탑은 흙과 자갈로 너저분하게 만들어진 비포장 진입로, 외벽이 없어 흙으로 둘러싸인 내부, 위령탑 내에 잔뜩 쌓인 모래와 먼지 등으로 그 위상이 심각하게 추락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안내 표지판도 설치돼 있지 않아, 아주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이곳이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 장소인지 알 수도 없었다.
베트남참전위령탑은 베트남 참전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뜻을 기리고자 지난 2006년 6월 제주시충혼묘지 입구에 국비 2억 1200만원, 도비 2억원, 베트남참전현충회 자부담 1억 3000만원을 들여 조성됐다. 이후 국립제주호국원 개원 당시 제주시충혼묘지가 이설되면서, 위령탑도 지난해 6월 현재 위치로 옮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설공사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위령탑의 모습은 굉장히 초라했는데, 공사가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사후관리가 한 번이라도 이뤄진 적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주변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위령탑으로 향하는 약 10~15m 길이의 진입로는 기본적인 아스팔트 포장공사조차 되지 않은 채 매우 부실하게 조성돼 있었다. 흙과 자갈이 너저분하게 깔려 있어 그 모습이 공사현장을 방불케 했으며, 이곳을 올라갈 때마다 뿌연 먼지가 일곤 했다.
진입로 양 끝은 시멘트로 마감처리 되어 있었는데, 공사를 하다 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지저분한 상태였다. 길 곳곳에 떨어져 굳어버린 시멘트 자국도 미관상 매우 보기 좋지 않았다.
간단한 외벽도 만들어지지 않아 위령탑은 흙으로 대충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일대 전경이 매우 초라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흙더미는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부실한 상태이기도 했다.
위령탑 내부 곳곳에는 흙자국과 먼지가 잔뜩 쌓이기도 했는데, 관리가 좀처럼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석 곳곳은 깨지고 갈라져 있었고, 임의 명각 논란이 일었던 위령탑은 초록색 테이프로 해당 부분만 임시방편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위령탑 주변에 어떤 안내판과 표지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아주 가까이서 비석을 확인하지 않으면 이 장소가 어떤 의의가 있는 곳인지 알 수 없기도 했다.
이날 고사리를 캐러 왔다던 주민 ㄱ씨는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분들의 처지가 말이 아닌 거 같다. 비석 크기만 크게 할 게 아니라,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이렇게 마지못해 한 것처럼 해버리면 누가 오고 싶어하나"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어승생한울누리공원으로 성묘를 하러 왔다는 주민 ㄴ씨도 "큰 비석 하나가 있는데, 멀리서 봤을 때 알 수가 없어 확인해보러 가까이 왔다. 그런데 공사가 안끝난 거 같아서 안들어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올라가길래 따라서 갔다"며 "굉장히 의의가 있는 비석인데 신세가 처량하기 짝이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이설공사는 끝났지만, 추후 지속적으로 보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공사 개요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진입로 비탈길 바닥공사나, 이외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부서의 예산만으로는 이 모든 부분을 정비하기엔 여력치 않다"며 "관련 기관들과 얘기를 하고 있고 협의가 되면 지원을 받아 보완을 하겠다"고 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