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추념식, 6살때 가족 모두 잃은 유족사연에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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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추념식, 6살때 가족 모두 잃은 유족사연에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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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춘희 할머니 사연 소개..."4.3은 우리 가족 모두를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배우 박정자씨.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배우 박정자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는 4.3당시 6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형제 모두를 잃고 한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강춘희 할머니(77. 제주시 삼도2동)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 유족의 사연은 배우 박정자 씨가 독백하며 할머니의 마음을 표현, 더 큰 울림을 전했다.

"저는 4.3으로 제 가족을 모두 잃었습니다. 토벌대에 연행되어 지금도 소식을 알 길 없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모진 고문 속에 목포형무소로 이송 중 돌아가신 할아버지, 주정 공장에 잡혀간 어머니와 한 살 배기 젖먹이 내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배고파 우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매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3살 때까지 걷지도 못하다 세상을 떴습니다."

강 할머니는 "4.3은 화목했던 우리 가족을 모두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면서 "살아남은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6살의 저는 참으로 막막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어 "제 마음 속 더 큰 피해자는 우리 할머니, 어머니이다. 할머니는 아들인 제 아버지를, 어머니는 아들인 제 동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엄마 품에서 떠난 손주를 아무도 모르게 직접 묻고, 아픈 몸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주정공장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구타를 당한 어머니는 아픔과 한을 품은 채 사시다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당신의 품에서 떠난 어린 아들의 기억만은 꼭 붙들고 계셨다"고 했다. 

"(4.3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도망가라 아가야, 어서 도망가, 저 대나무밭 속으로, 담 너머 어서 숨어라.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불구덩이 속에서 어린 제 동생을 구하고 계셨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게 가여워 출생 신고도 하지 못한 그 아들 말이다."

박정자씨가 이 사연을 소개하는 동안 유족들은 크게 흐느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옆에 자리해 앉았던 강 할머니는 오열했다.

사연을 낭독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박정자씨도 강 할머니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뒤이어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가수 양지은의 추모곡 '상사화'의 애달픈 선율로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사연이 전해지는 동안 장내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사연이 전해지는 동안 장내에서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한 배우 박정자씨가 유족 강춘희 어르신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 사연을 소개한 배우 박정자씨가 유족 강춘희 어르신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추모곡 '상사화'를 부르고 있는 가수 양지은. ⓒ헤드라인제주
추모곡 '상사화'를 부르고 있는 가수 양지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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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냥 2022-04-03 14:21:19 | 39.***.***.11
양지은 가수님 제주도민들께서 부디 평안하시길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