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천연기념물 '발자국 화석단지' 수난....모자반.쓰레기로 뒤덮였다
상태바
제주 천연기념물 '발자국 화석단지' 수난....모자반.쓰레기로 뒤덮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귀포 사람.동물 발자국 화석단지, 악취에 유적지 훼손 우려
시민들 "천연기념물 관리를 이렇게 하나"...제주도 "상시 점검 나설 것"
ⓒ헤드라인제주
27일 오전 서귀포 사람.동물발자국 화석단지에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헤드라인제주

구석기 시대에 형성된 사람.동.식물 발자국 화석 수천여 점이 대규모로 발견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의 '사람.동물 발자국 화석단지.'

제주에 살았던 호모 사피에스의 흔적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되는 등 대규모의 자연사 유적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커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되기도 한 이곳이 지금은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로 인해 심각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오전 서귀포 사람.동물발자국 화석단지는 곳곳에 괭생이모자반이 뒤엉켜 있고 잡다한 쓰레기가 쌓이면서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기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쓰레기가 유적지를 덮치면서 훼손될 우려도 굉장히 커 보였다.

'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 산지'는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뿐만 아니라 코끼리, 노루, 사슴, 절지동물, 식물 등 다양한 종류의 화석이 발견돼 지난 2005년 9월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됐다.

드넓은 서귀포 바다와 형제섬의 조망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올레길 10코스도 조성돼 있어, 날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특히 이날은 산뜻한 봄 날씨와 만개한 유채꽃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잡다한 쓰레기가 쌓여 있는 발자국 화석단지.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화석단지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유적지는 이러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참담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곳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들 때문이다.

괭생이모자반은 어느 특정 지점이 아닌 유적지 인근 해안가 전체에 걸쳐 쌓여 있었고,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대형 폐그물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비닐, 담배꽁초 등 수많은 쓰레기들도 유적지에 쌓여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관심 갖고 있다는 그 명성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모습이었다.

미관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유적지가 훼손될 수도 있는 우려되는 상황도 목격됐다. 표본조사를 위해 발굴된 터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었는데, 날카로운 물건들이 상당히 많았다.

ⓒ헤드라인제주
쓰레기와 괭생이모자반이 부패하며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잡다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화석단지.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화석단지 인근 사계해안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 ⓒ헤드라인제주

이날 유적지를 방문한 시민 ㄱ씨는 "제주에서도 독특한 화산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여기 유적지와 사계해안인데, 쌓여 있는 모자반과 쓰레기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들을 종종 보긴 했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도에서 가족들과 여행 온 관광객 ㄴ씨도 "악취가 너무 심하다. 쓰레기도 많아서 사진찍고 싶지도 않다"며 "천연기념물인데 관리, 보전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제주의 아름다운 장소들이 황폐화되어 가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있는데, 여행 올 때마다 씁쓸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남풍이 부는 4월부터 9월까지 중국발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이 밀려든다. 최근에는 태풍급 강풍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유독 많이 밀려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자반과 쓰레기 수거작업은 날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상시로 한다. 2~3명이서 하는데, 태풍이나 강한 파도가 쳐 쓰레기가 많이 쌓일 때는 자원봉사자 등 인력을 추가로 모집해 수거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위는 광범위한데 인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수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보다 자주 점검 나가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유적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