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를 뚫고 우리를 배려하러 온 국제합창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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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를 뚫고 우리를 배려하러 온 국제합창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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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저는 이 시국에 제주문예회관으로 갔다. 제6회 국제합창축제와 심포지엄 행사 개막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마스크를! 무대에서도 관악기만 빼면 모두 마스크! 합창선율은 만드는 것도 좋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래서 모인 분들이었다. 제주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영상으로는 전 세계에서!
  
23일 공연과 세미나, 24일 폐막연주회와 25일 합창워크숍까지 이어진다고한다.
  
축제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지루함을 끊는 매듭을 만들어준다. 매일 같은 일상으로만 이어졌다면 우리는 모두 우울! 축제라는 매듭이 있어서 지루함을 단절시키고,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코비드 상황에서 국제합창축제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둘째, 지역성을 품어내고 지역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주의 축제들은 제주의 삶을 우선 표현하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주인들도 즐거워하고, 관광객들도 좋아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포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거리두기로 500석! 만석이다. 밖에서는 대기! 

셋째, 형이상학적 힘을 발휘하여 전쟁도 멈추게 할 정도로 우리의 영혼을 모으고, 즐기고, 치유하게 한다. 그리스 도시 동맹들도 전쟁을 위한 병력동원시에 가장 큰 걱정은 한 도시국가에서 축제가 시작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전쟁이 스톱되었다고한다. 국제합창축제는 코비드를 멈추게 했다. “코비드여 예! 거기 섯거라!”
  
문예회관에 도착하여 제주 합창의 궤적을 복기해보려 했다. 1963년 안익태 선생이 제주에 와서 합창지휘를 했다고 한다. 애국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60년 전이다. 탐라합창제가 1990년 시작되었다. 대학생으로 참여해서 수상까지 했던 그 감회가 새롭다. 그 이후 탐라전국합창축제와 노력(지금은 제주국제합창제). 그리고는 오늘 있었던 “국제합창축제와 심포지엄”의 흐름으로 이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김희철 총감독님까지 귀향하시고 이끌고 계셔서 미래로의 복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느낌 중에 좋았던 것은 ‘젊다’는 것이었다. 합창선율도 젊었다. 음악의 구성 짜임새도 젊었다. 실내악 앙상블과 피아노의 반주, 남성 5명에 여성 30여명의 합창, 지휘자의 엄격하게 분할한 박자신호와 소박하면서도 구체적인 움직임. 관중들까지도 순응하고 싶게 이끄는 ‘젊은 이끎’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관객들은 불가능한 꿈을 꾼다.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저 무대에 서면 어떤 느낌이들까?”
  
합창축제 개막식을 위한 곡들은 끊임없이 제주를 알리려 노력하고 표현하려고 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반주부문과의 교감도 이룰 데 없이 좋았다. 곳곳에서 플륫과 첼로의 리드가 복선을 깔면서 작곡의 위대함을 맘껏 자랑하고 지나가는 듯 했다. 
  
“해녀의 삶”이라는 곡(이현철 작곡)은 애절함을 끝없이 아름답게 표현했고, 페르마타라고하는 기법, 즉 음을 충분히 늘어뜨리면서 관중들을 무대와 음악속으로 끌어들이는 부분도 참 좋았다. 해녀분이 직접 나오셔서 노동요로서 ‘이어도사나’라는 곡을 곡 중 찬조(?)할 때는 “서양과 동양이 교감함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 제주”(이영조 작곡)라는 곡을 들으면서는 “제주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혹 제주 분인가하는 생각도 했다. 마음 깊은 곳을 여행하듯 선율이 천천히 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러가고, 그 느린 선율에서‘제주의 깊은 숨’을 노래했다. 나와 제주를 알아차리기 위해 심호흡을 깊게, 그리고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돌또기를 우리와 가깝게, 우리의 이야기로 수줍음과 사랑을 표현해주어서 제주사람으로서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런 대규모 축제를 이끄는 데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공공부문의 협력, 음악인들의 협력, 지역주민들의 관객으로서의 협력, 언론의 격려와 조언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 모두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의 협력은 제주와 후손이 즐거울 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마치면서, 제주지역의 다른 모든 축제, 모든 예술가들은 힘내시고, 협력의 과실을 최대한 키우시길 기도합니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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