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무너지고 잡초 무성...개발 바람에 폐허된 '제주도 전통 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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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무너지고 잡초 무성...개발 바람에 폐허된 '제주도 전통 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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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내려앉고 녹슨 펜스에 가려지고, 곳곳 폐허 수준 변모
시민들 "여기가 신당이라고?"...신당 300여 곳 중 문화재 단 5곳
ⓒ헤드라인제주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변에 있는 신당이 온갖 쓰레기와 함께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섬 고유의 전통신앙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신당 상당수가 최소한의 관리도 없이 오랜 시간 폐허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마을의 오랜 역사와 독특한 신화를 담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신당의 돌담과 지붕은 전부 무너지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내도동과 도두동, 용담동 소재 신당 3곳은, 모두 원형이 크게 훼손된 채로 수년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올레길17코스가 조성돼 있고, 동글동글한 몽돌로 이뤄져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변 어느 구석에는 길이 5~6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돌담으로 된 신당 하나가 있었다.

제단과 궤를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신당의 모습이었으며, 최근 누군가 제를 올렸는지 귤,감 등 과일이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안내판 등이 없어 정확한 명칭과 용도를 알 수 없었다.

특히, 신당 주변에는 합판, 담배꽁초 등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잡초도 무성하게 자라있었으며, 돌담도 일부 무너져내려 가까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도저히 신당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폐허가 돼버린 신당 뒤로는 카페들과 음식점, 잘 가꿔진 올레길이 나 있었는데, 이 모습이 큰 대조를 이뤘다.

신당 주변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합판 등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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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내 제를 지낸 흔적. ⓒ헤드라인제주

올레길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주시 도두동 소재 사수항이 있다. 그곳에서 채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올레길과 해변 사이 쓸쓸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신당 하나가 있었다.

이 신당에서도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안내판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잔뜩 녹슨 펜스에 둘러싸여 흉물처럼 보였고, 위험시설로 오해되기도 했다.

펜스를 열고 내부를 살펴보니 최근까지도 제를 지낸 흔적이 역력했는데, 신당 주변에는 쌀이 흩뿌려져 있었고 향과 초가 태워져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신당을 포위한 펜스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와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인해 섬뜩하고 스산한 느낌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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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두동 사수항 인근 신당이 잔뜩 녹슨 펜스에 가려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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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내부 신당 모습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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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주변에 쌀알들이 흩뿌려져 있다. 최근까지도 제를 지낸 흔적이 역력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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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내 모습. ⓒ헤드라인제주

상황은 제주시 용담삼동 어영공원에 위치한 신당도 마찬가지였다.

사수항에서 동쪽으로 약 1km를 가면 도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 어영공원이 있다. 아름다운 제주바다와 드넓은 하늘이 한눈에 보여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에도 난간 밖 구석진 곳에 신당이 있었다.

하지만 신당은 난간과 높게 자란 풀들에 전부 가려져 있어 멀리서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는데, 신당의 지붕 전체가 파손돼 내려앉아 있었고 돌담도 상당수가 훼손돼 있었다.

이날 어영공원은 정비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던 그 상황과 비교했을 때 신당의 신세는 초라하기만 했다.

내도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시민 ㄱ씨는 "수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신당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고, 사실 크게 관심 갖고 있지도 않아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옛날부터 마을의 신성한 곳이었을 텐데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사수항 주변을 산책하던 시민 ㄴ씨는 "이런 곳에 신당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저것이 어딜 봐서 마을의 소중한 유산인가. 녹슨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금기시설로밖에 안보인다"며 "제주에서는 전통신앙이 옛부터 중요했는데 현재 상황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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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담동 어영공원에 위치한 신당. 지붕이 전부 내려앉고 돌담이 무너지는 등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현재까지 알려진 제주에 존재하는 신당은 약 300여 곳이다. 하지만 수백 개의 신당 중 제주도민속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는 곳은 송당본향당, 새미하로산당, 와흘본향당, 수산본향당, 월평다라쿳당 5곳뿐이다.

이외의 신당들은 비지정 문화재(문화재보호법 또는 시·도의 조례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마을이 흩어져 공동체가 와해되고, 무속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급속히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조정현 전문연구위원은 16일 오전 <헤드라인제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제주 전통 제의나 당굿을 보존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있으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12월 29일 제주특별자치도 마을전승의례 지원조례가 제정됐고, 이에 기반해서 도는 마을의 제의나 당굿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제의를 지낼 때 일정한 액수를 지원하는 정도고 직접적인 관리는 마을이 맡아서 자체적으로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어업이 활성화된 곳은 어촌계가 있으니 나름 관리가 되는데, 내도동, 도두동, 용담동은 공항처럼 대규모 개발사업과 도심화가 빠르게 진행된 곳이라 마을 주민들이 흩어지고 정체성이 모호해져 마을 전통 제의나 신당의 보존이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에서도 올해 마을 공동체 제의에 대한 지원이 더욱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내년에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면서도 "마을 주민들과 시민들의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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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름 2022-04-14 14:49:53 | 180.***.***.61
마음이 아픈 기사네요.. 제주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죠. 신화가 살아있는, 그리고 살아넘쳐야만 하는 그런 공간이죠.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하는 것이 공동체의 면에서도, 장기적인 면에서도 좋을텐데,,,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네요. <천지왕본풀이>, <삼승할망> 등 신화 속 가치가 단순히 텍스트에 짓눌리지 않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