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파이고 토양 유실되고...제주 서우봉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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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파이고 토양 유실되고...제주 서우봉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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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행렬에 바닥 드러나...원형 훼손.식생 파괴 우려
산책로 난간.야간등 파손...'일제동굴진지'도 정비 시급
ⓒ헤드라인제주
지난 13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 정상부 바닥이 전부 드러난 모습. 바위들도 깨지고 조각나는 등 원형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에메랄드빛 제주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올레길 코스가 조성돼 있어 도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소재 서우봉.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으면서, 오름의 훼손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살펴본 서우봉은 수많은 탐방객들의 발걸음에 곳곳의 토양이 유실돼 바닥이 파이고 원형이 훼손돼 있었다. 또 일부 경사지는 허물어져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일제강점기 때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동굴진지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었으며, 산책로 난간과 조명 등의 시설물도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서우봉은 한라산의 기생화산으로, 해발 113.3m며 높이는 106m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제주 동쪽 바다의 조망이 좋고, 올레길 19코스가 있어 해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오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끊이질 않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오름의 훼손은 회복할 틈도 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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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의 토양이 유실되고 바닥이 파이면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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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드러난 서우봉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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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의 토양이 유실되면서 바위가 전부 드러나 있다. 식물들은 맥없이 듬성듬성 자라거나 아예 자라지 못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어느 곳 하나만 얘기할 수도 없이 대부분이 파이고 드러나 있었는데, 일부 구간은 심각한 토양유실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큰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오름 정상부는 바닥이 드러나다 못해 그 위의 바위까지 갈라지거나 조각나 있었으며, 사람들이 통행하는 구간에는 풀이 듬성듬성 있거나 아예 자라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식생 파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또 일부 경사지는 무너져내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어 관리가 시급해 보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군사 시설로 구축돼 민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동굴진지는 썩은 나무가 내려앉아 붕괴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진지 입구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동굴 내부에는 이끼가 잔뜩 껴 있었으며, 탐방객들의 휴식을 위해 조성된 의자는 전부 파손돼 있었다. 

산책로 시설물 역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부 난간은 파손된 채 버려져 있다시피 방치돼 있었고, 조명등도 상당수가 깨지고 고장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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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가 동굴 밑으로 내려앉기 직전인 일제진지동굴. 내부에는 이끼가 잔뜩 껴 있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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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주변에 설치된 의자들이 파손되어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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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된 산책로 난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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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조명등. ⓒ헤드라인제주

이날 서우봉을 산책하던 마을 주민 ㄱ씨는 "옛날 서우봉의 모습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출입금지 구역에도 발자국이 찍혀 있고, 쓰레기도 곳곳에 버려져 있고 훼손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쉬기 위해 오는 곳이지만 자연도 쉬어야 한다. 관리 방안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에서 여행을 온 관광객 ㄴ씨는 진지동굴을 보고 "역사적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고 중요한 곳인데, 현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스산한 느낌만 받아서 그냥 나와버리고 싶었다"며 "최소한의 관리조차 하지 않는 거 같다.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제주도는 탐방객 증가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부 오름을 대상으로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상당수 오름들에는 사유지가 많아 토지주와의 협의를 거쳐야만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할 수 있다. 현재 도내 오름 368개 중에서 국.공유지로 지정해 관리되고 있는 오름은 164개뿐이다.

최근에는 새별오름과 금오름 등 대표적인 오름들의 훼손 정도가 심각해지자, 환경단체들이 오름 탐방 예약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오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물찻오름의 경우 10년 넘게 휴식년을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휴식년을 할 수도 없고 휴식년 오름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도 없다"며 "탐방 예약제를 통해 제한된 탐방객 내에서 탐방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오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초기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서우봉 훼손 대책 마련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나 별도의 정비사업을 계획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제주시 및 유관기관들과 조만간 논의를 해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동굴진지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확인하고 있지만, 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한 훼손이 커 쉽게 정비공사를 추진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보존해야 하는 가치가 크고 탐방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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