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점멸신호등서 차량 '쌩쌩'...길 건너는 시민들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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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점멸신호등서 차량 '쌩쌩'...길 건너는 시민들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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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대학교 사거리, '빨간' 점멸등에도 차량 질주...보행자 안전 '뒷전'
유치원.학교 밀집 구역에 보행 신호 전무...아이들 "무서워요"
ⓒ헤드라인제주
3일 오후 제주시 한라대학교 정문 앞 사거리에서 차량들이 빨간 점멸신호등에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는데도 일시정지 없이 주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어린이들이 수시로 지나다니고 차량 통행이 많은 제주 한라대학교 인근 도로가 3색 신호등이 아닌 점멸신호등으로 운영되면서 교통혼잡이 벌어지고 보행자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운전자들이 점멸신호에 대한 최소한의 교통법규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3색 신호등을 설치하고 차량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제주시 '한라대학로'와 '정원로'가 교차하는 한라대학교 정문 앞 사거리는 점멸신호등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었는데, 차량들은 보행자가 있어도 일시정지, 감속 없이 주행하는 모습을 수시로 보였다. 

보행신호등이 없어 길을 건너지 못하던 시민들은 오랜시간 눈치를 보다가 차량이 지나가지 않을 때 황급히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야만 했다. 

제주 한라대학교 정문 바로 앞에 조성된 이곳 사거리는 인근에 방일리 공원, 탐라도서관이 있어 차량과 버스 통행이 많고 시민들도 수시로 지나다닌다. 

'한라대학로'는 왕복 6차선 도로로, '정원로'는 왕복 4차선 도로로 조성돼 있었는데, 이 도로 인근에는 금호유치원, 노형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제주고등학교 등 학교들이 들어서 있어 학기 때 많은 학생들이 이 길을 통학로로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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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점멸등에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는데, 한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한 이후에야 정지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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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횡단보도 위에 정지한 차량들 사이로 길을 건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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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신호로 운영중인 신호등.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이곳 신호등은 전체가 점멸신호등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도로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량들로 인해 한순간도 빠짐없이 난잡한 교통 양상을 보였고, 보행자들도 매 순간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야만 했다.

특히 일부 구간은 일단 정차해야 하는 '적색 점멸등'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었는데도, 차량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행자가 있어도 일시정지 없이 주행했다.

한 차량은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하다 급정거를 했다. 뒤따라 오던 차량이 이에 놀라며 황급히 클락션을 울렸는데, 동일한 상황은 수십 번 반복해서 일어났다.

다른 차량은 직진으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교차로에서 오던 버스가 속도를 낮추지 않고 질주하자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하는 아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 한 시민은 차량 통행이 잠시 정체된 틈을 타 횡단보도를 황급히 뛰어 건너는 등 보행자들의 안전에 대단히 위험한 상황들이 자주 목격됐다.

또 다른 횡단보도에서는 한 어린이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지만, 차량들은 적색 점멸등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노심초사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횡단보도를 벗어나 길을 건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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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한 대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시민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길을 지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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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 ⓒ헤드라인제주

해당 어린이 ㄱ양은 "학원 때문에 이 길을 자주 다니는데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항상 같이 다니신다. 오늘은 혼자 길을 나서게 됐는데 차들이 양보를 해주지 않아서 많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 ㄴ씨는 "편의점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길을 건너는데 항상 조심한다. 지금 시간대는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을 때라 이 정도는 양반"이라며 "어른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정말 많이 다니는 곳인데 차들이 너무 위험하게 운전하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제주자치도에바란다' 게시판에도 '한라대학교 정문 쪽 신호등을 켜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시민은 "이곳은 신호등이 다 꺼져 있어 차 앞쪽을 들이 밀지 않으면 좌회전이 어렵다"며 "탐라 도서관이 근처에 있어 아이들도 자주 다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른도 긴장되는 곳인데, 아이들이 건너자니 얼마나 두려운 곳이 되는지 행정당국은 알지 못한다"며 "아이들은 신호등을 건널 때 반씩 건너야 길을 지날 수 있다며 중앙선에서 멈춰 기다린다. 중앙선에 아이들이 서있어도 양보해 주는 차량은 10대 중에 2대 있을까 말까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들도 좌회전을 하느라 눈치를 본다. 보행자의 안전은 뒷전"이라며 "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가는 차가 많은 도로의 신호등을 왜 꺼두는 것인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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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부모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차량은 보행자 바로 앞에서 정차했다. ⓒ헤드라인제주

점멸신호등은 주황색 점멸 신호와 적색 점멸신호로 구분된다. 주황색 점멸등은 주변 차량 통행과 안전표지 등에 유의하며 서행으로 통행하라는 신호다. 

반면 정색 점멸등은 일단정지부터 해야 한다. 이후 차량 통행과 주변 보행자 유무를 확인한 후 서행하며 지나가야 한다. 만약 정차 없이 곧장 통행하면 도로교통법 제31조 위반으로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곳 도로에서는 주황색 점멸등은 물론 적색 점멸등에서도 일시정지하는 차량을 볼 수 없었고, 이들 차량을 단속하는 경찰도 없었다. 

보행자 안전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고, 이 때문에 3색 신호등의 설치와 차량 단속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제주자치경찰 관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해 현장 모니터링을 몇 차례 진행했고, 유관기관들과 대책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들 신호기 설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도 "하지만 신호기 운영은 현재 도로 구조상 불가능하고,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이 진행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은 코로나 상황 등으로 예산이 삭감돼 지금 당장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다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서들과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상시적인 단속은 불가능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대책 회의를 개최해 최소한의 단속 및 지도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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