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버스정류소, 교통약자 접근성 외면...갈 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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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버스정류소, 교통약자 접근성 외면...갈 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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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노선 정류소 74곳 모니터링 결과, 모두 '미흡' 결론
정류소 연석단차 높고...휠체어 동선 미확보...유도블록 등도 미비

제주에서 모두가 편리한 무장애 도시 조성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버스정류소 대부분에서 교통약자 접근성은 여전히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최희순)가 장애인당사자 7명으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지난 9월 6일부터 31일까지 제주시내 저상버스 노선 버스정류소 74개소의 교통약자 접근성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나타났다.

이번 모니터링은 버스 이용에 지속적인 문제가 되고있는 제주시내 버스정류소의 교통약자 및 장애인당사자의 접근성 실태를 파악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교통약자 및 장애인당사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조성 및 이동권 확보를 위해 실시됐다.

모니터링에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 제시한 이동편의시설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을 토대로 △경사로가 설치되는 연석단차의 높이 △휠체어 활동공간 확보 여부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이용자의 동선 분리 여부 △시각장애인 점형블록 설치 여부 △선형블록 설치 여부 △버스정보 안내판 설치 여부 및 설치 높이 △점자안내 및 음성안내 제공 여부 △버스정보안내기기(BIT) 설치 여부 및 설치 높이 등 8개 기준에 대해 중점 확인됐다.

이 결과 74개 버스 정류소 중 8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한 정류소는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정류소에서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가로막는 문제들이 확인됐다.

확인된 내용을 보면, 우선 63곳(85%)의 정류소에서는 연석단차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게 설치되어 있어 저상버스 경사로 설치에 어려움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또 63곳(85%)의 정류소에서는 내부에 휠체어 활동공간을 확보하지 않아 휠체어 이용자의 원활한 이동 및 승차대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류소가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이용자의 동선 분리가 확보되지 않아 동시 이용 시 동선 충돌의 우려가 확인된 정류소도 64곳(86%) 있었다. 

또 절반 이상의 버스정류소에서는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설치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버스정류소 접근성이 매우 미흡함을 보여준다. 

버스정보 안내판은 72곳(97%) 대부분의 정류소가 적합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점자안내 및 음성안내의 경우 16곳(22%)의 정류소가 점자안내 또는 음성안내 둘 중 하나만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58곳(78%)의 정류소에서는 점자안내 또는 음성안내 둘 다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시각.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아이 등의 정보 접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바닥의 구조와 재질 부적합, 버스정류소 관리 소홀 등의 지적도 이어졌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번 조사 결과는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서 실시한 2018년 제주시내 버스정류장 모니터링 결과와 비슷한 것"이라며 "약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교통약자 및 장애인당사자의 버스정류소 접근성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런 와중에도 어딘가에서 교통약자 및 장애인당사자들은 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거나 이용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주도에서는 2021년 교통약자 버스승차대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또한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했을지는 의문이며, 앞으로 제주도는 당사자 중심의 환경조사와 보다 실효성 있는 개선을 바탕으로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지원하는 장애인당사자 단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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