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故 이민호 4주기..."잊지 않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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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故 이민호 4주기..."잊지 않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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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양지공원서 故 이민호 군 4주기 기일제
유족 "사람이 죽어야 움직여...아이들 안전 위해 끝까지 싸울 것"
ⓒ헤드라인제주
지난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 용담해수단지내 제이크레이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한 고교생 고(故) 이민호 군 추모 4주기를 맞아 제주시 양지공원 제2추모관에서 기일제가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는 사회입니다. 자식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아픔은 이곳을 포함해 전역 곳곳에 있습니다. 다시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민호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 용담해수단지내 제이크레이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한 고교생 고(故) 이민호 군 추모 4주기를 맞아 열린 기일제에서 이 군 유족은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굳은 의지로 다시는 이 사회에서 민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제주네트워크(노현넷)'는 19일 오전 11시 제주시 양지공원 제2추모관에서 고(故) 이민호 군 기일제를 가졌다. 

따뜻한 햇볕이 차분하게 내리쬔 이날 기일제에는 이민호 군 유족을 포함해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유가족, 노동계와 교육계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기일제는 묵념 및 제례, 유족인사, 구호제창, 개별 참배, 참가자 소개 및 인사 순으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많은 인원이 모이진 않았지만 이번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군을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할게",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어른들이 노력할게"라고 말하면서 이 군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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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군을 추모하며 향을 피우고 있는 참석자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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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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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군 기일제.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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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군 영정사진. ⓒ헤드라인제주

이 군은 지난 2017년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하면서 제주시내 생수를 생산하는 한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그리고 11월 9일 근무 중 포장기계가 고장나 이를 확인하다 기계에 끼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관리.감독하는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유가족과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이날 참배와 추모식이 끝난 이후 제2추모관 앞에서 이어진 참가자 소개 자리에서 이민호 군 유족은 "민호를 기억하는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냈다.

유족은 "민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여기저기 따라다니고 쫒아다니고 목소리를 높여도 작은 메아리 하나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만 떠뜨는 세상, 힘들었다. 또 외로웠다. 안좋은 생각을 매일 밤마다 했다. 그리고 내일은 눈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그런데 이런 일이, 자식은 잃은 아픔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전역 곳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사람이 죽어야만 움직이는 사회다. 얼마전 정운이 사고가 발생하니까 교육당국은 또다시 이제서야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민호를 기억해주시고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디까지 가나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제발 아이들에게 이런 (비참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노현넷 노동안전팀장은 "이민호 군 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2018년도에 정부는 '학습중심현장실습'과 이의 일환인 '선도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이 아닌 안전이 보장된 취업과 연계한 학습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고작 일년이 지난 후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자 심사 기준을 대폭 낮춰 '참여기업'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에 학생들의 안전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교육부는 '전국 동시 고졸 취업 기간 설정 직업계고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고 고교생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중단해야 한다"며 " 취업이란 명목으로 학생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들을 내버려둬선 안된다. 현장실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방안을 제시해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얼마전 현장실습 사고가 또 발생했던 터라 이번 추모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며 "많이 그리고 오래 슬퍼했다. 이제는 바꾸기 위해 싸워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일제에 이어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 주차창에서는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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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봉안당에서 이민호 군을 추억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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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군 유족은 이날 기일제에서 "자식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아픔은 이곳을 포함해 전역 곳곳에 있다"며 "다시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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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군 기일제에 참석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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