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개선사업 1년 오라초, 등굣길은 여전히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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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로 개선사업 1년 오라초, 등굣길은 여전히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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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한 보행로-불법 주정차.과속 차량에 안전 위협
학부모 "보행로 개선사업 했는데도 여전히 불안"
제주도교육청 "주민 편의 위해 학교부지 헌납 안돼"
ⓒ헤드라인제주
15일 오전 8시 30분 제주시 오라2동 소재 오라초등학교 등교 모습. 통학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이 골목길을 가로질러 등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수년 전부터 학생 보행안전 문제가 제기돼 지난해 12월 통학로 개선 사업이 추진된 제주시 오라2동 소재 오라초등학교. 

하지만 통학로 개선 공사가 이뤄진지 일년이 다 돼가는 현재도 학생들은 여전히 수많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 등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15일 오전 오라초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살펴본 결과, 아이들은 협소한 보행로, 과속 차량, 불법 주.정차 차량 등으로부터 위험에 노출됐다.

학생들은 총 4개윽 길로 통학했다. 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연사길, 정문을 마주보고 학교 서쪽에 위치하면서 사평마을회관과 빌라단지 앞을 지나는 사평4길, 정문을 마주보고 학교 동쪽을 지나는 사평 6길, 그리고 보문사 앞을 지나가면서 후문으로 통하는 사평 4길이다.

학교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는 총 3개였다. 정문과 후문, 사평마을회관과 학교가 만나는 지점에 작은 쪽문이다. 그리고 학교를 둘러싼 모든 길과 학생들이 드나드는 입구 인근 지역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학생들이 통학하는 모든 길에는 보행 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이 내재해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오라초 정문 맞은편 통학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안전펜스, 공사 안내문 설치 등 아무런 안전조치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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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길로 지나다니는 학생들. 전신주, 불법주차 차량, 협소한 통행로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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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로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학생이 골목길을 가로질러 등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학생 통학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 ⓒ헤드라인제주
학생 통학로에 불법주차한 차량 ⓒ헤드라인제주

우선 학교 정문 건너편 보행길(편의점 맞은편)에서는 A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어떠한 안전펜스나 공사 안내판 등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학생들이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는가 하면 인부들은 아이들이 옆에 있어도 흡연을 했다.

차량들은 학교 정문 앞인데도 속도제한을 무시하거나 급정거 후 정차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은 이런 차량들로 인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멈칫하거나 주위를 잠시 살펴본 후 빠르게 뛰어 길을 건너곤 했다.

주택들이 밀집된 서쪽 통학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과 협소한 도로가 학생들의 통행에 위협이 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통학로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떡하니 길을 막고 있었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와 통학해야 했다. 차들은 아슬아슬하게 이들의 옆을 지나다녔다.

ⓒ헤드라인제주
비좁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가고 있는 대형트럭.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없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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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소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니는 차량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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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북쪽과 동쪽 통학로는 많은 학생들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7톤 트럭을 포함한 수많은 차량들이 협소한 길을 비집고 지나다녔다. 이 과정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하자 차량들은 근처에 학생이 있어도 클락션을 울리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등교를 하던 학생 ㄱ군(12)은 "아침 일찍 나오면 차들이 많이 다니고 위험하다고 엄마가 조금 늦게 등교하라고 해서 매일 늦게 집을 나온다"며 "차 옆을 지나갈 때나 차가 뒤에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또 학생 ㄴ양(11)은 "매일 이쪽 통학로(빌라단지가 밀집해 있는 서쪽 통학로)로 등교하는데 통학로에 항상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며 "차들을 피해다녀야 하는 점이 아침마다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아이 두명과 함께 등교하던 학부모 ㄷ(39)씨는 "아이들이 저학년이라서 언제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 매번 교육을 해도 방금처럼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차들이 너무 빨리 다니고 보행로 개선사업을 했다는데도 여전히 안전하지가 않아서 아침마다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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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불법주차된 차량.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좁은 틈으로 통학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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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불법주차된 차량과 그 사이로 길을 건너고 있는 학생. ⓒ헤드라인제주

오라초는 수년 전부터 협소한 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 통학로 부재 등으로 학생 보행 안전을 지적받아 왔다. 또 인근 주민들 역시 비좁은 도로에 학생들까지 많이 다녀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당초 도에서 교육청에 제안했던 것이 오라초 부지를 활용해 도로와 통학로를 넓히는 것이었다. 그러면 인근 주민들의 불편함 해소는 물론 학생 안전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교육청과 협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보행 안전에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길에 작은 쪽문 하나를 냈고 지난해 12월에는 자치경찰단 주관으로 통학로 개선사업도 완료했다. 현재는 전선 지중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민 편의를 위해 학교 부지를 헌납하는 것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자체와 등.하교길 안전협의체를 구성해 통학로에 문제가 있는 학교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고 시청, 동사무소, 자치경찰, 학교 구성원 등과 함께 현장에서 학생 통학 안전에 문제가 있는 상황을 바로 해결하는 원스톱 개선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와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 교육행정협의회'에서 '제주교육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합의서'를 최종 채택하면서,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와 도교육청은 "(학생 안전문제를 해결할 때) 아이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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