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제도개선 과제 중 36건만 수용...사실상 '홀대'
국세 이양, 면세점 관광진흥기금 '거부'...시장 직선제도 불수용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입법의 핵심내용이 될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에서 강력히 요구했던 재정특례 조항은 줄줄이 배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알맹이는 쏙 빼면서 제도개선의 취지를 '반쪽'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7단계 제도개선안을 담은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청와대는 "이번 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제주도 내 행정시장의 사무도 민간위탁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며 "이는 국정과제인 '세종특별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의 완성' 중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 구현 마련을 위한 7차 제도 개선 과제'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핵심적 내용들은 빠져 있다. 특히 '재정 특례'와 관련한 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지난 3월 제주도의회 동의절차를 거쳐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한 제도개선안의 핵심과제는 총 57건이다.
그러나 이중 36건만 반영되고, 21건은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외된 21건 가운데 18건은 부처 협의과정에서 불수용됐고, 3건은 법제처 심의 과정에서 중복 또는 다른 법안으로도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제외됐다.
제외된 개선과제는 △국제자유도시 개념 재정립 △지하수 허가량 초과사용에 대한 부가금 부과근거 마련 △제주특별법 자율학교 운영의 대상학교 범위 특례 개정 3건이다. 이 과제들의 경우 법제처 법제심의 과정에서 기존 법률안을 통해 적용이 가능한 만큼 추가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반영된 과제를 보면 행정시의 사무 민간위탁에 관한 특례를 비롯해 △주민조례 발안 연령 완화 △도의회 인사 독립성 보장 △도의원의 의정활동비 등에 관한 특례 △주민자치회 설치 및 구성, 도교육청 소관 기금의 운영 등을 본회의 의결 △자치경찰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 중 발생한 손실 보상 등이 반영됐다.
또 △감사위원장 임명 및 감사위원 위촉 방식 개선 △감사위원회 사무국 직원을 지방․국가공무원으로 확대 △종합계획을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위상 강화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 △도지사의 외국인 무사증 입국 고시 변경 요청 권한 신설 △국제학교 교원 내·외국인 차별 금지 △카지노업 양수·합병시 사전인가제 도입 △카지노업 허가 취소 등에 관한 특례도 반영됐다.
이와함께 △제주개발센터의 지역농어촌기금출연방법 개선 △제주 세계환경중심 도시 조성 특례 △절대⋅상대⋅관리 보전지역 지정 대상 용어 정비 △관리보전 지역 해제 관련 규정 개선 △보전지역 내 불법행위자 원상회복 명령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변경협의 대상 기준 설정 권한 이양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이행 조치명령 권한 이양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전문위원회 구성・운영 도조례 위임 △지역실정에 맞는 차로운영권 이양 등도 반영됐다.
그러나 핵심 조항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행정체제 분야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제외됐다. 이 제도개선안은 지난해에도 지원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정부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특별자치도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고, 도지사와 행정시장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조정이 어려운 점 등이 예상된다며 '불수용'을 결정해 무산된 바 있다.
재정분야에서는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 면세점 매출의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특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의 경우 국세 중 입장행위 및 영업행위에 대한 개별소비세부터 시범적으로 제주도세로 이양하는 안이 요청됐으나 무산됐다.
보세판매장에 대해 매출액의 1% 이내 금액을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 부과하도록 한 규정도 요청됐으나 정부를 이를 배제시켰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지정면세점 수익금의 5% 이내를 지역농어촌진흥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을 의무화한 조항 신설도 반영되지 못했다.
JDC 이사장을 임명할 경우 도지사가 복수 추천하거나 도지사와 협의하도록 하는 JDC 이사장 임명특례 조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JDC가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모든 개발사업은 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특례조항 및 종합계획에 따른 JDC의 사업의 적정성 등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도 제출됐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에 반려된 재정특례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요구됐던 사항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지난 2017년 8월의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심의에서도 90건 중 42건만 반영하고 재정특례는 대거 배제시킨 바 있다.
제주도를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통해 명실상부한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약속하면서도, 사실상 '분권'을 철저히 제약시키며 오히려 '무늬만 특별자치도'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사실상 '지역 홀대'라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다음은 정부의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수용 및 불수용 과제 목록. ◆제도개선 '수용' 과제목록(36건) △행정시의 사무 민간위탁에 관한 특례 (안 제15조의3) ◆제도개선 '불수용' 과제목록(17건)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