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체 해안마을에서 갯녹음,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조간대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숲 등 연안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3일 오후 제주 연안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 전체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9월부터 10월 중 대조기(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물 때) 간조 시간대에 제주도 해안선 415.56km을 따라 제주시 권역과 서귀포시 권역의 리.동 단위의 97개 해안마을 조간대 200곳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의 갯녹음 현상이 '심각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갯녹음 현상이란 과도한 개발과 오염, 조식동물(해조류를 먹는 동물)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직립형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탄산칼슘 등이 많은 석회조류 중 가지가 없는 종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갯녹음 판단 기준은 무절석회조류의 밀도, 엽상(잎)형 해조류의 밀도, 초식동물(주로 성게)의 해조류 섭식량 등으로 구분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초분광항공영상으로 갯녹음 실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생물학적 요인을 배제하고 유·무절 석회조류의 밀도와 엽상형 해조류의 밀도로 구분한다. 

녹색연합은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이었고,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었다"고 설명했다.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지대에서 갯녹음이 폭넓게 나타난 것이다.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확산한 것은 갯녹음 심각, 말기 징후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조간대 암반을 뒤덮은 석회조류는 대부분 조사지역에서 하얗게 죽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갯녹음 현상은 5m 이내 수심에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이후 수심 5~10m 이하의 감태, 다시마 등 대형 갈조류가, 마지막에 조간대의 톳 등이 사라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수중조사에서 확인했던 수중 5m 이내의 서귀포항 동방파제 지역은 이미 극심한 갯녹음 현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고 녹색연합은 설명했다.

서귀포 외돌개 수심 15m 지점에서도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거의 사라져 갯녹음 현상이 깊게 확산되고 있었고, 대정면 광어양식장 배출수 인근에서 촬영한 수중 영상에서도 갯녹음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간대 해조류 군집도 '멸종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은 "해조류 군집은 해양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서 연안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들의 먹이, 산란장 및 은신처 등을 제공하고, 다른 해양식물과 부착성 저서동물의 서식 기질 역할을 함으로써 해양생태계의 종다양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간대 조사에 따르면 해조류가 발견된 지점은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30곳으로, 97곳 해안마을 중에 18곳에 불과했다. 

해조류가 발견된 마을은 제주시 권역 중 서부에서는 한경면 용수리, 신창리, 판포리 3곳, 한림읍 월령리, 금능리, 수원리, 귀덕리, 협재리 비양도 5곳, 애월읍 고내리, 신엄리, 하귀1리 3곳으로 나타났다.

또 제주시 동부권에서는 삼양2동, 삼양3동 2곳, 조천읍 함덕리 1곳, 구좌읍 동복리, 김녕리, 하도리 3곳 등 총 17곳 해안마을이었다. 

서귀포시 권역은 안덕면 사계리에서 유일하게 조간대 해조류가 발견됐다.

서귀포시 권역은 사계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간대 해조류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제주시 권역의 조간대 해조류 발견지역도 해조류 비율이 30% 이하의 갯녹음 '심각'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갯녹음과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되다 보니 유명 해안 관광지마다 경관파괴도 심각한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서귀포 권역 동쪽의 △성산 일출봉 △고성리 섭지코지 △신풍 목장·표선 해안 △남원리 큰엉 해안경승지 △하효동 게우지코지 △보목동 소천지 △동홍동 정방폭포 △법환동 범섬 조망지 △서홍동 황우지 선녀탕 △대포동 주상절리대 △중문 색달해수욕장 △사계리 용머리 해안 △사계 해수욕장 △상모리 송악산 둘레길 해안 △하모해수욕장의 경관 파괴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주시 권역의 △고산리 수월봉 지질공원 △신창리 풍차 해안 △월령리 천연기념물 선인장자생지 △협재해수욕장 △애월 해안도로 △용담이동 용두암 해안 △건입동 탑동 광장 △함덕해수욕장, 함덕·북촌리 서우봉 일 △ 제주 북동 해안 등 유명 해안 관광지도 해안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녹색연합은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단지 추정과 현상 확인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전국적으로 갯녹음은 현재 실태조사 중심에 머무를 뿐,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의 조사 연구에서 언급된 원인은 수온 상승, 환경오염, 육상생태계와 단절, 해수의 염도 변화, 서식처 경쟁(무절석회조류 우점), 식해(성게 등 초식동물의 과도한 먹이활동) 등"이라면서도 "제주의 경우,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의 복합적 요인이라는 의견이 많으나, 아직 추정과 현상 확인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 해양생태계,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데이터와 조사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제주 바다는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며,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이 집중서식하고 있는 공간인데 해수면, 표층 수온 기록 외에는 해양 내부 구조, 해양생물종과 서식처 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자료와 조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갯녹음 확산, 아열대 어종·산호충류 등 유입, 각종 해양생물의 북방한계선 변화 등 제주 해양생태계 역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해양생태계와 환경 변화에 대한 기초 데이터, 조사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미처리 오폐수 해양 방류, 집중호우시 하천정비·연안 육상해역의 개발 등에서 발생한 오염원의 해양 유입, 육상 양식장 배출수 등도 이의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주 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 연안 개발사업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제주도의 섬 환경수용성을 중심으로 수질관리, 오염물질 배출시설 및 산업 규제, 연안개발사업 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연합은 오는 4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해안 갯녹음현상 해결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와 도의회에 △제주 바다 비상상황 선포 및 이에 맞는 조직, 인력, 예산 배정 △제주 연안 조간대·조하대 전체 갯녹음 상황과 마을별 피해 조사,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 갯녹음 발생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 실시 △섬 환경수용성을 최우선으로 육상부 오염물질 배출 시설과 산업에 대한 규제 및 관리를 강화하고, 대규모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예정이다.

또 △임시처방식 정책이 아니라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 경관자원 관리에 실효성 있는 ‘제주 바다 살리기 계획’ 수립 △제주 갯녹음을 막기 위해 지역주민, 시민사회, 지자체, 기관, 정부부처로 구성된 민관합동협의체를 구성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환경부 등 중앙 행정부처는 제주도의 갯녹음 확산 방지,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지원 방안을 수립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