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 김미경 '밤의 그림자'展...절망으로 절망을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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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작가 김미경 '밤의 그림자'展...절망으로 절망을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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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여섯번째 개인전, 3~14일 돌하르방미술관서 개최
ⓒ헤드라인제주
펼쳐지는 풍경 ⓒ헤드라인제주

끔찍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형이상학적이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다. 파괴적이면서도 무한한 생명력이 치솟는다. 김미경 작가의 작품들은 모순된 감정들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상극인 두 감정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만다.

김 작가의 여섯번째 개인전 '밤의 그림자'가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 돌하르방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5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기억-공간, 불면의 밤, 응시-환생, 숲의 영혼, 어떤 영원이다. 그림의 구체적인 배경은 모호하지만 전반적으로 제주를 많이 닮아 있다.

일련의 주제를 통해 그는 실체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체는 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부분은 또다시 전체가 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에는 우울이 있고 그 우울에는 어떤 환희가 있다. 그 환희의 끝은 다시 절망으로 이어지면서도 절망은 다른 절망을 위로하는 희망이 된다. 

ⓒ헤드라인제주
번지수 1148-14 ⓒ헤드라인제주

전시에서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로테스크하다. 또 추상적이다. 자극적이고 무자비하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강한 울림을 전하기도 한다. '기억-공간'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다채로운 색감과 화려한 묘사 그 이미지만으로 짜릿한 흥분을 준다. 그러면서도 '기억'이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또다른 기억으로 이어지는지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린다. 그러면서 향후 이어질 기나긴 밤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불면의 밤' 테마에서는 어둡고 절망적인 시간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타인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와 관계를 맺는 순간이다. 작가에게 이러한 상황은 편치 않다. 난해하고 힘겨운 여정이다. 불완전하며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순간이 밤이다. 폭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멈추지 않는다. 부단히 삶의 흔적을, 관계를 목도한다. 그것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 '불면의 밤'이다.

세번째 테마 '응시-환생'에서는 모종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얼굴에서 풀이 자라거나 수많은 눈들이 뿌리를 찾는 그림들은 이러한 것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 근원은 역시나 어둠이다. 작가는 감춰진 것, 이미 죽은 것, 지나간 것, 상처와 절망 등에서 그것을 묘사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살아서도 죽어있음을, 죽어가면서도 새로운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이 배경이 되는 곳은 '제주'다.

이어진 테마 '숲의 영혼'과 '어떤 영원'은 그 결실을 보여준다.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 순환의 여정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 전체가 조화된다. 그러면서 환상의 섬 제주, 그 안에 숲, 그곳에서 삶을 꾸리는 생명들 이 모든 것이 특히 두드러진다. 관람객은 작품를 관람하고 난 이후에 자신의 깊은 내면의 세계에 고요히 침잠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한다. 전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돌하르방미술관에 전화(064-782-0570)로 문의하거나 김미경 작가에게 이메일(kunstlero45@gmail.com)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김미경 작가는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동양학과를 전공했다. 지난 2006년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서 첫 개인전 'souvenir'을 가진 이후 이번에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이외에도 14번의 단체전에 참여, 이중섭미술관 입주 작가 등의 경력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는 제주 오현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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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ardous voyage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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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고 남겨지는 것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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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망자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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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폭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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