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끌려다니면 안돼...자기네 뜻 굽힌 적 있나?"
제주시장에 "(단체 말고) 주민 대표하는 의회와 의논해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받았던 항의세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일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안창남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의 '시민단체' 관련 발언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일 제주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우회적으로 힐난하는 발언을 쏟아내 의아스럽게 했다.
이 발언은 박원철 의원이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한 질의가 끝난 직후 나왔다. 박 의원은 제주시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의혹에 대한 해명 브리핑을 도시건설국장이 가진 점을 들며, "이 문제는 국장이 브리핑을 할 것이 아니라 안동우 시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제기한 단체와 대화를 하는 등 의혹 해소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동우 시장은 "의혹을 제기한 단체에서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면담을 요청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겠지만, 대화를 요청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나 환경단체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고 주문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면서 "자꾸 시민사회단체에 끌려 다니다보면 행정의 사업 추진은 어렵다"고 피력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환경단체가 자기네 뜻을 굽히는 행태를 본 적이 없다. 자기네 말만 맞다고 한다"며 안 시장이 환경단체와 대화를 갖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안 시장이 "환경단체에 끌려간다는 게 아니라 면담 요청을 하면 거절은 않겠다는 의미였다"고 말하자, 안 위원장은 재차 불쾌감을 표출했다.
안 위원장은 "행정의 문제는 결국 조직 내에서 풀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주민들을 대표하는 의회가 있다. 대의기관과 의논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도의회가 주민을 대표하는 만큼 도의회와 의논하면 됐지, 환경단체와는 별도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어 비자림로 확장공사 사업과 관련한 갈등문제를 거론하며, "지금 비자림로는 어떤가.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환경단체가 계속 반대를 하니 지금까지 추진을 못하고 있다"면서 "말똥구리가 살고 있기는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안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지역사회 주요 이슈로 부상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본질적 문제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제주시로 하여금 환경단체와는 대화하지 말라는 강한 주문이어서 논란을 샀다.
이 발언 소식이 알려지자,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 무효확인 공익소송을 제기한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공익소송단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문상빈 공동대표는 "잘못된, 또는 불법적 사업을 진행해서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에 대해 마치 발목 잡기를 한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아울러 이번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은 초기부터 시민들과 제대로운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안 위원장과) 시당국의 발언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한편, 안 위원장은 제11대 도의회 출범 후 회의석상 등에서 행한 발언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여러 차례 항의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 지난 4월에는 재밋섬 건물 매입을 통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과 관련해 토론을 요구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보조금 지원 내역을 제출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시도'라는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다.
개원 초기인 2018년 10월에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해, "현장을 2번 다녀왔는데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서 오름을 보니 오히려 조망권이 좋아졌다"는 발언으로 인해 한 시민모임에서 안 의원이 탄 도의회 버스를 막아서며 강력히 규탄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소동이 있은 후 안 위원장은 "삼나무 관련 발언한 것에 대해 몇몇 반대론자들이 상당히 강하게 의정활동 반대했다"면서 도의회 차원에서 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