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인 국가 상대 손배訴, ‘배상 책임’ 인정받았으나...
상태바
제주4.3 수형인 국가 상대 손배訴, ‘배상 책임’ 인정받았으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지법, ‘억울한 옥살이’ 국가 배상책임 인정 판결
개별피해 불인정 아쉬움...보상금 지급도 형사보상금 '공제'
원고 39명 중 14명만 지급받게 돼...피해자 "아쉬운 판결"

제주4.3 당시 불법군사재판 등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희생자들에 대해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국가 배상책임 판결이 내려졌다.

국가를 상대로 한 형사보상 청구 소송에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개별 피해 사례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상금액 지급방식과 관련해서도 기존에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총 지급액에서 그 액수를 공제하도록 하는 결정이 더해지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제주지방법원은 제2민사부(재판장 유호중 부장판사)는 7일 양일화 할아버지(92) 등 총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 공판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결정된 손해보상금 지급 기준금액은 희생자 당사자 1억원, 희생자의 배우자 5000만원, 희생자의 자녀 1000만원으로 제시됐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의 배상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수형자들이 입은 후유장애 등의 개별적인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대로 제주4·3 당시 강압적인 수사, 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후유장애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이뤄진 일련의 결과일 뿐이지 별개의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명예훼손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출소 후 70여 년 간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명예가 훼손돼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것 역시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한 결과이지 별개의 불법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욱이 재판부는 "앞서 희생자들에게 구금기간이 비례한 형사보상금이 지급돼 어느정도 배상이 해소됐다고 보인다"면서 기존에 4.3당시 불법 구금 및 수형생활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받은 경우 그 금액을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 39명 중 14명만 실질적으로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들의 개별 보상액은 1인당 많게는 5000만원, 적게는 168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러한 지급 결정에 대해 4.3피해 수형인들과 유족들은 사실상 패소에 다름 없다며 크게 술렁거렸다.

임재성 변호사가 7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 선고 직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임재성 변호사가 7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 선고 직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선고 직후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불법구금에 대해서는 잘못이 인정됐고, 이후 형무소에 구금된 기간도 불법구금이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보상액을 일정한 방식으로 지급해야 된다라는 것은 법리적이지 않은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3당시 행해진 재판이)조작된 재판이었고, 불법고문까지도 인정했는데 이후 희생자들이 전과자로서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의해 파생된 결과일 뿐 국가가 별도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4.3의 역사적.사회적 의미와 피해자들의 개별적 피해사실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 변호사는 "판결문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