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 증명신청 1일 100건 폭주...이행률 '98%' 부쩍↑
무주택 서민엔 '무대책'...공영주차장 '연 90만원' 부담 전가
제주지역의 차고지 증명제 시행 대상이 내년부터 경.소형 차량까지 포함해 전 차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시민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교통난과 주차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안착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으나, 서민들의 애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고지 증명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동차 보유자에게 자동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차량 소유주가 주소변경, 명의 이전 등록을 하는 경우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소유자가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할 관청은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등록 대수를 줄여나가면서 교통난과 주차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취지다.
제주도에서는 2007년 2월 제주시 동(洞) 지역 대형차(승용 2000cc 이상, 승합 36인승 이상, 적재량 2.5톤 미만·총중량 10톤 이상)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어 2017년 1월부터는 중형차(승용 1600cc 이상, 승합 16인승 이상, 적재량 1톤 초과·총중량 3.5톤 이상)까지 확대됐다. 2019년 7월 1일부터는 중·대형 전기차가 추가로 포함됐다.
내년 1월1일부터는 경·소형차(승용 1600cc 미만, 승합 16인승 미만, 적재량 1톤 이하·총중량 3.5톤 이하)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전 차종이 차고지증명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행정시에서는 내년 차고지 증명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나타난 성과를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고지 증명제의 조기 안착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제주시는 6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차고지 증명제 시행된 후 신규 등록 차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차고지증명제 등록 건수는 총 7만 5104건에 이른다. 2018년 1만 3324건, 2019년 1만 7259건, 2020년 2만 5072건, 그리고 올해들어 8월 기준 1만 8449건이다.
신청 유형별로는 신규 등록이 3만 197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전 등록 1만 5225건, 변경등록 2만 6905건 등이다.
제주시에 접수하는 1일 평균 차고지 등록신청 민원은 무려 100건에 달한다. 2018년 기준 53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갑절 늘어난 셈이다.
차고지증명 이행률은 98.1%로 나타났다. 대상 차량 중 차고지 미확보 사례는 1.9%인 1099건으로 파악됐다.
제주시는 차고지증명제 시행 후 신규 자동차 등록 건수는 연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계속 증가하던 신규 등록차량이 2019년 1만 4673대로 10.6% 감소했고, 2020년 1만4138대(3.6% 감소),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9327대 감소했다는 것이다.
차고지증명제가 신규 등록차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내년 전 차종 확대 시행과 관련해 시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고지증명제 정책 시행 과정에서는 집 없는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한 논의는 여전히 배제돼 있다.
세들어 사는 서민, 원룸 등에서 거주하는 청년 등은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공영주차장 임차료 '폭탄'이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기 소유의 집이라 하더라도 차고지 공간은 엄두도 못내는 원도심 좁은 골목길 주택가 서민들,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저소득층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변경 등록을 하려면,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 지역은 무려 90만원이다. 읍.면지역도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의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의 갑절 많은 요금이다. 사실상의 '세금 폭탄'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생계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차고지 증명용 요금 부과는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차고지 증명제 시행 후 제주시 지역에서 공영주차장 임차를 통한 차고지 증명 건수는 16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이나 도의회에서 무주택 서민 등에 대한 대안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2019년 차고지증명제 확대를 위한 조례 개정 당시 도의회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을 뿐, 이후에는 완전히 '무대책'이다.
제주시가 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안 문제는 빠져 있다. 다만, 차고지 증명제 개선방향과 관련해 원도심 등 단독.노후주택 밀집 지역 내 차고지 확보의 한계가 있어 임대 가능한 공영주차장 조성이 필요하고, 전 차종 확대 시행에 따른 조직 신설 및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언급돼 있다.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차고지증명제 대안 또는 지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 김모씨(54)는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무주택자에게는 1년에 백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며 공영주차장을 임대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또 임대주택에 살며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은 차를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를 통해서라도 무주택 서민들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경감시키는 특례 조항을 별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