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제주 선인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올려진 농업유산인 제주밭담.   제주지역의 밭담은 지역별 토양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이루며, 그 길이는 약 2만 2000km에 이른다. 그 장대함에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제주밭담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어 2014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에서는 세계농업유산 등재 이후 소중한 문화유산인 제주밭담의 가치를 보전.관리하면서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후속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을공동체와 연계한 '밭담길'이다. 현재까지 8개 마을의 밭담길이 조성됐다. 밭담길에서는 마을공동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고, 제주만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농촌의 문화, 환경도 체험할 수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의 지속가능한 보전.관리.활용을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진행된 후속사업에서는 성과도 많았지만, 한계와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주밭담의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7주년에 즈음해, 관계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제주밭담 보전관리사업의 성과와 과제, 향후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주밭담이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지 7년을 맞은 가운데, 돌빛나예술학교의 조환진 교장은 "제주밭담은 제주도의 소중한 자원이자 도민들이 잘 지켜내야 할 보물"이라며 체계적 보전.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의 '돌'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 및 교육, 돌담 보전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 교장은  최근 <헤드라인제주>와 가진 대담에서 제주밭담 보전관리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제주밭담의 가치와 관련해, "밭담은 제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쌓아지기 시작하여 오늘날 까지도 쌓아지고 있다"면서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의 손이 더해져 만들어진 협동작품이며 시간 예술이다"고 역설했다.

이어 "제주도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돌 그림 작품으로 그 안에는 제주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과 돌에 의지하고 살아온 이야기가 함께 쌓여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보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의 인식 전환 및 스스로 적극적 보전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는 제주밭담의 문화적 가치에 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제주밭담의 체계적 보전문제가 점차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조 교장은 "대부분 어린 시절 밭에서 부모님은 큰 돌을 굴리고 자녀들은 자갈을 치우면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돌이라고 하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도민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제주도는 그 돌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먹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주도를 먹여 살릴 소중한 경관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형의 돌담을 잘 보전하고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에 제주도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면서 "얼마 전부터 돌담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쌓고 있다. 제주도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인 돌담을 제주 사람들이 스스로 지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됐음에도 밭담 훼손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실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존 가치가 높은 밭담에 대한 특별지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교장은 "보존가치가 높은 밭담은 특별 지정해서 유지보수를 지원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이나 건축을 위해 토지 측량 시 돌담의 경계와 달라서 돌담이 허물어지게 된다면 그 돌담을 위치를 옮겨서 복원 축조하거나 원형을 사진이나 영상 등의 기록으로 남기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장은 "요즘은 토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임대를 주어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임대차 계약서에 돌담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다"면서 "예를 들면 ‘돌담이 무너지면 임대인이 즉시 원상복구 해야 한다’와 같이 돌담에 대한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재지변에 의해 무너진 밭담은 제주도에서 복구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면서 "귀농 귀촌 교육 시 돌담 쌓기 과정을 필수로 넣어서 무너진 밭담을 스스로 보수 할수 있는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8개 마을에서 밭담길이 조성된 것에 대해서는, "밭담길로 지정된 곳에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더 이상 통행자가 없어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각 마을의 소중한 자원들을 발굴하고 지킨다는 점에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밭담을 활용 마을의 특성을 살린 연계사업을 발굴, 운영하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조 교장은 돌빛나 돌담보전회(현 제주돌담보전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돌빛나예술학교 대표와 더불어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유산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돌빛나예술학교 조환진 교장과와의 일문일답 요지.

◇ 현재 돌빛나예술학교 교장을 맡아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 돌빛나예술학교는 돌문화 연구와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제주 돌문화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알리고 제주 돌문화의 보존과 특히 돌담 축조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2015년에 협동조합으로 시작하여 2021년에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또한 제가 직전 회장을 맡았었던 돌빛나 돌담보전회는 2019년 설립한 비영리 임의단체로, 돌빛나예술학교 수료생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돌담보전을 위한 돌문화 교육과 돌담 관련 봉사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는데, 현재는 제주돌담보전회로 명칭을 바꾸고 시민단체로 전환되었다.    

◇ 주요 활동 이력을 보면 '돌'을 주제로 한 보전활동과 교육활동이 많은데요, '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

- 제주 돌의 가치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것은 대학 2학년 때이다. 청량리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기차여행을 갔었는데 창밖으로 돌담이 하나도 안 보여서 돌담이 제주도의 특징이자 보물임을 충격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전 까지는 다른 지역에도 돌담이 많은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첫 직장인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님과 사진 공부를 위해 찾아갔던 김영갑 갤러리 故김영갑 선생님을 통해 돌담의 가치를 더욱 알게 되었다.

돌담 쌓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석공 업체 사장님께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자네는 가르쳐 주면 따로 나가서 차릴 사람이다.”라며 거절을 하셔서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 돌담 쌓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돌챙이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로 부터 기술을 전수 받고 전문 돌챙이의 길을 가고 있으며 돌담 보전과 기술 전수를 위해 돌빛나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 그동안 제주 돌담과 관련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강연 등을 해 오셨는데.

- 2015년 한림읍 주민자치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다. 그 후 서귀포 예술섬대학, 밭담사업단,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화도 청춘마을, 제주도 도시재생센터, 조천 도서관, 제주 경찰청, 제주대학교 박물관, 성산 노인대학, 제주문화원 등에서 돌문화 관련 교육을 진행 했으며, 코로나 이전에는 학생문화원, 제주도 교육청과 연계해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담 교육을 진행하였다.  

◇ 돌담관련 교육활동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꼈던 활동은.

-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가장 즐겁다. 저학년 일수록 돌을 친구 삼아 재미있게 놀기 때문이다. 돌빛나예술학교 돌담교육 과정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직접 울담이나 밭담을 멋있게 쌓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 영국 돌담협회 돌담 기초과정을 수료하셨고, 아일랜드 돌담 견학에도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 2017년 8월에 돌빛나예술학교 회원들의 도움으로 돌담보전의 선진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돌담 견학을 가게 되었는데 영국 돌담협회는 1968년 창립해 전국 18개 지역 지사를 갖추고 돌담 보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영국돌담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참여 신청을 하고 맨체스터 지역에 기반을 둔 페닌 지부에서 이틀간 영국 전통 방식의 돌담 쌓기 기초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교육 내용은 이론과 실기로 나뉘는데 이론 시간에는 해당 지역 암질의 형성 과정, 그리고 축조 방식, 안전교육에 대한 내용이며 짧게 이론 교육 후 실기과정에서는 기초 땅 파기부터 돌담 마무리 까지 이틀간 진행했다. 

컴브리아(Cumbria)에 위치한 영국 돌담협회 사무실도 방문했다. 영국 돌담협회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동양에서는 일본인들이 많이 오는데 한국인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기초과정 수업료는 1인당 7만원 정도다. 
 
아일랜드 돌담협회 사무국장의 소개로 아일랜드의 서쪽 아란제도에 있는 이니시어 섬에 사는 석공의 집으로 갔다. 석공의 안내로 그가 쌓은 돌담과 돌집 그리고 이니시어 섬의 돌담들을 둘러보았다. 

이니시어섬의 면적은 제주도의 우도만하며 섬 전체에 돌담이 조밀하게 축조되어 있으며 원형이 잘 보존 되어 있다. 길쭉한 형태로 분리된 석회암질의 돌들을 세우거나 눕혀 쌓은 돌담들이 인상적이다. 그 돌담길을 걷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다. 마치 제주도에 와 있는 착각이 드는 장소도 있었는데 섬에서 이틀간의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 영국 돌담의 특성이나, 그곳에서 이뤄지는 보전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 영국도 지역별로 암질이 다르고 그에 따라 돌담의 형태도 차이가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맨체스터 지부의 실습장은 예전 산업혁명 당시의 공장지대로 공장 건물을 허문 돌들로 구들돌처럼 납작한 모양의 돌들로 암질은 석회암이다. 벽돌 쌓듯이 양쪽에서 겹으로 쌓고 맨 위는 큰 돌을 한 줄로 올려놓는 형식인데 영국의 일반적인 형태의 담이다. 덩어리 감 있고 외담 형식의 제주도 현무암 돌담과는 형태와 색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아일랜드 골웨이 지역은 제주도와 환경도 비슷하고 돌담의 형태도 둥글둥글한 외담으로 돌의 색이 회색인 것 말고는 제주도의 밭담 경관과 아주 흡사했다. 

영국 돌담협회 각 지부에서 돌담 교육을 진행하고 돌담기술 자격시험을 개최하는데 초급, 중급, 고급, 마스터 장인 단계가 있다.   

◇ '제주도의 지역별 돌담의 특징과 축조방식'에 관한 논문도 쓰셨던데, 이 주제의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은.

- 제주도 돌담문화를 연구하고 돌담축조 기술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지리교육 전공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논문 내용은 제주도의 지역, 시기, 용도별 돌담의 특징, 돌챙이와 돌연장, 축조 기술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연구 의의라고 한다면 기존의 돌담문화나 경관 연구와 달리 기능인의 시각에서 축조 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처음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제주 돌담의 축조 기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정리하고 제주 돌챙이들의 삶을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 제주밭담이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지 7주년을 맞았는데, 제주밭담의 가치 및 의미,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 밭담은 제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쌓아지기 시작하여 오늘날 까지도 쌓아지고 있다.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의 손이 더해져 만들어진 협동작품이며 시간 예술이다. 제주도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돌 그림 작품으로 그 안에는 제주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과 돌에 의지하고 살아온 이야기가 함께 쌓여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 제주밭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7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보신다면.

- 밭담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실질적은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마련과 실천이 진행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을 공동체와 연계해 그동안 8개 마을에서 밭담길이 조성되었는데, 밭담길 사업에 대해 외부의 시각에서 평가를 해주신다면.

- 밭담길로 지정된 곳에 무너진 돌담을 보수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더 이상 통행자가 없어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각 마을의 소중한 자원들을 발굴하고 지킨다는 점에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밭담을 활용 마을의 특성을 살린 연계사업을 발굴, 운영하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음에도, 각종 개발 및 도시화, 기후위기, 농업형태의 변화 등으로 훼손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또 토지주가 밭담을 허물더라도 현행 법과 제도로는 제어할 방도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농업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를 위한 정책 제언을 해주신다면.

- 요즘은 토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임대를 주어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임대차 계약서에 돌담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돌담이 무너지면 임대인이 즉시 원상복구 해야 한다’와 같이 돌담에 대한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재지변에 의해 무너진 밭담은 제주도에서 복구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귀농 귀촌 교육 시 돌담 쌓기 과정을 필수로 넣어서 무너진 밭담을 스스로 보수 할수 있는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존가치가 높은 밭담은 특별 지정해서 유지보수를 지원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이나 건축을 위해 토지 측량 시 돌담의 경계와 달라서 돌담이 허물어지게 된다면 그 돌담을 위치를 옮겨서 복원 축조하거나 원형을 사진이나 영상 등의 기록으로 남기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 대부분 어린 시절 밭에서 부모님은 큰 돌을 굴리고 자녀들은 자갈을 치우면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돌이라고 하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도민들이 있다. 현재 제주도는 그 돌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먹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주도를 먹여 살릴 소중한 경관 자원이다. 

원형의 돌담을 잘 보전하고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에 제주 도민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어느 노인대학 어르신들에게 자녀 중에 돌챙이를 직업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찬성하실 분이 있는지 물어 보았는데 단 한분도 없었다. 얼마 전부터 돌담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쌓고 있다. 제주도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인 돌담을 제주 사람들이 스스로 지켜 나갔으면 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