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미술 공부하던 쌍둥이 자매, 제주에 눌러 앉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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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미술 공부하던 쌍둥이 자매, 제주에 눌러 앉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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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우연히 접한 '요가'로 '내면의 소리' 듣게 됐어요"
"우리의 요가는 하나이자 둘로 그렇게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수련"
ⓒ헤드라인제주
지난 26일 <헤드라인제주>취재진과 만난 아랑, 옴 고묵 따 쌍둥이자매. 왼쪽은 옴 고묵 따, 오른쪽은 아랑 ⓒ헤드라인제주

깊은 눈망울과 어렴풋한 미소. 차분하지만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으나 끊임없이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굳건한 자태. 요가를 통해 특별한 수련에 임하고 있는 아랑(김영채. 33), 옴 고묵 따(김영은. 33) 쌍둥이 자매를 처음 마주하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다. 

그들이 요가 수행에 본격적으로 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지은 이름의 의미도 결이 비슷하다. 언니인 '옴 고묵 따'는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모두의 진정한 자유를 축복하고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으며, 동생 '아랑'은 우주의 빛이라는 뜻으로 어느 곳에 구속되지 않은, 신성한 색을 깨우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들의 겉모습을 얼핏 보면 완벽한 일란성 쌍둥이 자매구나 싶으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많이 다르다. 아랑은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처럼 단단한 구석이 있는가 하면 옴 고묵 따는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이들 자매는 "그 이유가 같은 요가를 하면서도 수련 방식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랑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요가 수련을 하다 2018년 제주로 본격 이주.정착하며 대지와 어머니를 상징하는 부처의 의식을 통한 수련을 하고 있다. 반면 옴 고묵 따는 아랑보다 조금 이른 지난 2015년부터 제주에 아예 정착해 하늘과 아버지를 상징하는 그리스도 의식을 통한 수련에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식은 다르더라도 그들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내면의 평화와 안정. 이후 나를 무한히 확장시켜 우리 모두가 함께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연결되는 것. 그들은 그런 식으로 현재 '새날 요가원'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지난 26일 아랑과 옴 고묵 따 자매가 운영하는 제주시 세화리 소재 요가원을 찾아가 이들이 요가를 하게 된 사연과 그들만의 독특한 수련방식, 그리고 이를 통해 자매가 지향하는 삶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술 공부하던 쌍둥이자매, 정반대의 길을 걷다

아랑과 옴 고묵 따는 시를 쓰는 어머니와 그림을 그리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쌍둥이 자매는 어렸을 적부터 텔레파시 게임을 하면서 자기 자신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갔다. 둘은 아버지의 못다 한 꿈을 이어받아 그림을 그렸다. 입시가 버거웠지만 미술의 다양성을 마주할 때면 한없이 그 속에 빠져들었다.

아랑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미술 강사로 일을 시작했다. 미술로 배운 다채로운 세상에 즐거움을 느끼며 그것을 몸소 경험하기 위해 언니 옴 고묵 따와 해외로 여행도 자주 갔다. 반면 언니는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아랑과 해외 곳곳을 누비면서도 어딘지 모를 혼란과 삶의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들었다. 옴 고묵 따는 미술 작업을 하면서도 "나는 누구일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라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헤드라인제주
쌍둥이 자매 유년시절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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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O 화보촬영.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쌍둥이 자매 ⓒ헤드라인제주

완벽히 일치하기만 했던 쌍둥이 자매는 한 순간에 정반대의 길로 갈라서게 됐다. 언니는 내면의 불안정과 모호한 세상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유도, 방향도 없이 지난 2015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나왔다. 육지에서의 삶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는 느낌 하나로 외딴 섬에 왔다. 하지만 옴 고묵 따는 "당시 제주도에 온 순간 숨이 트였다"며 정체 모를 희망을 품게 됐다. 동생 아랑은 미술교육대학원에 진학해 미술 공부를 이어서했다. 아이들을 만나며 미술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전해주니 이보다 더 큰 보람도 없었다.

그런데 쌍둥이 자매의 삶은 또다시 엇갈렸다. 옴 고묵 따는 제주도에서 한걸음씩 자신과 세상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해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반면 아랑은 "학교 교사 과정에 집중된 교육 방향에 원하던 공부가 정말 이거였을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됐다. 그렇게 아랑은 학교를 휴학하고 언니 곁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반년가량 계획을 세우고 제주로 내려오게 됐다.

지난 2015년 10월. 섬에 조금씩 차가운 바람이 일기 시작한 그때가 둘의 요가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면서 동시에 엇갈리기만 했던 자매의 삶이 일치된 순간이었다.

◇제주서 우연히 접한 요가, 그녀들의 삶을 바꾸다

아랑과 옴 고묵 따는 집 앞에 유명한 요가원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새벽반에 조용히 참석했다.

아랑은 요가를 접한 첫날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첫 계단을 오르던 순간 가득한 사람과 향냄새, 흰 수염의 긴 머리 남자 선생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분위기에 놀랐고, 울려 퍼지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의 어딘가가 번쩍였다"며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것이 여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아랑은 그것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한 순간에 깨닫게 되면서 학교를 단숨에 그만두고 모든 시간을 수련을 위해 보냈다.

옴 고묵 따도 "미술 작업을 하며 '나'에 대해 묻고 물었으나, 추상적인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내면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신 수련을 하고자 요가를 하게 됐다"며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길 바라서 '수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을 놓고, 요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풀어지고, 추상적인 세계라고 여겼던 내면의 세계가 무엇보다 구체적인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육체에 묶여있던 정신이 정화될수록 마음이 허물어졌고, 자연스럽게 명상이 깨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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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에서 수련 중인 쌍둥이 자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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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에서 수련 중인 쌍둥이 자매 ⓒ헤드라인제주

자매는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요가는 수련의 주된 수단이었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이 효율성과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그들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 넓은 세상이, 아름답고 충만한 것들이, 현실에서 닿을 수 없는 많은 목소리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옴 고묵 따는 "갈 길을 몰라 하던 절박함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눈이 떠진 것이다. 수단으로 시작한 수련이 삶의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길을 잇게 됐다"고 말했다.

◇쌍둥이자매, 서울과 제주서 각자의 수행 길에 오르다

수련이 쉬운 길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아랑은 제주에서 요가를 시작하며 도리어 "무너지고 무너졌다"고 했다. 느리고 여유를 갖는 삶도 낯설었고 무엇보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수련이 아니었다. 역동적인 것에 익숙했던 아랑은 요가의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갈수록 어쩌지를 못하는 자신을 감내하기가 버거웠다.

옴 고묵 따도 마찬가지였다. 동생 아랑이 요가를 통해 무너졌다면 옴 고묵 따는 무너져 내린 것을 다시 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부의 환경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재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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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서 명상 중인 옴 고묵 따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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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에서 명상 중인 아랑 ⓒ헤드라인제주

그들의 수련 생활은 끝없이 이어졌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둘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요가원을 차리기로 했다. 아랑은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옴 고묵 따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수련 공간을 마련했다.

아랑은 지금까지 단단한 대지를 상징하는, 뿌리로의 연결을 잇는 부처의 의식을 기반으로 한 요가수행을 하고 있다. 특히 싱잉볼의 파동을 이용해 내면에 깊이 침잠하여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련과 차크라(인간 신체의 여러 곳에 있는 정신적 힘의 중심점 가운데 하나)를 정화해 다시 맑은 에너지로 쓰일 수 있게끔 하는 수련에 임하고 있다.

옴 고묵 따는 자유로운 하늘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의식을 배경으로 한 요가를 하고 있다. 그리스도 의식 도형(원-정삼각형-원-중심점)을 통해 1차원부터 7차원까지 우주 의식의 길을 따라 생명을 깨우며 내면 깊은 곳의 '그리스도 의식'을 활성화하는 명상 수련에 임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차원의 개념과는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과학적인 것 너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함과 생명을 경험함으로써 미처 몰랐던 나와 우리를 발견하는 수련이다.

쌍둥이 자매는 또다시 다른 길로 갈라서게 된 것일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몸과 거리는 멀어져 있지만 그들의 의식과 마음은 공유됐다. 결국 그녀들이 지향하는 곳은 동일했다. 어느 곳에서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평화와 자신을 더욱 일깨우는 것. 수련을 통해 발견한 빛으로 나와 너와 우리를 연결짓는 것.

지난 2015년에 함께 요가를 시작하고 2017년에 각자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가원을 차린 자매는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묵묵히 수련에 임했다.

◇온전한 하나 된 자매..."우리의 요가는 하나이자 둘로 그렇게 전체로 나아가는 수련"

"본래 하나였던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둘로 나눠지게 됐지만 서로 정반대의 요가를 하면서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의 요가는 하나이자 둘로 그리고 전체로 나아가는, 완전한 균형을 찾아가는 수련이다"라고 아랑은 설명한다.

지난 2018년 아랑이 다시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짊어지고 동시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로 완전히 이주했다. 아랑은 "서울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수련하는 시간 외에 정말 많은 레슨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끝내 제주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둘의 요가원은 지난해 완벽한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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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요가원에서 수련 중인 수강생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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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요가원에서 수련 중인 수강생들 ⓒ헤드라인제주

둘의 요가원이 하나가 되면서 쌍둥이 자매도 점차 하나에 가까워졌다. 함께 수련을 할 수록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서로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서로를 통해 자신을 완성시켜갈 수 있었다. 혼자하는, 고립된 수련이 아닌 늘 '열린 관계'를 염두에 두며 수행을 하니 더 완벽한 내가 그리고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쌍둥이 자매는 현재 그 경험과 깨달음을 주변으로 확장시켜가고 있다.

아랑은 "'그저 묵묵히 수행을 끊임없이 이어가다 보면 나의 변화되는 모습과 그로부터 전해지는 기운이 진정한 울림이 되어 주변으로도 확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며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며 "매일 주어진 일을.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와 함께 수련하는 분들에게도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기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이곳저곳의 개인들이 모두 각자 열심히 자기 안의 문을 열고 답을 찾아가다 보면, 개인이 닿기 어려운 여러 차원의 영역들에 빛이 번져 결국은 더 많은 빛들이 하나의 통로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옴 고묵 따도 "수련을 통해 나와 연결된 '연결망'을 끊임없이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며, 차오르는 생명과 사랑을 내부로부터 가득히 모두의 내부로 보낸다"며 "나라는 존재가 치유되는 만큼 나와 연결된 이가 치유되며, 내가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해질 때 나는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휴식과 내면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이에게 열려있도록 주어진 지금에 감사하며, 모두를 위해 지금이라는 나를 잘 돌보고 받아드린다"며 "하나가 둘로 태어난 쌍둥이로 균형을 배우고, 남편을 만나 새로운 짝과 하나 되는 기쁨과 사랑, 나아가 가족, 마주하는 모두의 짝이 되어가는 빛의 사랑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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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앞에서 명상 중인 쌍둥이 자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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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 내부에 있는 쌍둥이 자매의 화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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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부처를 표현한 쌍둥이 자매의 그림 ⓒ헤드라인제주

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많은 것을 통달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들이지만 그들에게 수련은 아직도 멀고 먼 길이다. 어쩌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그곳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쌍둥이 자매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힘일 수도 있다.

아랑은 "가슴으로 느끼고 알아도 머리의 일을 중심 잡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때마다 더 넓어진 지금을 확인할 수 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사실을 바라보고 절제하며 승화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장 필요한 건 스스로의 정화이기 때문에 때마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정화하려고 한다. 모든 일은 그 순간의 정화에 새로 태어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아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매번 배우게 돼서 결국 감사함에 웃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옴 고묵 따도 "완전한 전체 안에 '불완전한' 조각임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이 삶을 다채롭게 해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어떠한 순간이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겸손함으로 '전체'를 둘러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분할 때 열리는 가슴속 공간이 삶을 여유롭게 하며, 비로소 '전체'와 하나되는 '완전한' 풍요의 기쁨으로 일상을 맞이한다. 밥하고, 청소하는 기본적인 일상을 기쁜 축복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온전히 감사하다"고 설명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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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rlRns 2023-12-27 15:17:23 | 106.***.***.194
요가로 사기치는 쌍둥이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