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들인 제주시 캔.페트 자동수거보상기, 3년만에 '골칫덩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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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들인 제주시 캔.페트 자동수거보상기, 3년만에 '골칫덩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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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재활용 사업 재편하며 보상기 '방치'
서귀포시는 기존 제도+새 제도 병행해 주민 '호응'
제주시 재활용도움센터에 설치된 캔.페트류 자동수거보상기 ⓒ헤드라인제주

제주시가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캔.페트병 자동수거보상기가 불과 3년여 만에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내 재활용 도움센터 등 23곳에 총 42대의 캔.페트 자동수거보상기가 설치돼 있다.

보상기는 지역 주민들이 배출하는 캔, 페트류를 재활용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주시가 지난 2018년부터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총 4억 2900여만원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기를 통해 수거된 캔. 페트류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그에 따른 보상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보상기 1대 당 회수된 재활용 자원으로는 최소 1톤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보상기가 도입된 후 약 3년간 객관적인 자료 수집이 이뤄지지 않아 서귀포시의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서도 제주시청과 읍면동의 입장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캔.페트 자동수거보상기는 각 읍면동에서 운영해 관리하고 있으며 제주시는 재활용도움센터의 운영 방향이나 정책 등을 안내하지 각 지역별 재활용도움센터에 있는 보상기에 대해 이렇다할 지시를 내리진 못한다"며 "읍면동으로부터 보상기에 따른 수거량 자료를 요청했으나 따로 기록된 자료가 없어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제주시에서 월 단위까지는 아니지만 중간중간에 보상기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해서 전달했다"며 "보상기를 읍면동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진 않는다. 보상기가 고장이 나면 수리 또는 부품 교환을 해달라고 제주시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몇몇 기기들은 올해 1월까지만 운용을 한다는 종이가 붙여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세 절약과 잦은 고장 등을 이유로 전기공급을 차단한 기기들도 있는 등 운영을 거의 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행정의 조치가 내려진 이유로는 더이상 주민들이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주민들의 수거보상기 참여 유도를 위해 보상기 사용에 따른 포인트 보상제를 운영했다.

이는 캔.페트류를 보상기에 넣어 배출하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부터 보상기 포인트 제도가 폐지되고 기존 캔.페트류에서 폐건전지, 종이팩 등으로 재활용 품목 자원을 확대해 무게에 따른 보상으로 운영되는 통합 자원회수 보상제가 시행되면서, 보상기는 단순 압축용으로 전락됐다.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기존 포인트 보상제가 폐지되면서 포인트 보상 교환이 중지돼 주민들이 애써 보상기를 사용할 의무가 없다"며 "보상기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이용한다기 보다  재활용도움센터 내 근로자가 부피가 큰 캔.페트류를 압축하기 위해 이용했는데, 이마저도 안쓰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주민들이 기기를 이용해 포인트를 누적하면서 종량제봉투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었으나 보상이 중지되고 새로운 보상제도가 등장하면서, 굳이 보상기를 이용해 폐기물을 배출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보상기는 폐기물 압축용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보상기들을 활용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제주시와 보상기 설치 계약을 맺었던 업체는 현재 경영이 어려워 폐기물 관련 사업에는 손을 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 재활용도움센터에 설치된 캔.페트류 자동수거보상기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재활용도움센터에 설치된 캔.페트류 자동수거보상기 ⓒ헤드라인제주

반면 서귀포시의 경우 주민들이 자동수거보상기를 활발하게 사용하면서, 지역별 재활용 자원 수거량과 보상 내역에 대한 자료가 확보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추가 설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도 지난 2018년부터 지역 내 재활용도움센터 8곳에 1억 8600만원을 투입해 총 8대의 캔.페트 수거보상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서귀포시 보상기가 수거한 캔은 10톤에 달하고 있다. 기기 당 1톤 이상의 재활용 가능 자원을 회수한 셈이다.

또 페트류 수거량은 7톤을 조금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보상기를 통해 주민들에게 지급된 종량제 쓰레기 봉투는 1만 3866매에 달하고 있다.

서귀포시의 캔.페트 수거량이 많은 이유로는 보상기를 통한 포인트 보상제와 통합 자원 보상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주민들이 보상기준에 따라 전략적으로 재활용 가능 자원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할 캔.페트류 갯수가 많다면 보상기를 이용해 포인트를 쌓아 보상을 받거나 다른 재활용 가능 품목과 함께 배출해 무게에 따라 종량제 봉투를 보상받을 수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캔.페트 자동수거보상기를 통한 포인트제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통합 자원 보상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보상기를 추가로 설치해 달라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민간으로부터 재활용 가능 자원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면서 주민들의 참여 또한 활발해 시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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