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 정동숙씨, 바다유리 공예가 변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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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 정동숙씨, 바다유리 공예가 변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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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정화하며 해안가 쓰레기로 '씨글래스' 작품활동
폐유리조각.플라스틱이 액자 속 그림으로 재탄생
43세의 평범한 주부 정동숙씨, 그녀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있다.
 
바로 '씨글래스(SeaGlass)'다.
 
이는 해변을 거닐며 폐 유리조각, 고둥, 플라스틱 등을 수집해 액자 위에 그림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 아트의 한 종류다.
 
정동숙 씨의 씨글래스 작품 ⓒ헤드라인제주
정동숙 씨의 씨글래스 작품 ⓒ헤드라인제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6년째 생활하던 정 씨는 당시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적었던 제주로 거쳐를 옮겼다.
 
그녀는 "계절의 변화가 없는 적도 지방에서 살다가 제주에 오니 자연이 보여주는 모든 모습들이 새삼 아릅답게 느껴져서 놀라웠다"고 제주살이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쓰레기였다"며 "어딜 가나 쓰레기가 많았고 특히 바닷가는 더욱 심했다"면서 제주에서 보았던 쓰레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씨는 "처음엔 관광지다 보니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겠지 생각했는데, 중국어가 적힌 페트병, 뜯지 않은 새 담배까지, 먼바다로부터 떠밀려 온 쓰레기들도 많았다"며 "태평양에는 우리나라 16배 크기의 GPGP(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쓰레기로 점칠된 제주와 지구 환경에 대해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이후 그녀는 '나 하나 쓰레기를 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을 '나라도 주워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후부터 바닷가로 나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해변에서 수집한 유리조각들 ⓒ헤드라인제주
해변에서 수집한 유리 조각들 ⓒ헤드라인제주
이를 계기로 정 씨는 평범한 주부에서 우리 동네 환경 정화 활동가이자 바다 유리 공예가로 접어들었다.
 
정 씨는 "쓰레기를 줍다 보면 파도에 의해 동글동글해진 유리조각인 씨글래스도 줍게 된다"며 "처음엔 보석같이 예뻐서 따로 보관만 해뒀다가 액자로 만들어 업싸이클링을 해봤다"고 바다 유리 공예의 첫 시작을 알렸다.
 
흔히 유리공예라 하면 어느 장인이 작업 공간에서 뜨거운 열과 씨름하며 유리를 녹여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녀가 하는 씨글래스 작업에는 글루건과 액자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먼저, 해변에서 모래를 빗질하듯이 더듬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비치코밍을 통해 씨글래스를 만들 재료들을 수집한다.
 
유리조각들은 대부분 파도에 의해 마모돼 끝이 무뎌진 둥그런 모양이지만 이따금씩 날카로운 유리조각도 있으니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 수집해야 한다.
 
씨글래스 재료로 재탄생한 유리 조각 ⓒ헤드라인제주
씨글래스 재료로 재탄생한 유리 조각 ⓒ헤드라인제주
저 마다의 색채를 간직한 채 파도에 몸을 맡겼던 유리조각들은 파도와 태양빛 아래서 닳고 닳아 언뜻 영롱한 조약돌을 연상케 한다.
 
씨글래스를 어느 정도 모았다면 모래 등을 깨끗이 씻겨준다.
 
씻은 조각들을 글루건으로 액자에 붙여주고 펜으로 그림을 그려준다.
 
이를테면 새가 나온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새의 몸통을 조약돌로 나타내고 나머지 그림을 펜으로 꾸며주면 완성된다.
 
씨글래스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라는 점에도 의미가 있지만, 해변을 깨끗이 만드는 것을 비롯해 바다를 찾는 서퍼나 아이들의 발바닥을 유리조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녀가 씨글래스의 재료를 찾기 위해 자주 찾는 해변은 색달해변이라고 한다.
 
물론 비치코밍을 통해 매일같이 재료를 확보할 순 없다.
 
대부분 파도에 의해 육지로 안착한 부유물이기 때문에 바다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정 씨는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가 활동하는 쓰줍인이라는 단체의 운영진이 제주에 오셨을 때 제일 처음 만들었던 작품을 드렸다"며 "씨글래스를 수집하게 된 것도 쓰줍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어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씨글래스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전용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정동숙 씨의 인스타그램 'handmade_sonjeju' ⓒ헤드라인제주
정동숙 씨의 인스타그램 'handmade_sonjeju' ⓒ헤드라인제주
정 씨가 수집한 쓰레기들은 씨글래스 재료로 재탄생 돼 액자 속 하나의 화분이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며, 참새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그녀의 SNS에는 다양한 씨글래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항상 'I LOVE YOU'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씨는 "씨글래스 작품은 따로 판매한다기보다는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제주의 쓰레기 문제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다짐한 그녀의 노력들은 씨글래스라는 하나의 예술로 표현돼 인스타그램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정 씨는 "기후 시계(Climate clock)가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나라 대구에 설치가 됐다고 한다"며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 잔여 총량을 시간으로 표시했다 하는데, 이제 6년 212일 남았다고 한다"고 말하며 쓰레기 문제에 대해 모두가 나서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민간단체에서 마대와 집게를 제공하고 지정장소에 버리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이런 시스템이 행정적으로 추진돼 각 지역마다 생겨 접근성이 향상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르게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참여하게 될 거 같다"고 행정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씨글래스 작업 ⓒ헤드라인제주
정동숙 씨의 씨글래스 작업 ⓒ헤드라인제주
끝으로 정 씨는 "환경도 살리고 재미도 더하는 비치코밍과 업싸이클 아트를 많은 분들이 직접 해 보시고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를 깨끗이 하고 환경을 살린다는 활동은 그녀의 씨글래스 작업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취미는 소소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바다를 안전하게 정화시켜 준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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