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우리가 지킨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청년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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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우리가 지킨다”... 제주클린보이즈클럽 청년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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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클린보이즈클럽, 매일 해안가 폐기물 수거 후 일과시작
9월에는 쓰레기 활용 작품 전시회 개최 예정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활동 중인 '제주클린보이즈클럽' @헤드라인제주

지난 8일 오전 8시.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인근 해안가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장갑을 끼고 포대를 챙기더니 곧장 울퉁불퉁한 해안가로 나서 암석들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

이들이 주운 물건은 바로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로, 페트병부터 오래된 술병, 부표, 스티로폼 등 다양했다.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 청년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의 '멤버'들이다.

SNS의 한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는 '제주도'를 검색하면 수 많은 콘텐츠들이 게재돼 있다.

대부분 오름을 등반한 사진,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울창한 숲을 탐방한 사진, 맛있는 음식 사진, 감성적인 분위기에 카페를 방문한 사진 등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이 담긴 사진이 끝도 없이 게재되고 있다.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쓰레기를 줍는 '제주클린보이즈클럽' @헤드라인제주

이러한 SNS의 파도 속에서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은 단순한 '인스타 감성'이 아닌, '우리의 놀이터, 제주바다를 지키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매일 아침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진을 올리며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켜야 할 삶의 터전임을 알리고 있다.

당시 페이지를 만든 정연철(31)씨는 “그때는 두명이서 시작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은 지난해 10월 17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멤버들은 나이, 직업, 거주지역 등 어느 것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단지 바다를 지키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날씨가 좋은 날 매일 오전 정해진 해안가에 모여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으로 그 날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해안가에 떠내려온 쓰레기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제주시 동부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시즌2'로 제주시 서부지역 해안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클린보이즈와 인연을 맺은 계기로 제주로 거쳐를 옮긴 청년도 있다.

멤버 중 한명인 김민정(29)씨는 "처음 제주를 왔을 때는 한달 살기를 목표로 방문했는데, 그 때 클린보이즈를 알게돼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서쪽으로 활동지역을 옮긴다는 소식에 거쳐를 구해 1년 살이를 계획하고 두 번째 시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을 통해 쓰레기를 주운 것을 보면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고, 치유도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8일 수집한 쓰레기 전리품 @헤드라인제주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에 별다른 의미가 있을까 하겠지만 클린보이즈 구성원들에게 쓰레기는 하나의 전리품과도 같다.

오래된 병이나 특이한 모양의 쓰레기들이 있으면 짧은 감상평과 함께 수집하기도 한다.

수집된 '쓰레기 전리품'들은 오는 9월에 전시회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활동 중인 '제주클린보이즈클럽' @헤드라인제주

바위틈 사이로 허리를 숙여 포대를 채워 나가기 시작하면 어느덧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한다.

주변에서 낚시를 하거나 나들이를 하러온 지역 주민들이 클린보이즈의 활동을 보고 커피를 건네며 “고생이 많다”며 격려와 응원을 전하곤 했다.

이날 '제주삼촌'이라 불러달라며 처음 활동을 시작한 한 참가자는 “제주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매일 꾸준히 나와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한 것 같다”며 “제주에서 청년들이 육지로 많이 떠난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한편으로 지역의 이런 청년들이 있다는 것에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8일 제주클린보이즈클럽 인스타그램 게시물 @헤드라인제주

클린보이즈는 그날 수거를 마치고 활동을 기록하는 사진을 남기는데, 다양한 기념일에 맞춰 콘셉트를 정해 사진을 찍곤 한다.

이들은 이날 어버이날을 기념해 부모님께 다 같이 절을 올리자는 뜻으로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한켠을 장식했다.

8일 오전 쓰레기 줍기를 마친 제주클린보이즈클럽 @헤드라인제주

기념사진과 함께 포대를 들고 나오면 활동은 끝이 나고 클린보이즈 구성원들은 각자에 위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8일 쓰레기 줍기 활동을 마치고 찍는 기념사진 @헤드라인제주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은 활동을 통해 바다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를 소재로 소통하며 웃음과 추억을 SNS로 공유하는 이들은 제주 바다를 놀이터로 삼고 그 놀이터를 지키기 위해 여념이 없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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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2021-05-09 16:55:45 | 58.***.***.111
환경에 무심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정말 수고가 많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