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성센터 '그들만의 합의', 도민은 안중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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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성센터 '그들만의 합의', 도민은 안중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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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자기모순 빠진 제주도의회 도유지 매각안 강행처리
'밀실' 비판하다가, 정부 눈치보며 '도민 빼고' 합의 이중적 행태
40만㎡ 땅 팔아넘기면서...'보도자료' 한장 없는 사업 실체 의문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관련 도유지 매각안을 강행 처리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본회의 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38명의 의원을 빗대어 '신축 38적'이라는 규탄 성명까지 나왔다. 

다소 격한 표현에 억울해할지 모르나, 일련의 의안 처리 과정을 보면 당연지사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문제까지 확인했음에도 서둘러 통과시킨 것은 매우 의외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도의회의 의안 처리과정에서는 정부기관과 도정과의 협의만 있었지, '도민'은 빠져 있었다. '그들만의 논의'를 통해 도민의 소중한 자산인 40만여 ㎡를 팔아넘긴 셈이다. 도민에게 묻지도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심도 있는 심의가 이뤄졌고, 제기된 의혹이 일정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이해하기 힘든 궁색한 변명으로 매우 어줍게 다가온다. 

도의회는 이번 의안 심의과정에서 도민사회 제기됐던 의혹과 논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위성센터 설립사업은 그동안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나는 국가위성센터 사업의 실체와 관련한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추진과정의 절차적 문제였다. 

첫째, 사업 실체에 대한 의혹과 관련한 부분만 하더라도 그렇다. 사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보안시설'로 분류되는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비밀리에 추진돼 왔고, 그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해당 정부기관과 제주도정 말고는 이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기재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사업계획 요약서가 전부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가위성통합센터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 지역 108만6306㎡ 부지에 조성될 계획이다. 사업부지 내 토지는 국유지 46만4542㎡, 도유지 62만1764㎡이다. 
 
이 곳에 국가위성통합센터 건물 및 대형 위성안테나 3기 등을 설치해 2022년 9월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안테나 설치의 계속해서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00만㎡가 넘는 대단위로 추진되면서도,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세부 정보는 모두 차단돼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설인지도 알 길이 없다. 

항우연은 기존에 운영 중인 시설(대전)은 확장이 불가능해 국내에서 위성 안테나 수신율이 좋고 가장 적합한 부지로 제주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위성센터의 제주도 유치시 '기대 효과' 내용도 뒤늦게 제시했다. 항우연은 "국가위성센터가 제주도에 설립되면 제주 위상이 제고되고, 향후 국가우주사업 유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제주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공무원 및 전문인력 170여명 상주에 따라 거주인구 증가, 위성 연관 산업 및 일자리 창출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2018년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했다는 이 사업계획이, 왜 지금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조차 없다.

뭔가 감춰야 할 심각한 내용이 있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평화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이 시설을 군사전략적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의회 내에서도 '밀실' 추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사업 목적 및 실체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이어졌다.

둘째, 이 사업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추진과정이 정의롭지 못하다.  

제주도가 해당 사업부지 내 도유지 매각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지난해 12월까지도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도의원들조차 이 사업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우연은 덕천리 마을 및 제주도와 협약이 체결됐다고 했지만, 모두 올해 1월 급조된 것이었다. 덕천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했다는 주민설명회도 '밀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월말 황급히 한 차례 마련한 것이 전부다. 

사실상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도 없었고, 공청회 등의 절차는 물론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소유인 국유지(덕천리 산 68-9번지)에서는 이미 연구동과 위성영상실, 운영실 건축물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도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무시한 것이자, 명백한 절차적 정당성 상실이다.
    
항우연이 밝힌 것처럼, 정말 이 센터가 제주도에 많은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처음부터 솔직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도민들에게 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단 한번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도민들과 더욱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중재적 역할을 해야 할 도정이 의견수렴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유도하지는 못할 망정, 해당 정부기관과 '밀실 협력'을 하며 도유지 매각에 급급해 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명확했다. 

첫번째로는, 사업 실체와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고, 두번째로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일이다. 후자의 문제는 의안심의 거부 사유로도 충분한 것이었다.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원점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도록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제주도정이 왜 주민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서둘러 땅을 매각하려 한 것인지, 그 이유를 밝혀내고 분명한 책임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그 책임을 방기했다. 심의를 앞두고는 많은 비판과 함께, 의구심을 쏟아내던 도의회가, 정작 심의에서는 돌연 태도를 바꾸고 '묻지마'식으로 의안을 통과시켰다.
 
항우연측의 해명입장만 들었을뿐, 사업 실체에 대한 정확한 규명도 하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에도, 도민의견 수렴이나 공감대 형성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을 강제하지도 않았다.

도의회가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내용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국가위성센터 '찬양' 수준이다. 

이를 테면 △국가위성센터 조직 및 기능 강화를 통해 항공우주연구원 제주분원 격상 노력 △국가우주산업이 제주산업생태계에 체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산학 공동연구 및 지역인재 양성 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홍보관, 연구센터 등 운영,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 △제주도와 항우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 3개 기관 업무협약을 통해 반영하고, 성실한 이행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운영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자매결연 교류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 등이 그것이다.

이 부대의견의 내용은 국가위성센터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당위성'과, 제주도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사업이라는 '기대효과'를 역설적으로 담고 있다. 

도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땅을 팔아 넘긴 것도 모자라, 그간 행해진 절차적 문제에 완전한 면죄부를 준 것이다. 도정에 '밀실' 추진을 비판하던 도의회가 '밀실'의 공모자 대열에 합류한 격이다. 자기모순에 빠진 '내로남불'의 이중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도의회를 독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국가정보원 및 중앙정부 기관의 눈치보기의 결과로 풀이된다. 도민들의 자존과 정서보다는 정부 눈치가 더 무서웠던 것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설령 부대의견에 적시된 내용처럼, 이 사업의 타당성과 기대효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문제는 바로 잡았어야 했다. 부동의는 아니더라도 최소 '심사 보류'라는 패널티를 통해 강력한 경고를 했어야 했다.

의안 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도정과 정부기관, 도의회 3자 기관만 공유하며 논의를 진행한 것 또한 문제다. 이는 도민을 배척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하고, 제주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도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러나 의회는 '그들만의 논의'로 갈음했다. 

그리고, 국가위성센터 설립계획이 수립됐다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그 흔한 '보도자료' 한 장 없었다. 정부 기관에서도 없었고, 제주도정에서도 없었다. 

도의회의 협력으로 40만㎡ 도유지 매각이 성사됐으나, 국가위성센터 설립 추진상황이나 향후 계획, 또는 도의회의 부대의견에 대한 입장 등에 관한 그 어떤 공식적 발표도 없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위성센터 사업에서 도민은 완전히 배제됐고, 애시당초 그들의 합의 과정에 도민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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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도 없는 실체 2021-05-06 07:29:34 | 119.***.***.32
기사를 보면 위성센터와 관련한 정식 보도자료가 한장도 없다고 되어 있고,, 100만제곱미터나 이르는 부지 중 40만제곱미터는 도민땅인데 사전 공청회도 없었고, 회기 임박해서 열린 설명회 한차례뿐....그래놓고 도민들에게 엄청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부추기는 도의회는 쇠대가리이거나 거수기일뿐 제정신이 아니다

굽신 굽신 2021-05-06 07:57:23 | 175.***.***.190
민주당 도의원들이 대선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와 국정원 하는 일 밀어주기 한거죠.

나쁜넘들 2021-05-06 08:31:45 | 118.***.***.180
기가막힌다, 민주당 도의원들, 민의르 대변한다고 번지르하게 말하면서 얼렁뚱땅 야합해버리는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건 해군기지, 제2공항 이어 세번째 도둑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