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파수꾼 '세이브제주바다'..."해양쓰레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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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수꾼 '세이브제주바다'..."해양쓰레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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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는 우리가 지킨다] (1) 세이브제주바다
홀로 시작한 '세제바'... 2년간 1900여명 쓰레기 10톤 수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한 구절이다. 하지만 제주바다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답다는 얘기를 꺼내긴 쉽지 않다. 해변 곳곳에는 어선용 폐그물과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바위 틈 사이에는 치울 수도 없게 각종 플라스틱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쓰레기들이 깊숙히 버려져있다. 이것이 아름다운 제주바다의 이면이자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를 다녀간 사람들이 그럼에도 제주바다는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이브제주바다', '작은것이아름답다(JAGA)', '디프다제주'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마치 '시지프스'처럼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은 일을,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는 일을 제각기의 이유로 묵묵히 하고 있다. 아무리 치워도 사라지지 않고 되려 같은 자리에 다시 쌓이기만 하는 해양쓰레기를 멈추지 않고 수거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너무 미약한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마저 없었다면 제주바다는 오래전 그 빛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

이들 단체는 말한다. 거대한 변화는 작은 물결에서 시작된다고. 그렇게 세상은 점진적으로 변해간다고. 제주바다가 난개발과 오염으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해도 푸른 애매랄드 빛을 끝까지 잃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는 멈추지 않고 '시지프스의 바위'를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핑하던 한주영 대표를 에워싼 바다쓰레기

제주 해변 곳곳에 버려져 있는, 아무리 치워도 하염없이 쌓이기만 하는 쓰레기를 묵묵히 수거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환경보호 단체 '세이브제주바다'다. 정기적으로 제주비치클린과 환경캠페인을 실시해오고 있는 비영리단체 세이브제주바다는 지난 2년간 10톤의 바다쓰레기를 수거하고 19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제주바다보호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띤 활동을 해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세이브제주바다의 근황을 살펴보고자 지난 7일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우선 한주영 대표가 해양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바로 서핑이었다.

ⓒ헤드라인제주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헤드라인제주

한주영 대표는 태어난 이후로 한시도 바다와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제주도 북동쪽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온 그녀는 제주 전 바다를 놀이터로 삼으며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20대 후반 유학을 떠나야 했을 때도 굳이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며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서핑을 배우게 되며 바다와 더 깊게 교감을 했다.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먼 바다에 나가면 한 대표는 온 세상에 그녀와 바다만 있는 것처럼 느끼곤 했다. 그녀는 파도를 타면서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대표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에 마구잡이로 떠다니는 쓰레기들이었다. 바다에 대한 애착이 커질수록 아름다운 바다의 이면이 그녀의 눈에 밝혔다. 해양쓰레기에 시선이 쏠린 이후부터 그녀는 마냥 즐겁게 서핑을 할 수가 없었다.

한 대표는 특히 지난 2014년 발리로 서핑트립을 갔을 때 해양쓰레기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 그렇게 아름답다고 소문난 섬에도 플라스틱, 담배꽁초, 기름 등 온갖 쓰레기와 잔여물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쓰레기들은 파도를 기다리는 그녀 주변을 감쌌고 그녀가 파도를 탈 때도 파도 위에 덩달아 올라탔다. 한 대표는 넓은 바다 위에서 부유하는 해양쓰레기를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며 이 문제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국내 최고 서핑스팟이자 자신의 고향인 아름다운 제주에 대한 걱정이 불현듯 밀려왔다.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마침내 제주도로 돌아온 한 대표는 이 섬의 해양쓰레기 문제 또한 발리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어업용품부터 일반 생활쓰레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려지지 않은 게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는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디면 한 대표는 자신이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다짐의 순간이 세이브제주바다의 시작이었다.

◆한명씩 모여 2년만에 1900여명...해양쓰레기 10톤 수거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마음이 맞는 제주도 서퍼들을 모아 무작정 해양쓰레기를 주우러 다녔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었다. 오히려 치운 자리에 더 빼곡히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을 봤다. 그녀는 보다 체계적으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한 대표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단체명을 세이브제주바다라고 정했다. 구좌읍 김녕리에 센터도 자그마하게 꾸렸다.

그녀는 세이브제주바다의 구체적인 목표도 정했다. 크게 △바다정화 봉사활동으로 깨끗한 제주바다 만들기 △일회용제품 사용자제 권장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 줄이기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하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018년 함덕해변에서 비치클린을 진행했던 세이브제주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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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해변정화활동을 하는 세이브제주바다. 세이브제주바다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헤드라인제주

한 대표는 처음엔 한 달에 1회 비치클린 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몇 사람의 에너지로는 그많은 쓰레기를 매일같이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쓰레기 수거하는 일도 벅차기만 했다. 쓰레기를 수거한 후의 뒤처리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당연히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보답없는 일이고 눈에 띄는 일도 아니었다. 처음엔 한명 두명 소수의 인원들만 동참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큰 힘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이브제주바다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람이 많이 모이니 두 번 주울 것도 한번만 줍게 됐다. 일이 수월해지니 자연스럽게 비치클린 횟수도 늘어났다. 한 달에 한 번 하던 일을 일주일에 한 번 하게 됐다. 그렇게 세이브제주바다는 2년간 총 1900여명의 봉사단이 참여한 가운데 67회 비치클린을 진행했다. 그리고 약 10톤가량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었다. 바다에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는 사람만큼이나 그것을 문제삼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또한 많았던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이 고된 일을 그럼에도 묵묵히 이어나갈 수 있었던 동력은 다름 아닌 사람에게 있었다.

세이브제주바다는 쓰레기 수거뿐만 아니라 동시에 바다지킴이 서약서, 세제바1회용품줄이기 캠페인 등도 이어나갔다. 줍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한 대표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촉구하는 활동을 병행하며 사람들에게 해양쓰레기의 실태와 그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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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어민용 쓰레기를 수거한 세이브제주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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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동반하면 아이들도 세이브제주바다 비치클린에 참여할 수 있다. 환경을 아끼는 마음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헤드라인제주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비치클린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한 대표는 그럼에도 쌓여가는 해양쓰레기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은 늘어만 가는 상황인지라 막연히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4인 이하 비대면 비치클린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약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한 대표의 강인함은 많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는 점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든 하고야 마는 성격에 있었다.

한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로 비치클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방식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싸이클과 협력해 해양쓰레기 재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환경이론 교육 후 비치클린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막연히 주의와 경고만 주는 것보단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환경 다큐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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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제주바다 텀블러 이용 캠페인.ⓒ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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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제주바다 바다지킴이 서약서.ⓒ헤드라인제주

◆"나 한명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한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소한 일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우선 깨끗한 바다는 '집'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며 "조금 불편해도 장바구니, 텀블러, 개인 물병등 다회용 제품들을 사용하고 '용기내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포장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쓰레기를 처리한다고 하면 매립이나 소각밖에 없을 텐데 해양쓰레기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언제까지 매립이나 소각에만 의존할 순 없다"며 "해양쓰레기 중에 재활용이 가능한 HDPE, PET, PP를 선별해서 육지에 보내지 않고 제주도에서 직접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또한 우리가 바다를 구한다는 생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다보면 나 자신이 바다를 구하는 게 아니라 바다가 그리고 세이브제주바다 활동이 나를 구해줬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얻는 것이 컸고 의식도 더 고양될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이점을 알게 되면 이전보다 해양쓰레기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 세제바 캠페인 스티커 ⓒ헤드라인제주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 '세제바 캠페인' 스티커가 붙여진 텀블러를 들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더불어, 그녀는 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우리'라고 얘기했다. 한 대표는 "환경을 위해서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너 혼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그런 혼자들이 모여서 '우리'가 될 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세이브제주바다를 시작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작은 일들을 실천할 때 그것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이브제주바다 뿐만 아니라 많은 개인들과 단체들이 쓰레기를 줍고 심각성을 알리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제주가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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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애월 해안가에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는 모습.ⓒ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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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구좌읍 김녕해안도로 인근 해변에 어민용 쓰레기, 플라스틱 제품 등이 버려져 있는 모습.ⓒ헤드라인제주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해양쓰레기를 주우면서 어업용 폐기물과 어선에서 버려진 생활쓰레기들이 해양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러나 그런 쓰레기들이 어부들에 의해 버려졌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우리 또한 그 폐기물로부터 얻어진 해산물을 먹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다"며 "세이브제주바다가 여러 시민들을 대상으로 비치클린을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서 '나도 같은 종류의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나?'라는 성찰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의 작은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고 나자신이 바뀌면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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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2021-04-16 08:47:05 | 175.***.***.94
흐쿠시마 방시능 오염수로 한반도가 위혐수위 들 가능성이 제일 높은 가운데 바다를 지키는 이런 고마운 민간단체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