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도 않은 일,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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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지도 않은 일,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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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26) 오늘과 내일

복학을 하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간고사’란 무시무시한 괴물이 내 코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나를 꼬나보고 있다.

변덕이 죽끓듯해대는 날씨에 적응을 못하고 앉아서는  '이놈의 학교가 미쳤나봐!', 징징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학교에서 돌아온 집안엔 냉한 공기와 함께 덜렁 남겨지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려 들지 않는 두툼한 책속의 글자들 그리고, '휴우~~' 쏟아져 나오는 한숨 한자...

뻣뻣하게 굳어진 허리와 어깨, 코끼리아주머니의 튼실한 다리처럼 탱탱해진 다리를 가만히 꼬나보다가 낑낑... 앓는 소리를 내가며 몸을 움직여 욕조에 더운 물을 받는다.

쏴아아...
하얀 김을 폴폴 날리며 욕조 안이 차도록 담기는 물을 바라보며 나는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의문에 갑갑해질 때가 있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 것을
돈을 주고도 하라고 시켜도 도리도리 저어댈 것을
나는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오늘, 이렇게 힘들면서도 날이 밝으면 다시 휠체어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또,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때마다 우드득, 뼈마디와 근육들이 비명을 지를 테지.

늘 반복하는 일상을 버겁게 보내면서도 오늘 난 내일을 포기할 수가 없다.
오늘이 아프지만, 그렇게 아픈 오늘과 어제를 살 수 있는 내가 행복하다.

그리고 어제...
그리고 오늘...
이렇게 힘들면서도 내일을 기다리게 되는 나에게 감사하다.
포기하고 싶을 간사함을 늘 이기도록 날 부추겨주는 내 심장에 오늘도 나는 감사하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오늘도 감사합니다.

조금 더 가르치지 못함을 아파하는
조금 더 나은 몸 주지 못함을 늘 죄스러워하는
조금 더 좋은 것 입히지 못해 늘 서러운
조금 더 많은 것 손에 쥐어줄 수 없음을 눈물 흘리는
심장 아리는 정성을 먹이삼아 살아가는 오늘, 이 자식은 행복하다 여깁니다. 

자식 향해 미안하다 고개 숙이는 당신의 늙은 생일날 아침
더운 미역국 한 그릇, 더운 밥 한 그릇 올려진 생일상
한 번도 제대로 차려내지 못하는 자식이지만

늘 아프면서도 언제나 용기를 얻게 되는
교만함에 감사할 줄 모르는 절반의 건강함보다
교만함을 저지르는 심장이 반듯하게 비치는 온전한 거울 하나
버릴 수 없는 나의 육신과 정신을 주신 나의 어머니, 아버지.

언제나
사랑 합니다.
 

강윤미씨 그녀는...
 
   
▲ 강윤미 객원필진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 의 나이, 이제 마흔이 갓 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객원필진/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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