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농업의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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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75) 제주 농업의 미래

한반도 분단의 역사는 어느덧 70 여 년이 지났다. 작년에는 남북 경협을 위해 개성에 세운 건물까지 북한이 폭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지구 곳곳에서는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고,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그러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의 병폐가 세계 여러 곳에서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농업이 설자리는 어디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며 한반도 통일농업에 대한 얘기를 해 본다.

일반적 남북의 농업현실을 토대로 이제부터 농업부문에서 민족동질성회복과 한바도 통일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통일농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농업은 우리 인간에게 식량과 공업원료를 조달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경제적 기능 이외에도 국토와 환경을 보전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구실을 한다. 즉 농업은 생산적 기능 이외 공익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농업이라고 말하면 흔히 논과 밭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에는 논ㆍ밭 이외에도 토양과 물, 그리고 그것에 이웃해 있는 산림과 초지, 또 그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곤충, 작은 짐승들이 상호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종합적 지역생태계를 포괄한다.

그러나 남북은 일제시대 이후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지역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술농업, 화학농법 등을 해옴으로써 농업생산물과 환경생산 효과를 모두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북의 농업은 일제강점기 이래 주 농업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집약적 농업을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만 높이고자 지나친 화학비료와 농약을 투하하였다. 그 결과 미생물과 곤충, 작은 짐승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므써 농업생태계를 파괴하였다. 그럼에도 식량문제의 해결은 커녕 환경파괴와 함께 식품의 안전성마저 위협받는 음식문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한반도는 194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힘의 강제와 민족 내부의 분단세력에 의하여 남북이 분단된 이후, 한반도공동체의 전체 구성원들은 자연분업을 파괴당한 채 인위적으로 자연을 조작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지구촌은 각국의 공업화에 따른 에너지 남용으로 급기야 환경공해를 일으켜 인위적인 기상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결과 지구촌 곳곳에서 엘니뇨, 라니뇨현상으로 홍수, 가뭄피해가 발생하여 농작물 생산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식주’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이 생활하는데 기본이 되는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와 순서가 달라 ‘식의주’라고 불린고 한다. 현재의 북은 먹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북한은 봄철춘궁기로 농촌지역의 협동농장들에서는 식량도 없고 돈도 없는 절량농가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1년 1분기 ‘작황전망과 식량상황’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45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면서 인구의 대부분이 낮은 식량소비 수준에 시달리고 있으며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데 매우 열악하다고 밝혀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제 농업이 통일의 교두보가 되는 통일농업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통일농업은 이제 우리들 가슴 속 염원을 넘어 현실에서 실현해야 할 구체적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개방농정의 구호가 수출농업이었다면 우리는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농업으로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남한의 농업 현실을 남한경제의 현대사의 측면에서 보면 수출 주도 경제발전 계획으로 농업의 붕괴 현상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은 산간지역이 많은 까닭에 증가되는 인구에 비하여 절대농지가 부족하고 1980년대 거쳤던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와 동시에 그들 국가와 경제교류가 막히면서 자연개조운동과 주체농법 등을 통한 식량자급체제 완성을 서둘러 왔다. 하지만 자연개조운동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였고 밀식재배 방식을 통한 주체농법은 거꾸로 농산물수확량을 급감시켜 몇 년 전만 해도 절대식량의 부족 등으로 아동들이 결식하는 비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한강을 중심으로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북과 평야지대가 비교적 많은 남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이 수천 년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면서 한반도의 농업구도는 남의 미작지대, 북의 잡곡지대가 자연분업화 되었다. 그리고 자원조건상,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제2차 산업의 발달에 유용하고, 남의 발달된 임야, 평야, 바다는 농어업 및 축산업 발달에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는 남북의 자연ㆍ지리조건 상 자연분업을 통하여 한반도의 균형 있는 경제발전이 가능케 되어 있다.

시장경제의 외부를 살펴보면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WTO(자유무역체제) 등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고, 국가간 교역 확대를 위한 자유무역체제(FTA)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결과 공산품 수출을 위한 희생물로 농업경제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반도에서 남북간의 분업을 회복하는 통일농업과 식량주권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남북 사이에 경제교류가 시작된 것은 80년대 중반 남한에 수재가 있었을 때 북한이 인도적 차원의 구호물자를 보내온 데서 시작되었다. 그 후 본격적인 남북 사이 물자교류를 위한 남의 7.7선언, 대북한 경제교류 허용 10.7 방침 등 대북한 개방조치 이후이다. 남쪽의 이와 같은 남북경제교류 배경에는 대북정책의 전환과 원자재 공급원의 확보, 북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코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민족동질성회복, 한반도통일과는 거리가 먼 비순수한 남북교류였다는 평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경제는 NAFTA, ASEAN, EU, FTA 등 지역주의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남북의 경제교류는 다른 지역별 시장통합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족동질감, 동일한 언어, 그리고 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한반도 전체 구성원의 기대감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의 경제교류는 정치적ㆍ이념적 문제, 정치적 감정 내지는 권력기구간의 갈등에 의해 좌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현재 북의 경제수준 특히, 악화된 식량사정을 장기적으로 방치한 상태에서는 결코 남북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없다. 남한 또한 식량자급률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의 자연ㆍ지리적 조건상 한반도 남부의 미작지대와 북부의 잡곡지대가 자연분업과 함께 전문화될 수 있도록 식량자급의 상호보완체제를 조속히 복원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남의 농업관련 지식과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자연조건을 잘 보존하고 있는 북과 농업교류협력을 강화한다면 FTA체결에 의한 농업분야의 완전 개방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본다. 즉 남북의 입지조건을 이용한 농업분업과 역할나누기를 통해 남북상호간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농업의 생명을 연장한다면, 남북이 모두 식량자급에 어려움이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북의 경제성장을 도와서 민족동질성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한 남북통일의 앞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 제주는 북한에서 키우기 어려운 감귤을 비롯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어지고 있고, 겨울철 건강 식재료인 월동채소가 재배되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구황작물인 감자의 2기작 생산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른 지방보다 씨감자 대량 생산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도농업기술원은 2002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농산물원종장을 개장하였으며 미니 씨감자를 생산해 2010년부터 제주에서 필요한 씨감자를 자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씨감자 생산의 우수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한반도 통일은 민족적 과제인 동시에 풍요로운 우리들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인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제주는 1998년부터 감귤 북한 보내기 운동을 필두로 남한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감귤북한보내기를 모태로 겨울철 신선채소인 월동채소 북녘 소비 공급, 씨감자 공급 등 제주가 나섬으로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농업분야의 남북 교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제주농업도 이러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 매개체로서의 따뜻한 훈풍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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