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4.3문제 정의로운 해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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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4.3문제 정의로운 해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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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4.3, 화합 역사로 우뚝"
유족들 "70여년 한 풀 것...이제야 새 봄 오는것 같다"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70년을 기다려 온 제주4.3에 이제야 새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73년 전 제주4.3 당시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린 남동생을 잃은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성부회장.

그는 5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4.3유족들을 대표해 연단에 올라 지난 70여년간 가슴속에 담고 있던 응어리를 토해냈다.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 공동행동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함께 만든 4·3 특별법, 참된 봄의 시작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도민보고대회는 △4.3영령에 대한 묵념 △제주4.3특별법 개정 과정 영상 상영 △시 낭송(허영선 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 △각계 발언 △유족회장 감사 인사 △공연 등 순으로 40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제주도내 각계 인사들과 4.3유족들이 참가해 희생자 배.보상과 특별재심 등이 담긴 4.3특별법 전부 개정에 대해 자축했다.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성부회장.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춘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성부회장. ⓒ헤드라인제주
5일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열린 ‘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헤드라인제주
5일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열린 ‘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강 부회장은 "저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면서 "2살때 잠깐 조사할 것이 있다고 두 사람이 와서 집에 계신 아버지를 데리고 간 후 지금까지 생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금이야 옥이야 키우셨던 할아버지도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 총에 의해 경찰에 끌려갔고, 모진 고통을 겪다 목포형무소로 끌려간 뒤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다"면서 "저의 어머니는 평생을 4.3의 한을 품고 사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삶의 마지막에 치매를 심하게 앓으며 매일 4.3의 고통속에 살다 가셨다"면서 "할머니는 4.3당시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저의 남동생을 살려 보려고 몸부림치던 할머니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한마디가 '아기야, 아기야. 울지 말앙 혼저 글라(울지 말고 어서 가자)'였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할머니는 행여 강씨 집안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가 잘못될까봐 4.3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그러면서도 할아버지의 억울함만은 꼭 풀어달라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마을 이장으로 있는 동안 죄없는 청년들을 밤이면 마루천정을 들어 숨기고, 낮에는 마루에서 숨기며 한사람이라도 살리기 위해 떳떳하고 의로운 삶으로 행동하셨던 분이니, 꼭 나라에 알려달라고 당부하셨다"면서 "이번에 제주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저희 할아버지 명예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특별재심을 통해 무고함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세상 먼저 보낸 저희 동생을 호적을 정정해서라도 이제라도 출생신고할 수 있게 됐다"며 "출생신고를 하자 마자 사망신고를 해야겠지만, 세상에 존재했던 기록만이라도 남길 수 있는 것으로도 기쁘다. 심장에 박힌 돌뿌리가 빠지는 듯한 놀라운 기쁨"이라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또 "희생자에 대해 국가가 책임의 의무로 배상 지급한다고 한다"며 "그 배상금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남동생이 다시 태어난 대끊긴 우리 강씨집안에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위해 정말 뜻있게 사용하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70년을 기다려 온 제주4.3에 이제야 새 봄이 오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또 "저보다 어려운 여건에도 견뎌오신 희생자와 유족여러분들께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4.3희생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감사의 인사를 통해 "4.3특별법 개정은 이렇게 모든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며 " 과거사 운동했던 모든 단체, 4.3특별법개정공동행동 124개 단체 모든 회원 분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억울하게 죽은 영령님들을 제대로 해원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그 억울함을 뛰어넘어 새로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9만 유족을 대표해 감사드리고, 앞으로 우리 유족회는 여러분의 고마움 잊지 않고 정의로운 나라 만드는데, 영령 죽음 헛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큰 절을 올렸다.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큰절을 하고 있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큰절을 하고 있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5일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 ⓒ헤드라인제주
‘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인 4.3은 이제 미래를 여는 화합의 역사로 우뚝 섰다"면서 "10만 생존희생자와 유족 여러분, 전국민의 힘을 모아준 4.3특별법개정쟁취 공동행동, 든든하게 응원해 주신 도민 여러분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배보상 산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진행중이다. 이 결과를 반영해 하반기 다시 특별법 개정 추진할 것"이라며 "생존희생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4.3을 연결고리고 국민통합의 미래를 열고 화해.상생.평화.인권이라는 4.3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앞으로 있을 많은 숙제들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의 정신으로, 또 도민 화합의.참여의 힘으로 하나하나 헤쳐나갈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73년 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질곡의 세월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제주도민의 한과 피맺힌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한 단초를 이제야 마련하게 됐다"며 "4.3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좌 의장은 "제주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의 문제도, 더더욱 이념의 문제도 아닌 인간의 문제"라며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생명과 인권이 유린된 근현대사의 아픔인 4.3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1987년 이후 열린 민주주의 광장에서, '살암시면 살아진다'에서 '이제사 말햄수다'로 한걸음씩 전진했다"며 "그리고 비로소 21년 전 김대중 정부에서 여야합의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진상보고서가 만들어지며 '이제사 말햄수다'는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으로 승화됐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손가락을 기억한다. 4.3당시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은 삶과 죽음을 좌우했다"며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질곡의 손가락, 이념의 손가락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실에서부터 동백꽃이 만발한 4월의 봄을 실현하겠다"며 "4.3인권교육 확대하며 4.3의 내면화 전국화 세계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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