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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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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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태호 / 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변태호 / 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헤드라인제주
변태호 / 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헤드라인제주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이 노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휴대폰 광고에서 이 음악을 처음 접했다. 요즘 핫한 이날치 밴드의‘범 내려온다’라는 곡이다. 조선시대 판소리 명창의 이름을 딴 이날치.

그들은 전통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21세기 도깨비’란 별명으로 대중음악계에 최고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범 내려온다’는 별주부와 토끼의 추격전을 담은 판소리‘수궁가’의 한 대목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으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학교 앞 문방구 사장님이다. 그날은 회색빛 하늘만큼 마음도 무거웠다. 시험날이라 그랬을 것이다. OMR 답안지 작성 때문에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을 사러 무심히 문방구를 들렀다. 나 말고도 십여 명의 학생이 컴퓨터용 사인펜을 구입하러 문방구에 있었다. 시무룩한 학생들 표정과는 달리 사장님 얼굴에는 함박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허밍하다 못해 출처미상의 혼잣말 노래까지 쏟아냈다.

“돈 들어온다. 돈이 들어온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노래가 어찌나 유쾌했던지 우울했던 나도, 무표정의 다른 학생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기껏해야 사인펜 값 500원. 다른 학생 돈까지 모두 합쳐봐야 오천 원 남짓. 그럼에도 문방구 사장님은 금방 부자가 될 것처럼 어깨춤을 추며 신명 나있었다.

부정한 이득을 탐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번 돈에 감사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나는 어느 쪽인가. 그간 강산이 몇 번 변했음에도 기분 좋은 미소로 내 기억이 고이 갈무리된 문방구 사장님. 내게는 그가 진정한 부자다. <변태호 / 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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