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통과 제주4.3특별법, 이제 '완전한 해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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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통과 제주4.3특별법, 이제 '완전한 해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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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의미와 과제
21년만의 결실, 4.3 완전한 문제 해결 단초 마련
수형인 특별재심, 위자료, 추가 진상조사...후속 과제는?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6일 오후 제주4.3유족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좌남수 제주도의회 등이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이 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길고 길었던 기다림 끝에, 한국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의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행정안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라온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상정, 재석 의원 229명 가운데 찬성 199명, 반대 5명, 기권 25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4.3특별법의 전부 개정은 1999년 12월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0년 1월 12일 공포된 후 21년 만이다. 그동안 5번에 걸쳐 부분적 개정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전체적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4.3특별법에 이은 시행령 제정(2000년 5월 10일) 후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4·3희생자 및 유족 신고 접수가 진행됐다.

또 2003년 10월15일, 정부의 공식 보고서인 ‘제주 4.3 진상보고서’가 확정됐고, 그해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2014년 1월 17일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이 때부터 추념식이 정부의 공식 행사로 엄수됐다.

그러나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명예회복 조치 및 국가 차원의 배.보상에 관한 입법은 순탄치 않았다. 전부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 내에서 논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채 표류를 거듭하다 자동 폐기됐다.

이에 유족과 도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4.3특별법이 최대 쟁점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모두 조속한 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21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전부개정안이 다시 발의됐다. 

하지만 국가 배.보상 및 불법군사재판 무효화를 두고 진통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법무부가 불법군사재판 무효화의 대안으로 4.3수형인에 대한 일괄적 '직권재심' 방안을 제시했고, 뒤이어 당.정이 국가책임 배상 부분을 '위자료 지원'으로 변경 합의하면서 꼬였던 실타래는 하나씩 풀리게 됐다.

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21년만의 전부 개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 4.3특별법 전부 개정안, 주요 내용은?

본회의를 통과한 전부개정안은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과 이명수 의원(국민의힘, 충남 아산시 갑)이 발의한 안을 통합 조정한 대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위자료 지급 △추가 진상조사 △불법 군사재판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재심 추진 등이 핵심 조항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에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괄적 재심 근거가 마련된 점이 획기적 개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규정을 신설하고, 위원회가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발의안에서는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가 명시돼 있었으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수형인에 대한 일괄적 '직권재심'을 추진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최종적으로 '특별재심' 조항이 신설됐다. 

이 법안이 공포되면 수형인들에 대한 일괄직권재심과 아울러 일반재판수형인들에 대한 개별특별재심이 개시돼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 '위자료 지급'도 명문화됐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서 난색을 표해 왔는데, 당.정이 국가책임 배상 부분을 '위자료 지원'으로 변경 합의하면서 이의 내용이 법안에 반영됐다.

비록 국가책임의 배상 부분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에 준한 위자료 지급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추가 진상조사와 관련한 조항도 신설됐다. 제5조 5항을 통해 중앙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에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고, 위원회에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실질적 조사는 4.3평화재단에서 맡도록 했다.

위원회에 국회가 추천하는 4명의 위원을 추가하고, 이들이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구성되는 분과위원회의 위원에 포함되도록 하고, 분과위원회의 위원장은 국회 추천 위원 중에서 위원장이 정하도록 했다. 

희생자와 유족의 '의견 제출권'도 명문화됐다. 희생자와 유족은 4.3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유족의 권리, 국가의 책무와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다.

행방불명 희생자에 대한 '실종 선고' 특례도 마련됐다.

중앙위원회가 행방불명으로 결정된 희생자에 대해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종선고 청구의 특례와 개정법률안의 시행일 이후 2년 이내에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도록 했다.

이를 통해 3500여명으로 추산되는 행방불명인들에 대한 법률적 정리와 더불어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 및 유족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치유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4‧3트라우마 치유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 "4.3문제 완전한 해결 단초 마련...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실"

이번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제주4.3은 이제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의 길이 73년만에 열렸다.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실질적이고 정의로운 해결의 걸음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그 과정의 의미도 높이 평가됐다. 4.3단체에서는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의 소중한 사례로 남을 것", "화해와 상생의 이념을 담은 4·3특별법의 정신을 구현한 사례"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은 21년 만에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고, 그 과정에서는 온 국민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 만들어진 결실이라는데서 의미를 크게 하고 있다. 

본회의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지역 인사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제주도.도의회.교육청 등 공공기관, 여.야 정당 제주도당 등 1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 공동행동'은 "이번 4·3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모두가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4·3유족을 비롯해 4·3 관련단체, 전국의 과거사 운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 등 민·관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 위자료 용역, 조문별 세부계획 마련 후속 과제 산적...'새로운 시작'

4.3특별법 전부개정은 매우 소중한 결실임에 틀림 없으나, 과제도 적지 않다.

전부 개정안에 담겨 있는 위자료 지원, 불법적인 군사재판과 일반재판 수형인들에 대한 일괄 재심, 추가 진상조사 등은 사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제 곧 시작되는 하위 법령인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신설 조항 하나 하나에 세부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와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 중 국가차원의 배.보상 성격의 위자료 지원과 관련해서는 행정안전부가 1만 4533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연구용역을 발주했다. 

6개월간의 용역 기간에 걸쳐서 배·보상의 지급기준, 지급방법 등에 대한 보완입법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6개월간의 용역 과정에서 국가차원의 현실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재심 추진의 세부적 계획 마련도 서둘러야 할 부분이다. 추가 진상조사의 경우 조사업무를 수행할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를 포함해 조사계획에 대한 전반적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4.3특별법 전부개정은 '끝'이 아니라, 완전한 해결의 단계로 진입하는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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