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8>잊지 못할 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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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8>잊지 못할 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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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12년동안 내게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유독 내 기억 속에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은 은사님 한 분이 계신다. 그 분은 바로 내가 초등학교 시절 4학년 때의 양정임 담임선생님이다.

그렇다고 다른 선생님들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학창시절 모든 선생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4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은 학창시절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 담임선생님이셨기에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을 보면 이제 막 군대에서 제대해서 부임한 선생님이 계신가하면 자상하고 푸근한 인상에 이웃집 아저씨 같은 선생님들도 계셨다. 그러다보니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여자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해보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가 허탈해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5학년을 마치고 6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신설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같이 공부하며 정들었던 친구들이며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 아팠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새로운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귀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해 갔다. 그래도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지 졸업을 하였다. 이제 겨우 적응이 된다 싶었는데 벌써 ‘졸업’이라는 걸 하게 되니까 실감이 나질 않았다.  

지금은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를 와서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근처에 가면 가파른 동산을 오르며 학교를 오가던 때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겨 보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버린 지금,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30여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여선생님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지난 84년과 86년 두 차례나 집으로 내게 연하장이 왔었다. 그 연하장을 보는 순간 너무 기뻐 매일 반복하며 읽고는 ‘답장 보내 드려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답장을 보내드리지 못했다.
 
요즘 TV프로그램 중에 인기가수나 배우 등 유명 연예인들의 친구들을 찾거나 아니면 학창시절 은사님을 찾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은사님을 찾는 내용이 방송될  때만 보는 편이다. 은사님을 만나 뵙고 지난 추억을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다.

그런데, 방송에서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은사님을 찾아뵐 생각에 준비를 많이 하고 갔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마치 내 은사님인양 마음이 뭉클해질 때가 많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교육청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은사님 연락처를 적어두었다가 매년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연하장을 보내드리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인적 사항을 기재하라고 해서 그냥 나와 버려 내가 그렇게 찾으려고 하는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선생님과 마주친다면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아니,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변해버린 지금의 나를 서생님은 기억하실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언젠가 선생님을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선생님께 자랑스런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의 나를 가꿔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나 뵐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예전의 그 연하장을 꺼내어 읽어본다.
 

이성복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이성복 객원필진/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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